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지역에는 어린이 전문서점과 도서관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은 편입니다. 저는 이런 혜택을 감사히 여기며 자주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습니다. 그런데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바로 "혹시 이곳이 문을 닫게 되면 어쩌지?" 입니다. 본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해 타산에 약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이 곳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금전적인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카페같이 꾸며 놓은 어린이 전문 서점에서는 아이와 함께 몇 시간씩 책을 읽다 가도 아무 말씀 없으시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혹은 신간이 아니더라도 좋은 어린이 그림책의 포스터를 공짜로 얻을 수 있을 때도 많습니다. 한 곳의 어린이 전문 서점 사장님은 제가 어린이 책의 포스터를 좋아하는 것을 아시고 서점 벽에 붙여 놓은 한 장 밖에 없는 포스터를 떼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어린이 전문 서점에 가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의 독일어 책도 볼 수 있고, Leo Lionni 의 Frederick 인형을 볼 수도 있습니다. 유재수님의 '노란 우산' 원화도 벽에 걸여 있고, John Burningham 작품을 포스터로 만든 것, Owl Babies 를 책이 아닌 한 장의 포스터에 글과 그림을 넣은 것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빛 그림자 연극도 볼 수 있고, 우리밀로 만든 쿠키도 맛볼 수 있고, 커피도 타마실 수 있습니다. 영어 전문서점에서도 영어 책을 마음대로 볼 수도 있고, 무료 세미나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기에 좀 부담스런 재미있는 입체책들을 아이가 실컷 만져보고 올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곳의 대여 기일은 1주일이지만 1주일을 넘겨 책을 가지고 와도 뭐라고 하지도, 연체료를 물지도 않습니다. 그곳의 방들은 항상 열려 있어 엄마들이 모임을 가질 수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엄마표 수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많이 빌린 날은 책 대여료를 깍아 주시려 해서 제가 '이러다가 문을 닫으면 제가 더 손해지요. 책 대여료와 연체료는 정확하게 받으세요.'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너무 맘이 좋아 정말로 문을 닫게 되는 도서관도 종종 생깁니다. 아무리 지역사회에 봉사하시는 맘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하시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하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 알뜰(?)한 편이라 100원이 더 싸다고 하면 몇 걸음 더 걸어서도 그곳에 가서 물건을 사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린이 전문서점이나 영어전문서점, 도서관을 다니면서 어느 순간 알고도 조금 손해(?)보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어린이 전문서점은 할인이 되지 않습니다. 영어전문서점도 할인폭이 인터넷 서점에 비하면 크지 않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면 보통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어린이 전문 서점과 영어 전문 서점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어떤 엄마들은 책은 이곳에서 보고 막상 살때는 싼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기도 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비싸다는 걸 알면서도 최소한 이곳에 갈 때만큼은 이곳에서 책을 제 값을 다주고 삽니다. 그것이 제가 맘 좋으신 사장님께 해 드릴 수 있는 일의 전부이기 때문이고,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제가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인심이 좋아서도 아닙니다. 그저 이런 공간이 더 오랫동안 제가 사는 지역사회에 남아있어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니 더 클 때까지 혼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고르고, 스스로 대여기일을 지켜가면서 책을 빌릴 날까지 이곳이 계속 곁에 남아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증권회사에 근무해서 늘 하던 일이 더 많은 수익을 쫓아다니는 것이었지만, 알면서도 가끔씩 손해 볼 줄 아는 것, 눈 앞의 10원보다는 멀리 있는 100원을 내다보는 것이 결국은 모두 나를 위하고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먼저 조금 나누어 주는 것, 내가 받을 것을 너무 먼저 셈하기 보다는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난 다음에 돌아오는 것을 덤으로 받는 것, 상대방이 내게 어떤 친절을 배풀었을 때 그것을 다른 곳에서라도 꼭 갚으려고 노력하는 것, 등 입니다. 결국 세상은 혼자사는 곳이 아니고 함께 나누면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절실히 들기 때문입니다. '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처럼요. 평소에 생각했던 점이어서 너무 주제넘은 것이 아닌 가 하면서 이런 글을 올립니다. 저보다도 훨씬 더 많이 나누며 살고 계신 엄마들 앞에서 많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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