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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월+1~2]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부석사/소수서원) -〈체험〉

  • 봉황
  • |
  • 2002-11-24

1!@#$
[2002년 10월 19일 토요일~10월 20일 일요일]

부석사 홈페이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했다던 국보 18호 부석사에 다니러 가기 전..요즘 한참 호응이 좋은 TV프로그램에서 선정한 도서인「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읽었다.
비록 부석사에 대한 내용은 한장 정도의 분량이었지만(이것도 모르고 죄다 부석사 얘긴 줄만 알았다) 이걸 계기로 새로운 한국미에 대한 자부심과 문화에 대한 해석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이래저래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고 의도였던 것 같다.
?_blank"현지야..엄마 이 책 뭔지 몰래? 여기..부석사라는 곳이야..부처님 사시는 곳인데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 곳이거든..사진으로 한번 보고..직접 보면 더 좋을거야..컴퓨터에서도 보여줄께.."
카페의 메인에 올려진 눈내리는 부석사의 안양루를 보여주니 합성된 눈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지..'눈오면 눈사람'타령을 한다.

................................................................................................................................................

꼬맹이때 할머니 손잡고 다녔던 절들은 석층이나 길..향내음만 언뜻 기억날 뿐 제대로 된 절(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에 가본 강원도의 작은 절 무량사..그리고 근처의 부처님 치아사리가 모셔진 곳이라는 건봉사..인사동의 조계사가 전부이고 이번 부석사처럼 건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古高한 사찰은 처음이었다.

"가보고 싶은 곳..머물고 싶은 곳"을 읽으면서 가봐야지..가봐야지..그러던 곳을 카페의 정기 순례차 다녀오게 되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지..싶다.
이런 고찰을 현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지난 순례때 4살짜리 아이까지 데려온 가족을 보고 그때부터 다짐했던 것)..힘들더라도 꼭 데리고 가야지..벼르고 있었는데..영주로 향하는 보시(불자가 시주하는 것이라 함)된 버스 안에서 구름..산..단풍..자연경관 뭐하나 놓칠 것 없이 가는 길 전부가 설레임이었다.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해본적이 없어서 오프라인의 만남을 낯설게만 느끼던 내가 단순히 절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들렀던 곳에서 광기라도 걸린 듯 홀연히 홀려 순례까지 가게된 인연도 인연이거니와 현지까지 더불어 동참을 할 수 있는 편안한 기회까지 생겼기에 더욱 기이한게 인연이란 생각을 들게한다.

버스안에서 현지에게 이름표를 달아주었더니 다른 사람은 노랑나비니..아이엠지니..코코모니..하는 소리에 "엄마 왜 이름이 이상하지?" 한다.
"응..컴퓨터에서 얘기할 때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어..대화명이라고..엄마는 대화명이 그냥 sangmin인데..봉황이라고도 쓰거든..현지도 대화명 갖고 싶어?"
"응..나는..토끼할거야..나 이름 토끼로 바꿔줘..다시 써줘.."
그래서 현지는 토끼가 되었다.
현지 또래의 아이들은 네살과 세살된 아이 두명..그리고 현지..몇몇 초등학생..중학생..모두 현지의 친구가 되었다.
워낙 사람을 잘 따르고 자기 의사를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모습이 아이같지 않아보였는지..사람들 모두 현지를 기특하고 예사로 클 아이가 아니라며 칭찬하며 아껴주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 걸 알면서도 히죽히죽 좋아서 웃음이 나온다.

................................................................................................................................................

다음날 새벽..
2시30분부터 일어나 3시 새벽예불을 준비하였다.
법당에서 재우더라도 분위기에 따라 조용할 줄 아는 아이이리라..믿고 현지를 데려가려고 깨웠다.
"현지야..우리 부처님 만나러가자.."하고 깨워도 짜증한번 안내고 안겨나오니 사람들이 또 아이를 칭찬했지만 30분 아무말도 안하고 수양하는 시간도 있고..새벽이라 춥기도 하니 나 혼자 예불에 다녀오는게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결국 다른 아이아빠에게 같이 맡겨두어야 했다.
나중에 현지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엄마..나 엄마 부처님 만나러 갔을때 엄마랑 같이 놀고 싶어서 조금 울다가 잠들었어" 그러길래 아이를 봐주신 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량수전으로 올라가는 길..새벽예불시간을 알리는 범종소리가 들러오고..그에 맞추어 산속에서 부엉이 소리까지 후-후-들려온다.
소백산맥에 걸터오르는 동틈이 예술이라기에 잠시 서성대며 난간에 섰더니 조금의 웅성거림이 거슬렸던지 스님 한분이 지나가시며 무섭게 꾸중하시며 지나가셔서 다들 잔뜩 긴장하며 우리나라 최고(古)의 목조건물 중 하나인 무량수전(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은 봉정사 극락전) 법당으로 들어섰다.
와..금동소조여래좌상을 마주대하니 경건함이 의지와 상관없이 복받쳤다.
예불과 108배를 마치고 미리 나와 곳곳을 둘러보니 이곳이 왜 부석사가 되었는지..의상대사와 선묘이야기에 관한 안내판을 읽고 그제서야 부석사의 깊은 역사를 느끼며 아직도 떠있다는 돌..부석앞에 서보기도 하고..배흘림 기둥이 도대체 뭘 말하는거여..하면서 지붕을 받친 기둥인가..이 기둥인가..의심하며 살펴보다 ?_blank'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는 재현도 못해본 체 예불이 끝나고 나오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아침공양을 하러 내려갔다.
현지에게 줄 죽을 종이컵에 담아 내려와 "부처님이 현지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엄마말도 잘들었다고 이거 선물이라고 주시던데?"
"엄마..준형이랑 혜지는 아침에 안일어났지..부처님이 나만 예쁘다고 주신거지.." 하며 하나도 안남기고 다 먹어치운다.

