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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 가르치는 엄마가 되려면"

  • 강신주
  • |
  • 2004-08-13
3

"영어 잘 가르치는 엄마가 되려면"(강신주) 작년에 한국에서 친구와 함께 등산을 갔다. 약수터에서 잠깐 쉬는데, 옆의 그네에서 세 돌이 안되었음직한 아이가 그내를 타고 있었다. 그네를 밀어주고 있던 엄마.. 그 엄마를 난 "뱃짱맘"이라 부르겠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아시리라. "호성아, 영어로 원투쓰리 해봐" 호성이는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명쾌하게 원, 투,스리....텐 까지 불러 재꼈다. (참고로 미국의 유치원--한국 나이로 6세아들이 다니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배우는 게 그 수준이다.) 뱃짱맘은 한국어로도 하나부터 열까지 세도록 요구했다. 또랑또랑한 호성이의 목소리가 약수터에 울려퍼졌다. 난 괜히 뱃짱맘이 좋아졌다. 그러더니 영어 노래도 하란다. 반짝반짝 작은별을 영어로도 부르고 한국말로도 불렀다. 발음은 국산 발음이지만 음정,박자 정확했고, 다 알아들을만했다. 엄마와 노래하며 그네를 타던 아이는 행복했다. 그네가 높이 올라간 순간에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영어로 '재밌다'가 뭐야?" 아이구. 어려운 질문이다. 재밌다를 ! 우리 교과서적 영어로는 'interesting'이 다. '흥미롭다'는 말에 더 가까운 표현이니, 아이가 말하는 신나고 재미나는 상황에 맞는 표현은 아니다. 맞는 표현? 영어로는 "It's fun!"이다. (이건 제가 한국에서 영문학 석사를 마칠 때까지 몰랐다가 외국 나간 다음에 배운 표현입니다. 요새야 어린애들 교재가 워낙 회화 중심이라서 애들도, 엄마들도 많이 익숙한 표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난 속으로 괜히 걱정 되었다. 흠...뱃짱맘이 재밌다를 뭐라고 할까? 뱃짱맘은 그네를 밀면서 생각할 시간을 버는 눈치였다. 아이는 갑갑해졌는지 큰 소리로 채근했다. "엄마, 영어로 재밌다가 뭐냐니까?" 근처에서 쉬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나처럼 그냥 그 엄마의 대답이 궁금했 던 것이다. "호성아, 그건 말야!" (그네를 민다) "응?!" (그네가 내려온다) (다시 그네를 힘껏 밀면서 뱃짱맘은 외쳤다..) "그건 '와우'야. 그냥 '와우' 하면 되!" 기가 막힌 순발력! 맞다. 넘 잼나면 ! '와우'하지 않는가? 자기가 아는 한에서 '재밌다'에 가장 가까운 대답을 한 뱃짱맘의 든든한 뱃짱에 난 반해버렸다. 근처의 아줌마들 중에는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있었다. 약수터에까지 와서 영어공부? 엄마도 영어를 잘 하는 거 같진 않은데.. 그러나 뱃짱이 영어를 잘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확신하는 나는 뱃짱맘이 좋기만 했다. 근데 그 뱃짱맘에게 내가 더 반하게 된 사건이 이어졌는데.. 엄마의 그네 밀기가 너무 격렬했나. 아이는 공중에 떠서 외쳤다. "엄마, 너무 무서워..살살 밀어!" 뱃짱맘이 손을 뗐다. 그네의 움직임이 좀 느슨해졌을 때 아이가 어느 정도 덜 무서워졌는지 다시 엄마에 게 물었다. "엄마, '무서워'는 영어로 뭐라 그래?" 아이구 이건 더 어려운 표현이다. 나는 대학교 때까지 공포, 두려움이란 단어는 알았어도 '아이구 무서워'란 표현은 배운 적이 없다. 근데 이 뱃짱맘이 과연 그 표현을 알까? '아악-----' 괴성을 지르면 되긴 하지만! ... 근데 뱃짱맘은 아까처럼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거침없이 나온 대답: "이놈아, 무섭긴 뭐가 무서워?" 아이는 엄마의 현명한 대답에 무서움을 잊고, 그리고 "무섭다"가 영어로 뭔가하던 궁금증도 잊고 즐겁게 그네를 탔다. 나는 확신한다. 뱃짱맘이 아주 늙기 전에 외국에 나가서 생활할 기회가 있다면 일 년 안에 영어를 배워 잘 쓰고 살거라는 걸...그리고 뱃짱맘 아들이 그 엄마의 뱃짱의 10분의 일만이라도 유전받았다면 나중에 세계를 놀이터 삼아 누비고 다니리라는 것을...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나는 뱃짱 영어를 부르짖는 사람이다. 콩글리쉬라도 잘 하면 된다고 부르짖는다. 원어민 발음처럼 못해도 전혀 지장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내가 산 증인이다. ^.^!) 아니, 우리 남편도 산 증인이다. 에릭 영어는 무지 후지다. 불어를 번역한 듯한 복잡스런 문장을 구사하는 에릭, 거기다가 콧소리가 엄청 심해서 수왕수왕수왕하는 게 노래방 마이크의 에코를 잔뜩 넣은 거 같다. 영어단어를 불어식으로 발음해, 문법도 자기 맘대로야...한마디 로 골치 아픈 영어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말을 해도 미국 사람들은 잘 못알아들을 경우가 많다. 미국 애들이 에릭 말을 못알아듣고 "왓?" "익스큐즈미?" 할 때가 많다는 소리다. 꽃모자를 쓰고 다니면서도 맘이 편한 에릭은 미국애들의 구박을 받아도 개의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벨기에 시댁 식구들은 영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미국에 와서 지내면서 영어를 못한다고 주눅이 들거나 부끄러워하는 일이 없었다. 자존심이 상해하지도 않았다. 되려 재밌다고 웃는다. 왜 그럴까? 우린 영어를 못하면 부끄러워하는데 유럽사람들은 영어를 못해도 천하태 평이니? 집고 지나가야할 문제다. 영어가 '하나의 언어' 이상의 프리미엄을 갖는 게 문제이 다. 한국의 영어병이 좀 심각하다는 소리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영어를 더 즐기기 위해 노력을 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영어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영어에 의해 자존심이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을 수는 없단 말인가? 