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아님 벌써 여름인가?
해가 길어지면서 아이가 놀이터에 터잡고 있는 시간도 점점 길어집니다.
이제는 거의 7시까지 놀아댑니다.
어떻게 하나 보려고 두고보다 결국 참다 참다 못해 제가 데리러 갑니다.
정말 대단한 놀이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저희 아이 소개를 해 볼까요?
나이: 7세
성별: 여아
특성: 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들이기도 한 것 같은 착각을 자주 일으키게 함
장기: 노는 것에 도를 틈과 동시에 친구 사귀기에도 도를 트고 있는 것 같음
7세 하반기를 코앞에 두고 요사이 무척 마음이 바빠집니다.
한동안 뜸했던 쑥쑥에 다시 돌아와보니 다른 아이들은 등짝이 보이지도 않을만큼 앞서가 버렸건만
울 딸은 엉뚱한 소리만 해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늦잠 자는 아빠를 향해 "daddy is sleepyhead." 한마디 하더니 하는 말.
[엄마 나 갑자기 영어를 잘하네. 멋지지?]
내가 아무리 푼수 엄마래도 정말이지 너를 당할 순 없다 싶었지만 바로 나가는 대사 한마디.
[그럼. 멋지지~~]
손가락까지 척하니 올려봅니다.ㅋㅋ
[근데 엄마 내가 꿈을 꿨는데 꿈은 고체야 액체야 기체야?]
[...글쎄...ㅠㅠ 뭘까?]
[꿈은 아마 액첼꺼야. 우리가 볼 수 없잖아.]
뭐라 할말이 없는 엄마.
[밥 먹어. 밥. 그래야 또 놀지.]
아 우리가 볼 수 없다면, 그런 논리가 있다면 차라리 기체라고 해주면 안될 것도 없건만... 뜬금없는 액체는 또 무신 소리인지....
올 6월이면 울 딸, 동생이 생깁니다.
엄마맘은 더욱 바쁘기만 하고 몸은 무겁고 머리는 터지고... 아 정말 삼중고입니다.
더구나 저희 딸이 다니는 유치원이 좀 색다른 유치원인지라 제가 등하원을 직접 해야 합니다.
자동차도 20여분을 달리는 거리...
어떻게 저떻게 여기까지 오기는 왔는데 꼬마가 태어나면 어렵겠다 싶어 유치원을 옮기고 싶은 엄마.
[딸, 우리 버스 타는 유치원 다니면 어떨까?]
[싫어요.]
[거기 나혜도 다니고 세원이도 다니고 또... 버스도 타잖아~~]
[유치원을 옮기는 일은 아주 이상한 일이야. 괴상한 일이야.]
강압적인 목소리 등장
[그럼 동생 태어나면 어떻할꺼야?]
[콜택시 불러 줘. 나혼자 갈게요.]
띠용~~~ 총맞은 기분....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
[올 때는 어떻게 할건데?]
[선생님한테 콜택시 불러달라고 하지.]
졌 습 니 다. 완패입니다. 흑흑.
발레 싫다 피아노 싫다
태권도나 수영을 배우겠다 고집하는 아이.
영어는 어디에 갔던지 한글도 이제 겨우 읽을 수 있는 아이.
매일 산에 가 놀고 친구네가 놀고 놀이터가 놀고 또 놀아도 집에 오면 엄마, 우리 뭐하고 놀까?
물어보는 아이.
정말 엉뚱 쌩뚱 깽뚱의 극치입니다.
그래도 저는 울 딸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첫째 건강합니다. 이렇게 놀아대는 걸 보면 건강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합니다.
둘째 씩씩합니다. 뭐든지 혼자서 하려고 맘을 먹습니다.
뭐 그 일들이 상당부분 놀이에 국한된 일이긴 합니다면 그래도 혼자 열심히 모험을 떠나는 뒷모습이 대견해 보인답니다.
셋째 의욕이 넘칩니다. 이 세상이 온통 신나는 일 투성이 입니다.
요며칠 심난한 마음에 잠자리가 뒤숭숭...
이거 이거 이러다 나 애 데리고 일내는거 아니야? 했습니다.
우리 잘 버틸 수 있을까? 신랑에게 몇번씩 다짐 받고 받고 또 받고...
그러다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될 수 있으면 많이 누리며, 평생을 함께 할 친구인 책과 조금씩은 뒹굴며,
즐겁기만 하다면 마다하지 않는 영어도 쫌씩 넓혀가며, 좋은 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기쁘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저희 가족의 모습인걸요.
그래도 왠지 어느 구석에선가 희망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 같은 이 기분...
제발 그 희망이가 넓은 그늘을 가진 멋진 나무로 자라길 이 순간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쑥쑥몰
체험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