................................................................................................................................................

잠깐 자유시간을 갖은 후 현지를 데리고 부석사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자 다시 그 길을 올라갔다.
가을단풍과 더불어 부석사의 주위 경관 하나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죽 늘어선 노랗고 푸른 단풍길을 걷노라니 절로 신선이라도 된 듯 감개무량이 따로 없었다.
새벽 어둠속에 묻혀져 있던 부석사와 단풍길이 아침이 되자 부슬거리는 빗방울에 더욱 맑에 씻기어 이처럼 비가 어엿쁠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비를 그토록 싫어하던 나였건만..이번 가랑비는 부석사와 가을산을 그저 적셔주고 보듬어준다고만 느껴졌는지..나뭇잎을 쓸어내리며 같이 떨어지는 것조차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양옆의 사과과수원을 보니 나뭇잎도 거의 달리지 않은 가느다란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가 부담스러워 보일 정도로 많이도 달렸다.
"현지야~ 여기가 과수원이야..와..사과가 나무에 매달려있네? 꽃이 지고 나서 저렇게 열매가 달렸구나..현지 과수원 책에서만 보고는 처음 보는거지?"
"엄마 나 사과딸래"
"여긴 주인이 있는 과수원이야..주인도 없는데 자기 맘대로 사과를 따면 다른 사람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거라 나쁜짓이야..사과나무만 보고 사과는 나중에 사서 먹자"

현지는 엄마와 다니기보단 이사람, 저사람에게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며 사람을 즐기는 것 같다.
내 몸이야 편하긴 하지만 데리고 다니면서 할말도 많고 기억시켜줄 것도 많은데..하면서 결국엔 "아이 데리고 다니면서 안아주지만 말고 풍경 좋은 얘기 많이 해주세요~~~" 하고 참견을 해버렸다.

................................................................................................................................................

천왕문을 지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휘호한 부석사라는 현판을 보면 뜰 부자인 浮자의 삼수변의 모습이 마치 스님이 합장을 하고 고개숙인 모습같다고 해서 보고 감탄.
아무설명없이 부석사의 경관만으론 경치좋고..유명한 곳..이리 진한 감동이 없었을터이지만..
올라가고 쉬고..또 올라가고 보기를 반복하게 하는 층층이 올려진 지형을 느끼며「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책에서 읽은 '높은 단 하나를 오르면 낮은 단들이 나타나고 다시 높아지는 등 매우 리드미컬하게 걸음을 조절한다'는 석단도 유심히 살펴보고, 시멘트는 굳는데 50년 썩는데 50년이라는데 이 석단은 바람이 드나들며 데리고 온 수많은 이물질들이 그 안에서 새생명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몇백년을 단단히 자릴 지키고 서있을 수 있다(유용주산문집「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서)는 이야기를 되새기며 큰돌과 그 사이의 작은 돌들까지도 하나 하찮게 버려지지 않고 제역할을 다하는 모습에 또한 자격지심에..왠지 모를 자신감상실에 허덕이던 나에게 좋은 교훈을 얻기도 했다.
나같은 작은 돌이..하나둘 빠져나가면 저 큰돌을 지탱해줄 힘이 아래로부터 무너지니 나는 소중한 존재이다..격려하며..