에릭의 엑센트 흉을 보는 나도...실은..콩글리쉬를 한다. 발음이 후지다. 엑센트도 무지 심하다. 솔직히 옛날에 한국에서 대할 다닐 때 오히려 지금보다 더 발음이 좋았던 거 같다. 혀를 무지 굴리고, 삼키고 꼬부리면서 애를 썼었으니 발음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 남..(옛날에 난 내가 발음이 무지 좋다고 생각했었다.) 이젠 꽝이다. 영어 바다의 현실에서 나는 내가 난파선 수준의 발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난파선 조각을 붙들고 표류하면서도 마치 호화선박에서 칵테일잔을 들고 망망대해의 석양을 즐기는 갑부마냥 희희낙락, 천하태평이다. 내가 왜 그렇게 망가졌나? 왜 그렇게 뻔뻔해졌나? 외국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알게 된 사실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내가 혀를 굴리면서 이야기를 하던, 그냥 투박한 콩글리쉬 발음을 하던 미국인들 귀에는 '엑센트가 있는 영어'로 들리는 거였다. 첨엔 기죽고, 자존심 상했었다. 이젠? 안 상한다. 어차피 외국인이라고 구박받을 거면, 이왕이면 내 발음을 편하게 하고 나서 구박을 받자는 뱃짱이다. 그렇다. 나도 뱃짱맘이다.. 그러니 발음이 좋아질 리가 없다. 나도 대머리 남편만큼 뻔뻔하다. "난, 영어 어렵게 배운 말이야. 한국사람이 영어 배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늬들은 태어나서 젖병 물면서부터 영어를 배운 거잖아. 영어를 저절로 배워 잘하는 늬들이 내가 하는 소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영어때문에 고민하는 한국 엄마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발음을 열심히 배우 고, 영어를 잘 하는 거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영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내용'이 뭐냐는 것이 다.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가.가 중요하지 어떤 발음으로 이야기하냐는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국식 표현? 숙어? 그런 거 알아듣기 위해서 노력을 하되, 직접 내가 구사하지 못해도 된다. 미국인들이 쓰는 표현이라고 그걸 입에 달려고 불철주야 공부할 필요없다. 부연하자면, 미국식 표현을 들으면 "아..저 사람이 저 표현을 할 때의 의미가 저런거구나.."하고 이해를 하되, 내가 토종 한국인으로서 그 말을 그대로 입에 담지 못해도 괜찮다는 소리다.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로버트 할리나 이한우가 한국 속담을 줏어섬길 때 속으로 '꾸라치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가, 한국 정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 보여려는 일종의 '말재주'인데...정말 한국 속담에 푹 젖어 살아 아는 것도 아니면서 저렇게 테를 내는가 아니꼽기도 하고 (천성이 못 된 사람이라서..-_- ), 정말 얼마나 많이 아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물론 그 노력이야 인정할 일이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 사람 흉내를 내는 걸 미워하진 않을 거 같다. (그런데 한국말 잘하는 테를 그렇게 내더니 결국은 영어 테입을 팔더라..-.-) 영어도 그렇게 미국인 흉내를 내면서 할 필요가 없다. 실수를 하더라도, 콩글리쉬로 하면 어떤가? 영어? 계속 배워야한다. 모르는 거 배우고, 외우고, 잘 쓰고...노력해야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열등감 없이 배우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소리다. 영어를 숭상하면 안된다. 작년에 한국에서 잠깐 강의를 하면서 나는 한국의 영어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다. 엄마가 애 발음 잡겠다고 혀를 수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엄마가 온 세상에 조롱거리가 된 것이 안스러웠다 (여기 미국 신문에까지 기사가 실렸다).---- 오죽 마음이 갑갑했으면 애를 그렇게 잡았을까? 엄마들이 아이 교육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아무도 몰라! 한편으로는 그 엄마는 혀를 째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발음이 좋은가 물어보고 싶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혀를 째야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영어를 좀 한다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엄첨 비싼 외재 교재가 난무한 다. 잘 팔린다. 테입도.. 어떻게 배워서 영어를 '정복'했냐는 스토리도 난무한다.. 돈없어서 공부못해, 돈 들여도 정작 남는 건 없어..영어 공부의 길은 점점 더 험난 하게 느껴진다. 잘못된 생각이다. (영어공부 방법론에 대해서는 기회가 닿는대로 상세하게 내 의견을 적어보겠다. 특히 주부님들이 아이들 영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게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 지금은 영어 숭상병의 문젯점만 언급하겠다. 영어는 미국 사람의 언어라는 생각말이다. 사실, 영어는 '세계어'이다. 미국사람들이 많이 쓰지만, 그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케냐, 필리핀, 스페인,브라질.....