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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6일 화요일]
산사에 다녀온 후 공주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올라왔다.
더 쉬고 싶었지만 예매를 해놓아서 급하게 올라온 것이다.
올라와서 며칠 비운 자리를 메우느라 분주하다 쉴 틈도 없이 공연을 보러간다.
"오늘 엄마랑 신데렐라 보러가자"
"와 나 신데렐라가 너무 좋아. 백설공주도 좋고 인어공주도 좋아..엄마 신데렐라 노래 불러줘"
(아마 센데렐라도 공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게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신데렐라는 공주가 아니야..마음착한 아가씨였는데 나중에 왕자랑 결혼하게 되는거지..오늘 볼 신데렐라는 아이스발레야..아이스발레가 뭔지 알아?"
"어..아이스가 얼음인데?"
"그래..얼음위에서 발레하는게 아이스발레야. 지난번에 인어공주 본거 기억나? 그땐 그냥 발레한거잖아..오늘은 얼음위에서 하니까 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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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왔다.
남부터미널 역에서 마을버스를 줄서서 기다리고..타고..도착..예매를 안했더라면 이런날은 집안에서 책이나 보고 비디오나 봤을텐데..
일찍 도착해서 못먹은 저녁을 해결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무대가 좁아보여서(다른때는 그렇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이번엔 아이스발레라서 그런지 좁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걱정이 됐다. 내가 무슨 기획자라도 된 것 처럼..
아이스발레의 특징인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며 펼쳐지는 시원하고 큰동작의 발레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현지야..너 여기는 처음 와봤지? 엄마 오페라 보러왔을 때 여기서 봤어. 현지도 나중에 크면 엄마랑 여기서 공연 많이 볼거야. 여긴 다른 공연장보다 넓고 깨끗해서 편하게 공연 볼 수 있겠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언니 한명이 등장해 공주병에 걸린 행동을 시작하고..또 다른 언니가 등장해 싸움이 일어나고..또 새엄마가 등장하고..
우스꽝스런 모습과 동작들로 인물의 성격이 표현되는 것을 보고 아이도 신데렐라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을 느꼈나보다.
"엄마 저사람이 새엄마야?"
"응..새언니 두명하고"
"신데렐라는 언제 나오지?"
"누가 신데렐라인지 봐봐..보면 알 수 있을거야"
"와..엄마 신데렐라 나왔어"
도구를 이용한 싸움은 몸으로 표현하는 행위예술에서는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표현하기 힘들어서 도구를 사용한 건 아닐텐데..물론 다리를 올린다거나 선을 뻗는 동작으로 보여주긴 했지만 뜬금없이 빗자루를 들고 쫓아다니는 모습은 과장된 듯한 느낌을 주었고 새엄마의 특유의 걷는 모습이 욕심꾸러기, 못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왕의 행동 하나하나도 익살스럽다.
몸이 구부려지지 않아 공을 겨우 잡고..그때문에 다리가 쭉 펴서 굳어져 의자에 앉아 한다리씩 억지도 구부려 제자리에 놓는 장면은 무대 중앙만을 보고 있었다면 절대 못봤을 장면.
조그만 머리..쭉 빠진 몸매와 아름다운 춤..배우들의 모습이 어쩜 저리도 인형같을 수가 있을까.
왕자와 신데렐라의 마지막 장면은 피겨스케이팅을 떠올리기도 하고, 뮤직박스의 남녀한쌍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입부의 새언니들의 싸움장면..끝부분임을 알리듯 다시 새언니들의 싸움..엄마의 등장..공연의 처음과 끝을 비슷한 포맷으로 보여주며 짜임새 있는 공연을 보여주었지만 신데렐라를 보면서 제일 아쉬운 것은 유리구두를 손으로만 들어서 보여주고 신지 않아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의아했다.
얼른 나가서 유리구두처럼 만들어진 스케이트를 신고 나오면 됐을텐데..
내용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너무 허망하게 지나친 것 같은 느낌이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의 시설은 넓고 좋지만 아이스발레를 하기엔 좁은 감이 확연하게 들었다.
스케이트의 특성상 속도감도 붙을 수 있고 자유롭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 범위 내에서 표현을 하느라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무대를 퇴장할땐 휙~하고 얼음위에서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얼음에서 바닥으로 콩~ 뛰듯이 퇴장하는 것도 내내 불안하고 그것때문에 어색한 점이 생기지 않을까 혼자 걱정하기도 했다.
디행히..그것때문에 사고나..실수는 발생하진 않았지만..
그냥 쇼가 아니라 내용을 전달해주는 아이스발레였기에 공연장소 선정에 문제가 된 것 같기도 하지만 편안하고 꺠끗한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
감동은 없었지만 공연 내내 화려한 춤과 의상때문에 아름다운 동화한편 읽고 나온 느낌이다.
아이가 1부에서 좀 지루해 하는 것 같아 중간 쉬는 시간에 쌍안경 하나를 사주고 왕자님이나 센데렐라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싶으면 보라고 했더니 2부는 그런대로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았다.
중간 중간 "왕자님 얼굴이 보고싶어" 그러면서 쌍안경으로 살펴보기도 하면서..
내용이 있어 막연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고, 화려한 군무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보는 내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아이스발레보다 왠지 발레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토기와 자라의 용궁여행이 훨씬 재밌어 이건 재미없어."
공연장을 나오면서 아이가 투덜댄다.
뒤에 따라나오던 아주머니가 웃으신다.
"아무 얘기도 안해서 재미없어? 발레는 몸으로 얘기하는거야..현지가 몸으로 무슨 애기를 하는지 느껴야 하는거야.."
"그래도 재미없어"
마을버스를 타기위해 빗속에서 10분이 넘게 기다리다 새치기를 하는 사람때문에 기분 언짢아하며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지젤이라는 비디오를 보는데 발레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가 벌떡 일어나 손을 올리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춘다.
빙글빙글~ 휙~~ 발레가 아니라 서커스다.
아이스 발레 흉내를 내는 것인지 바닥에 주욱 주욱 미끄러지기도 한다.
"엄마..나 발레하는거야 신데렐라처럼~~ 내가 더 잘추지?"
오늘도 역시..자기가 맨날 공주도 엄만 맨날 마녀라면서 공주흉내를 발레로 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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