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현지아빠가 CD로 슈렉을 봤다면서 갖다준다길래 큰 스크린으로 현지와 둘이서 직접 볼거라며 거절했다. 현지가 그렇게 좋아하는 토토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슈렉"도 명성으로 보아 현지의 첫영화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아 선택하고는 북적대는 토요일 영화관으로 향했다. 강변 CGV에 갔지만 역시 사람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빽빽하게 티켓창구를 메우고 있었다. 전광판에는 다른시간은 대부분 매진이었고 2시5분 영화와 5시 10분 영화만 곧매진이라는 문구와 함께 불안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줄은 줄어들 줄 모르고..2시 5분은 지났고..2시 5분은 이미 매진이 되고.. 그래도 차례를 기다려 2시 5분것으로 한장만 필요하다고 했더니 다행히도 한장은 있었다. 그것도 가운데 좋은 자리였다. 막 잠이 들려는 아이를 팝콘과 콜라로 유혹해 데리고 앉았다. 시작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영화 예고편 때문에 다행히도 슈렉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저기 보이는 꼬마손님들.. 영화관에 오면 어린 아이들 표를 안끊어서 얼마나 좋은지.. 뮤지컬이나 어린이 공연 대부분은 어른보다 아이들 티켓이 더 비싼 경우가 많은데 영화는 어린이들이 같이볼 수 있는 장르인데도 표값이 굳어서 좋다. 큰 스크린으로..쾅쾅대며 울려퍼지는 사운드가 신기한지 팝콘 박스를 껴안고 쉴새 없이 주워먹으면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시작부터 신나는 음악과 이상하게 생긴 슈렉의 괴상한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내기 시작하더니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까메오로 나오는 동화속 주인공들 찾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나무인형이잖아.. / 전 사람이예요..(코가 길어진다..)"-영화속 장면 "엄마, 피노키오네? 피노키오 코가 길어졌네?"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할머니 분장을 한 늑대가 나옴) "어? 빨간모자에 나오는 늑대네?" 곰세마리..아기돼지 삼형제..피터팬..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신데렐라의 요술할머니와 호박과 생쥐들..징거브레드맨까지.. 조금 있으니 천천히 찾을 시간도 없이 수많은 캐릭터들이 펑펑 튀어나오는데 현지는 자신이 아는 주인공들이 눈에 띄는 이유만으로도 "현지가 다 아는거네?"하면서 복잡한 캐릭터 화면을 일축시켜버린다. 슈렉에는 관심 없고 까메오에 푹 빠져 영화를 보던 중 문득문득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가 나오면 대사를 따라하기도 하고 피오나 공주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고 신기하게 생긴 주인공 슈렉과 "덩키! 덩키!"를 외치며 당나귀에게만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난 덩키의 연기 하나하나가 에디머피를 연상시켜 더욱 재미있게 보았지만 현지가 에디머피를 알리는 없으니.. 피오나 공주 또한 공주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그저 공손하고 어여쁘고 아름다워야 하는 공주의 모습이 아닌 개성있고 자신을 지킬 줄 알고 이쁘게 생긴 것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 영화. 아직까지는 백설공주니..엄지공주니..신데렐라니..콩쥐팥쥐니..이런 책들을 읽어주지는 않는다. 신데델라는 뮤지컬을 보고 난 후 한번 읽어주기는 했지만 정말 그런 류의 내용들은 얼마나 나를 실망시키는지 읽어주면서도 내가 재미없어 책을 덮고는 다시는 내가 스스로 읽어주겠다며 꺼내지 않는 책이다. 그런데 슈렉은 다르다. 공주를 공주로 두지 않고 슈렉을 괴물로 고정짓지 않는다. 따뜻한 마음과 진실이란 것이 뭔지 아는 슈렉을 통해 어쩌면 인간의 모순된..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외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겉모습으로 먼저 판단하고 마는..성격을 뉘우치게 하는 바람을 담았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이렇게 겉모습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다가도 나중에 피오나 공주가 마법이 풀려 진정한 공주가 되면 결국에는 아름다운 모습의 공주가 되겠지 뭐. 진정한 내면 어쩌구 하면서 결국에는 아름다운 외면으로 마무리될거야..' '못생긴 공주가 본모습이어야 얘기가 맞게 돌아가는데..설마 못생긴 공주가 되게 하고 끝나겠어?' 결국 내 예상은 빗나갔지만..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내가 너무 공주과 이야기에 길들여진 탓일까.. 피오나 공주가 진정한 공주의 모습으로 마법이 풀리면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슈렉과(슈렉과 비슷하게 생긴) 공주가 되었을 때..조금은 서글퍼짐을 느꼈다. 보기에도 피오나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 좋으니까.. 어차피 슈렉과 사랑하게 되었으니 꼭 못생긴 모습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으로도 충분히 그사랑을 누릴 수 있을테니까. 덩키가 마지막에 그런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게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시 난 한계가 있나보다. 너무 많이 물들여져 있나봐... 현지가 이 영화를 보고..피오나 공주의 못생긴 모습조차도 아름답게 여기며 진정한 해피엔딩이라고 느낀다면.. 내가 지닌 고정관념을 그대로 내려받지 않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내가 봐온..들어온..읽어온 해피엔딩의 내용들과는 다르지만 다양한 삶의 해피엔딩이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느낄 수 있다면 이 얼마다 고마운 영화가 될 것인가. 습관처럼 봐오던 뮤지컬이나 인형극을 본 것처럼..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항상 해오던 말처럼.."엄마 슈렉 재밌지? 또 보러 오자.."고 한다. 그래..또 보러 오자....이렇게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본다면 감동 또한 깊이가 커지겠지. 현지의 첫 영화관에서의 관람이 별탈 없이 "재미있었어" 하는 말과 함께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젠 영화도 현지를 데리고 같이 다닐 수 있어서 한시름 덜은 것 같다. 아이들 영화를 보면서 잔잔한 동심과 감동을 느낄 수도 있을 터이고, 아이를 맡기고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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