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고유의 엑센트를 담아서 사용하는 세계어일 따름이다. 내가 배운 말 중에서 영어가 가장 쉬운 말이었다. 그러므로 영어가 세계어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영어의 '원어민'들이 영어가 세계어란 사실을 인정해야한다는 소리다. 좀 겸손해지란 소리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을 무지 이뻐한다. 신기해한다. 그건 단순 히 외국인이 한국어를 한다는 게 신기해서만이 아니다. 외국말을 배워보려고 고생해 본 한국 사람들이길래 외국 사람들이 한국어를 할 때 "얼마나 노력했으면 저렇게 잘 하나..."하고 기특해하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도 그걸 배워야한다. 내가 미국 사람들...운운하면 분명 하는 소리들이 있다. "미국 사람이라도 다 그런 거 아니야" 물론이다. 좋은 사람도 많고, 영어를 못한다고 구박하지 않는 사람도 무지무지 많 다. 그러므로 괜히 악감을 가지자고 미국 사람들 욕하는 거는 아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사람들이 갖는 '미국은 세계의 최고 나라'라는 자부심은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9/11 이후에는 정말 너무 심하다싶을 정도이다. 얘기가 샌다. 주제는 이거다. "여러분, 콩글리쉬도 잘 하면 세계를 놀이터삼아 맘껏 돌아다닐 수 있어요. 영어를 못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할 말이 없는 게 부끄러운 거랍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 됩시다. 부끄럼 없는 수다쟁이가 됩시다." 정말이다. 영어 좀 못한다고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거..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쳐줘야한다. "그까짓 영어, 외국에서는 거지들도 다 영어 쓴다. 너도 나가면 다 하게 되 있어. 이담에 나갈 일이 분명 있을거야. 지금은 기초공사로서 열심 히 공부해두자. 원어민 발음? 그거두 사투리야. 미국 사투리.. 넌 한국 사투리로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거야..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구.."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아래의 영어 표현들을 심어주자. "잘 못알아 듣겠습니다.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잘 안들리는데요. 또 한번, 더 천천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아이구. 죄송합니다. 그래도 안들리넹...여기 한번 써주시게습니까?" "아..써주셨는데도.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리.." "이 단어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설명하다 지쳐서 돌아가버리는 외국인..) 그럼 그 등에다 대고 "see you again!" ("무에라고? See you again? 내가 널 다시봐?" 하는 표정으로 돌아보는 외국인) 그럼 씩 웃으면서 "Bye-bye!" 영원히 안녕! 난 다른 친구들 사귀면 되니까.. 초보맘님의 글입니다. > 저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참 좋아하는데 막상 우리 아기에게 영어로 말하려니 말문이 안 터지고 혼자서 괜히 쑥스러운것 같아요.. > 제가 교육에 열의가 부족한건지 다른 분들도 그런 건지 궁금하네여.. > 가입한지 얼마 안되서 히플러님의 아이 가르치는 동영상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용기좀 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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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서맘
  • |
  • 2004-08-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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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분이시군요...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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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비맘
  • |
  • 2004-08-13 12:50
답댓글
그리구 글 읽다보니 중국여행중에 만난 호주인이 생각나네요. 제 어설픈 영어를 보면서도 '난 네가 부러워. 넌 2개국어를 하잖아. 한국어와 영어. (후회와 아쉬움의 말투로) 난 영어쓰는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는 배워볼 생각도 안하고 지금까지 살았거든...' 하더라구요. 그 말 들으니 힘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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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비맘
  • |
  • 2004-08-13 12:47
답댓글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여기서 뵙네요^^ 루비는 벌써 17개월이 되었어요. 무지 예쁘게 컸어요. 요즘은 말도 제법 잘하구요.^^ 언제,어디서든 건강하시구 행복하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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