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희 아파트에 사는 초등 5학년 아이가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면허 무보험의 할아버지가 겁도 없이 차몰고 다니시다 애끓는 생명 하나 하늘나라로 보내신 것이더군요.
바로 30분 전에 잘 다녀오겠다고 나간 아이가 얼마 후 싸늘한 시체가 되어 나타난다면 그 부모 마음이 어떨지, 정말 남의 일이지만 하루종일 마음이 떨리고 손이 떨리고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의외로 이 죽음이란 넘이 실제로 우리 주위에 가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뉴스에 보면 연일 터지는 사건과 사고들. 어디서 사고가 나서 몇 명 죽었다 누가 다쳤다 그런 일들은 다 강건너 남의 일만 같은데... 정말 그 일이 내 일이 아니고 내 가족 일이 아니고 내 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꼈어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제 어릴 적 아주 인상이 깊은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웃에 사시는 똑같은 나이의 아들을 둔 두 아줌마가 친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한 아들은 인물도 좋아, 공부도 잘 해서 모 지방대학교 의대에 합격을 해서 아줌마의 자랑거리의 전부인 아이였구요.
한 편 같은 나이의 다른 아줌마의 아들은 공부도 못해서 전문대를 겨우 갈 정도이고 크흑, 인물까지 신통챦아서 늘 이 아줌마는 아들 얘기만 나오면 비교되고 기가 죽어서 늘 속상해 했답니다.
그 속상함은 늘 고스란히 아들에게 가서 “**이는 저렇게 인물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데 너는 도데체 뭐냐? 너 죽고 나 죽자. 공부 좀 해!” 소리 빽빽 지르기 일쑤였지만, 아들을 아무리 들고 볶아도 타고난 인물과 하기 싫은 공부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 의대 간 아들이 1학년 MT를 갔다가 갑자기 물이 부는 바람에(강가에 텐트를 쳤나봐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거예요.
저도 많이 충격을 받았어요. 바로 엊그저께 지나가다 만났던 사람이 갑자기 죽어서 이제 영원히 못 본다니...
물론 삶의 전부였던 그 아들을 잃은 아줌마의 슬픔은 그야말로 말을 할 수가 없었죠.
그 때 상대편 아줌마가 자기 아들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면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아가, 공부 못 해도 좋고 인물이 못 나도 좋다. 그냥 내 옆에 오래오래 살아만 있어라. 그냥 내가 눈감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주라.”
저는 육아에 있어 마음을 비우고 욕심내지 않고 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 애가 욕심만큼 안 되고 마음대로 안 될 때는 속상합니다.
그 때마다 저는 그 일을 떠올린답니다.
그냥 얘가 살아서 내 옆에서 숨쉬어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그냥 내가 얘 보들한 뺨에 뽀뽀하고 그 손을 만질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가.
세상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도 많은데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것만 해도 감사하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다------ 마음을 비우고 애를 안아줄 수 있게 된답니다.
맘님들도 육아를 하면서 어떨 때는 욕심도 나고 비교도 되고 성에 안 찰 때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욕심이 애한테 큰소리 내고 들고 볶는 걸로 갈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저는 아이가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해 본답니다.
공부 좀 안 되면 어떻습니까? 얼굴이 남보다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머리가 좀 좋지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그냥 건강하게 웃으며 내 옆에 살아 숨쉬어 주는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지 않나요?
그런 애절한 마음으로 오늘도 애를 안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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