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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15일 목요일]
어제 수락산에서 현수맘이 춘천인형극제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오늘 손님 약속도 있고해서 못간다고 했는데..아이아빠가 실험실에서 밤을 새는 바람에 오늘 공휴일이기도 하니 하루종일 집에서 잘것 같아 집으로 오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하고 춘천에 가기로 했다.
오전 8시 41분행 경춘선을 타려 했는데 표가 하나도 없다고 해서 매표창구 앞에서 10시 이후 표를 끊을까 망설이는데 학생들이 표 네장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 한명이 아직 안와서 그렇다는 것.
아이들은 표를 안끊어도 되지만 복잡한 기차속 좀 편하게 가보자..해서 그냥 아이들 것까지 네장을 다 구입해서 기차를 탔다.
기차 타본지가 얼마만인지..기억도 안난다.
현지도 기차는 처음이었다.
맨날 타던 전철이나 기차나..비슷해보였는지 "첫기차여행"에 대해서 감동하는 눈치는 아니다.
현수와 같이 코끼리 기차가 더 재미있다고 호기심도 보이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잠시 빠져드는 듯 싶더니 이내 현수와 현지 다투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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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춘천에서 내려 춘천인형극제에 가는 셔틀버스시간이 하도 띄엄띄엄이라 포기하고 용산리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20분쯤 지나 춘천인형극제가 하는 곳이 보였다.
우선 들어가 2시와 4시공연 티켓을 끊어놓고 12시에 하는 무료공연인 극단 작은세상의 "똑바로 뚝바로"를 보았다.
공연을 보기위해 30정도나 기다렸는데 공연시간이 20분정도였다.
내용이야 간단하고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집중도 하나가 깜짝놀라며 재미있어하기도 했지만 무료공연이라서 그런지 허술한 것 같았다.
인형극제 정도라면 무료공연도 어느정도 감동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그래도 아이들은 재미있었댄다.
길을 걸으면서도 "똑바로~ 똑바로~"하면서 걷고..
신발 똑바로 신으라니까 "어? 똑바로~ 똑바로~~" 하면서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어쨋든 두시 공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춘천인형극제가 10년이 넘은 걸로 알고있는데 어린이를 위한 행사도 없고 시설도 열악해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뭘 하면서 보내야 할지가 우선 고민이었다.
해외에서 출연하는 팀이 있다고 "국제"란 이름을 붙였던가..국제란 말이 민망할 정도의 열악한 분위기때문에 서울에서 왔다는 것이 억울한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우리가 예매해 놓은 공연들로 위안을삼을 수 있겠지..하며 바가지로 덮어씌우는 사발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기분을 가라앉혔다.
두시공연은 스페인의 아볼르 극단의 "꿈"
큰 눈이 깜빡이면서 그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끔 눈이 깜빡일때마다 꿈속의 장면이 바뀌는 것.
세명의 꼭두각시 인형과 그에 따른 소품들의 재미난 광경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솔직히 처음엔 도대체 무슨 얘기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알 수가 없었다.
중간쯤..음악이 갑자기 끊겼다.
전기가 갑자기 나갔다는 것.
그 사이에 공연보기를 포기하고 그냥 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아 다행히도 다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뜨거운 해를 갖고 공처럼 던지고 만지고 몸으로 튕기면서 노는 꼭두각시들..꽃을 피우려고 하나 하늘배경에서 스르륵 피어나는 꽃그림들 부분에서는 상큼한 상상력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구름 정원에서 피어나는 꽃들이라니..
잠시후 장난꾸러기기 구름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다 구름이 모여져 천둥소리가 들리고 비가 내린다.
천을 한장씩 뜯어내며 배경을 나타내다 비가 내리는 부분에선 갈라진 천들이 움직이며 비가 내리는 듯 움직였다.
가로로 만들어진 천은 물이 불어나 넘치는 표현을 하고.
우산으로 비를 피하던 꼭두각시가 우산으로 배를 만들고..잠시후 비가 그친다.
세명의 꼭두각시와 검정색으로 만들어진 그림자인형의 개구진 모습을에 한참 빠져들려 할때 또 전기가 나갔다.
이번엔 극장 전체의 전원이 나갔다며 시간이 좀 걸릴것이라고 오늘 공연은 여기서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몇분 안남았다지만 허무하고 그저 실망스럽기만 했다.
관객으로서의 입장에서 볼때는 화가 났지만 주최측에 대해서일 뿐이지 해외에서 초청되어 그날 첫공연을 하는 배우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을 생각을 하니까 내가 오히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페인어라도 할 줄 알았다면 그 앞에서 공연잘봤다..전기 곧 고쳐지면 4시 공연을 잘 되길 바란다..하며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코코바우 극장을 나와 매표소로 가서 4시공연을 취소했다.
한시간에 두번씩이나 전기가 나가는데..4시 공연이라고 온전히 볼 수 있을까..그냥 일찌감치 이곳을 벗어나 경치라도 좋은 곳으로 옮기고 싶었다.
사람들 얘기가 작년엔 여러 공연을 골라서 볼 수 있는 티켓 한장만 끊으면 되서 어느 공연을 볼까 망설일 정도였다는데 이번엔 한장에 5,000원씩이나 하면서 볼것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다음엔 나아지겠지..하는 기대조차도 아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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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남춘천으로 와서 강촌까지 가는 표를 끊어 그곳에서 놀기로 했다.
구곡폭포까지 가기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반대편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 밑 계곡 물이 좀 깊어보이기는 해도 아이들 발이라도 잠깐 담글까..하고 다리를 건너려는데 매표소도 뭐도 없는데 남자 두명이 양옆을 막고 서있으며 2,000원씩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허가가 난 것 같지도 않아 기가 막혀 그냥 돌아나와버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 우선 춘천에 왔으니 춘천닭갈비라도 먹자..하고 식당으로 들어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나오니 비가 그쳤다.
현수맘이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면 각자 아이들 태우고 시원하게 한바퀴 돌았을텐데..하는아쉬움을 갖고 자전거전용도로를 아이들과 걸어올라갔다.
아이들은 자꾸 계곡에 들어가고 싶어했지만 나중엔 들꽃을 꺾고 구경하면서 즐거워했다.
논두렁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이게 누렇게 익으면 여기서 쌀이 나온다..하며 얘기도 하고 벼속에서 인기척을느끼고 팔딱거리며 이러저리 욺겨다니는 풀벌레들을 보기도 하고 개구리도 보고..의외로 아이들이 좋아했다.
강촌에서 6시 51분차를 타고와 성북역에 도착했다.
"아이들에게 첫기차여행이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며 아주 먼곳으로 여행이라도 갖다온 듯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아이와 둘이 기차여행을 해볼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기엔 두려운 감이 없지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다녀오니 기분이 이리 좋을 수가 없다.
춘천인형극제에 대한 건 기억에도 안남는다.
그저 기차여행을 하고..강촌에서 잠깐 산책을 하고..그게 다였다 할지라도 근사한 추억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현지야..기억해..이게 현지의 첫번째 기차여행이었단다..가평역의 장승들을 기억하니..
남춘천에서 내려 네가 느끼지 못했던 인형극제의 실망감..너에겐 그런건 별 의미가 없겠지..
솜사탕과 군것질..그리고 짧은 인형극만으로도 행복해했겠지..
강촌에서의 열매달린 옥수수와 조금씩 누래져가는 벼들..이름모를 들풀과 양옆으로 지나쳐가던 자전거탄 사람들..기차안에서 너와 장난치던 아저씨들..
다음엔 기차여행답게..좋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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