사찰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과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만한 사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안양루였나..범종루였나..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어쨋든 석탑이 세워져 있는 밑에서 멀리 보이는 그 둘중의 한곳을 쳐다보면서 부처님 모습이 다섯개가 보이냐고 가이드가 묻는다.
어..그러고 보니 보이네..근데 아무에게나 보이는게 아니고 불심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나?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사이비한테도 불심이 있나보네..하면서 서로들 멋적게 웃는다(초심자가 절반이라 그랬나보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나무를 끼움형식으로 만든 공포사이의 공간이 멀리서 보면 공간이 만들어 낸 부처님이 보인다는 것이다.
직접 가서 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현지에게도 이 진기한 광경을 보여주려고 아무리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키며 말을 해도 촛점을 맞추지 못한다.
생생하게 들었던 설명이 다는 기억은 잘 안나지만 무량수전에 오르기 전에 통과하는 안양루는 밑에서 보면 안양문이라는 현판이 보이고, 위에서 보면 같은 건물인데 안양루라고 적혀있어서 문과 누각의 기능을 동시에 한다고 한다.
범종각의 지붕은 맛배지붕(반듯한 지붕?) 내려가는 길에서 보는 안양루의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날개를 달고 훨훨 날듯이 내려가라고 그렇게 지어졌다는 설명을 들으면서도 상황이 떠오르지 않아 정확하게 이해는 되지 않았다.
어쨋든 한 지붕인데 맞은편의 지붕모양이 다른건 처음이었다.
같이 간 동호회의 건축 전공하는 아이가 범종각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도 했다.
동양의 건축구조는 보통 넓은 면에 문이 있고, 서양의 건축구조를 보면 좁은 면에 문이 나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좁은 면에 문이 나있어 극락을 뜻하는 무량수전으로 이르는 길이 좁고도 힘든 길임을 나타내주는거라나?
(덧붙여서 인용-범종각은 그 건물의 방향이 여느 건물과는 달리 측면으로 앉아있다. 건물의 지붕은 한쪽은 맞배지붕을 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팔작지붕을 한 쪽이 정면을 향하고 있고 맞배지붕이 뒤쪽을 향하고 있는데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면 왜 목수가 지붕을 그리했는지를 알수 있으며 그 지혜에 절로 감탄이 난다. 부석사가 소백산맥을 향하여 날아갈 듯이 앉아있는데 범종각이 정면을 향하고 있으면 건물이 전반적으로 무거워보인다. 따라서 범종각을 옆으로 앉혀놓고 뒷쪽을 맞배로 처리하여 건물이 전반적으로 비상하는 느낌을 주고 답답해 보이지 않아 좋다.)

국보 17호라는 연꽃무늬가 아름다운, 신라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석등과 조사당의 벽화..삼층석탑과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보물 그 자체라는 설명에 한번 와서 부석사를 느끼려 한다는 것이 욕심임을 알았다.
사찰을 설명하시는분이 말하길..부석사는 아침이 다르고 점심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며..봄이 다르고 여름, 가을..그리고 겨울 올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며 수십번을 와도 의상대사의 그 큰 뜻을 느끼지 못해 한탄스럽다는 소리까지 했다.

................................................................................................................................................

부석사에서 찍은 필름만 네통은 됐을까..넓게 펼쳐진 산의 굴곡들(이 모든 정경이 부석사의 정원으로 비유되어 가장 큰 정원을 지닌 절이라는 얘기도 있다)을 아쉽게 뒤로 하고 서울로 향하기 전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교육기관인 소수서원에 들른다고 했다.
이곳에서 역시 가이드가 역사적인 관심때문에 얻은 학식인지 직업정신에 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인 사건부터 고시조까지 읊조리며 사람들의 감탄사를 얻어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원을 읊는단다는데 여기 있는 소나무들은 기둥이 모두 서원쪽으로 향해 향학을 불태우는 나무들이라며 학자송이기에 경건하게 존중을 해줘야 하는 나무라면서 ?_blank"학자소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하고 인사를 꼭 드리고 이곳을 떠나야 한댄다.
"현지야, 저기 보이는 서원은 옛날 사람들이 다니던 학교야..그런데 여기 소나무들도 공부가 너무 하고싶어서 모두 저렇게 서원쪽으로 기울어진거래. 현지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 소나무들이니까 인사 드려야겠다 그치?"
"소나무 안녕하세요~"

이 서원이 옛날에 절이 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수서원 당간 지주와 문종때의 역사적 사건..스승에 대한 공경으로 스승의 그림자가 비치는 곳에서 물러난 곳에 배치하여 지었다는 숙소 ..경렴정(景濂亭)현판의 亭자의 꼬리에서도 조선인의 기가 보인다며 일본인들이 그 끝을 잘라 기를 절단했다는 얘기..
그리고 사료전시관에서의 소수서원 출신들의 문서들과 자료를 접하고 현지와 함께 직접 서예를 써보고 탁본을 해보기도 했다.
알것이 너무 많아 어려운 곳이다.

................................................................................................................................................

돌아오는 길..치악산 산머리를 온통 물들인 단풍길이 또한번 가을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내가 언제 단풍놀이를 제대로 한번 즐겨봤던가..
한없이 단풍산과 단풍길을 즐기고 나니 가슴 한가득 풍요를 담고 온 느낌이다.

눈내릴때 한번 다녀오자는 소리를 주워들었는지..엄마 우리 눈올떄 부석사 다시가자..한다.
내가 다니는 카페에 들어갈때마다 대문에 보이는 보석사의 눈내리는 정경을 볼때에도 엄마..눈내릴떄 부석사 다시 가자..조른다. 아빠와 같이 가자는 얘기도 빼놓지 않고.

김삿갓이 부석사에 올라 안양루에서 내려다보며 읊었다는 시가 가슴에 남아 옮겨본다.
평생에 여가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
백발이 다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 있고
천지는 부평같이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오듯
우주간에 내 한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인간 백세에 몇번이나 이런 경관 보겠는가
세월이 무정하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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