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지금 40개월이고 저희가 사는 곳은 미국 입니다. 태어나서 줄곧 한국말만 듣고 자란 아이라 한국말이 훨씬 자연스러운 아이죠. 집에선 영어 단어 한자도 쓰지않고 한국말만 합니다. 비디오도 뿡뿡이 같은 한국 비디오를 틀어주죠. 영어를 배우기전에 일단 한국말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단하나의 영어 단어도 쓰질 않고 한국말만 가르치고 읽어주고 했는데, 미국에 사는 한국 아이치고는 한국말 잘합니다. 한국에 사는 한국 아이들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나 27개월이 되었을 때, 집근처에 있는 몬테소리 스쿨에 넣었어요. 물론 미국 학교이고, 한국인이 별로(거의) 없는 지역에 살기 때문에 아이들 역시 미국인들입니다. 보내면서 나름대로 무척 고민했죠. 물론 아이는 영어를 하나도 못하던 상태였고, 간혹 길거리나, TV에서 본 단어 몇개정도 말을 할까 말까 한 상태로 일단 학교에 넣었는데, 영어 진짜 안늘더군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엔 한국말 느는 것이 멈춰버리더군요. 아마 아이가 혼란을 겪고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9개월을 다녔는데도, 영어다운 영어는 안되고, 혼자 중얼거리며 놀 때 영어는 아닌데,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말의 톤이 영어의 톤이긴 하더군요. 여기서 제가 느꼈던 것은, 한국에 있는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면서, 부모님들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1년정도는 아무 생각없이 언젠간 늘겠지.. 하는 심정으로 보내셔야지, 금방 잘하려니, 왜 안느나 그런 조바심을 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미국에 있는 저희 아이나,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나 상황이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 학교에서 말곤 영어를 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TV 나, 쇼핑할 때 듣는 말은 영어이니 좀 낫나요? 아님 엄마가 집에서 전혀 영어를 쓰지도 가르치지도 않으니 더 못한가요? ^^ 어쨌거나 저희는 영어보다는 일단 한국말이 더 걱정이었어요. 느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으니까요. 그래서 한국말을 가르치려고 따라하게도 시키고, 이것저것 말을 많이 시켜 보았습니다. 근데 효과적이었어요. 아이의 우리말 실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을 확실히 느꼈으니까요. 저희 아이의 영어는 썸머스쿨을 시작하면서 늘기 시작하는데, 단어부터 하는게 아니라 문장부터 말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짧은 문장부터요. 앞에 27개월부터 35개월까지, 9개월동안 보냈을 때보다 썸머 한달반동안 말이 훨씬 더 늘었던거 같아요. 앞서 9개월은 half time으로 보내고, 썸머스쿨은 full time으로 보내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만, 아마 계속 들어왔던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쌓일만큼 쌓여 저절로 흘러넘칠 시기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9월학기를 시작했는데, 아직도 저희 아이는 영어보단 한국말을 더 잘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하는 영어를 알아듣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애 학교 선생님이 우리애가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같은 또래 미국 아이들에 비하면 한다고 할 수가 없는 수준이죠.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날 때, 한국 사람을 만나면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미국 사람을 만나면 영어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때로 저희 부부의 발음을 고쳐주기도 합니다. 아직 만 3살이라... 영어나 우리말의 발음이 똑똑치는 않지만요. 저는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학교에 보내기 보다는, 유치원 과정으로 보내는 것이지만 요즘 한국에 있는 제 친구도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걸 보면서 아마도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어렸을 때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 유치원에 다니는 저희 아이도 영어 느는게 더딘데, 혹시 아이가 영어가 왜 이렇게 안느냐고 걱정하시는 분이 계실까 싶어 글을 남깁니다. 저희 아이는 언어발달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아니란 말씀을 일단 노파심에서 드리구요.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날 부모가 놀랄만한 말들을 터트리곤 하니까 기다리세요. 그러나, 저흰 다른 걱정이... 아직 집에서는 절대로 한국말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 원칙은 계속 유지할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맘이 편하지는 않아요. 잘하고 있는건지, 잘못하고 있는건지....그런 갈등은 계속되네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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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하면서 우리말도 점령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