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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8일 일요일]
모처럼 가족끼리의 공연을 보러갔다.
"아빠랑 같이 가서 너무 좋아~ 아빠도 같이 볼거지?"
아빠가 몇번이나 데려다 주기만 하고 같이 안들어간 과거의 죄(?)행이 있는지라 아이는 확인이라도 하듯 아빠를 물고 늘어졌다.
아니나 다를까..안들어간다고 빼는 것을 줄 세워놓고 표를 끊어서 바로 앞에서 밀어넣다시피 들여보냈다.
들어가서도 맨 뒤에 앉아 무안한 얼굴빛을 보이며 "아빠들 아무도 없잖아~~"하며 투덜거린다.
이것이 아빠 맞느냐..아이를 위한 공연을 가족이 함께 느끼며 대화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산 교육인지 아느냐..다른때는 아빠들이 더 많았다..아이가 아빠랑 같이 본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도 투덜거릴 기운이 있냐..잔소리를 나름대로는 조근조근 얘기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쑥스러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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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은 극단 사다리의 "은방울꽃과 호랑이바위"
무대는 한국적 정서가 베어나오는 단촐한 분위기.
어떤 식으로 공연이 진행될까..저기 있는 종이로 만든 것 같은 호랑이와 여자아이는 뭐지..궁금해하며 아이에게 미리 팜플렛의 내용을 컨닝해서 이런 이야기일거야..하며 전체적인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잠시 후 등장한 두명의 남녀 진행자 겸 배우.
이 두사람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는데..
현지는 호랑이 얘기까지는 잘 보다가 공연이 다 끝난줄 알았는데 방울이 얘기가 또 시작되니까 조금 지루해 하다가..두번째 똑같은 이야기를 방울이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것을 보고
"어..저거 아까 호랑이가 얘기했을때 나왔던 이야기랑 똑같아" 그런다.
똑같은 상황인데 호랑이 대사가 들리던 부분에서 방울이 대사가 들리고..위치도 조금씩 달라지는 인형소품들을 보면서 나중엔 "엄마 똑같은 얘기였어" 하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공연의 구성을 미리 알았더라면 쉽게 설명해주고 보여줬을텐데..하고 좀 아쉬웠지만 공연을 보고 나서 팜플렛을 보면서 다시 상기시켜주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은방울꽃과 호랑이바위에 대한 애기를 하나는 호랑이 입장에서 얘기한거고..하나는 방울이 입장에서 얘기한거야. 어쨋든 나중엔 은방울꽃과 호랑이바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결과는 똑같았잖아.
호랑이가 방울이 쫓아가는데 갑자기 가시덤불이 나타났었지? 그런데 방울이가 얘기할때는 어땠어?
은방울이 짚신을 던지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가시덤불이 생겼다고 했지..그것봐..호랑이 입장에서 얘기할때는 "가시덤불이 나타났어요" 그랬는데 방울이가 애기해줄때는 "짚신이 가시덤불로 변했어요" 그랬잖아.
말하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거지.."
어린아이들이 조금은 지루해 했고, 몇몇 엄마들의 반응도 시큰둥 해보였다(현지아빠를 포함해서).
공연 보는 도중..조금 큰 아이들이 "어 똑같은 얘길 왜 또 해주냐" 큰소리로 얘기하기도 해서 '아..큰 아이들이라고 극의 구성을 다 이해하면서 보는건 아니구나..좀 어렵긴 한가보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연이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새로운 접근방식의 공연을 보여준 것은 만족한다.
내용이야..한번 봤기때문에 나중에라도 엄마의 입말로 술술 풀어주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아이의 머리속엔 이미지로 남아있을테니)
팜플렛을 두어장 갖고 와 크게 그려진 호랑이와 방울이를 오려서 엄마가 직접 구연을 들려줘도 좋을 것 같다.
극의 흐름을 그대로 담은 표현인 "꽃이 뒤로 숨은 건가, 바위가 꽃을 가린건가"하는 문구가 맘에 든다.
보는 입장에 따라..생각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변화하는 내용과 느낌을 현지가 느낄 수 있었을까..
가족이 함께한 자리여서 의미가 깊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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