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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동기부여

  • 원이맘
  • |
  • 2001-09-24

얼마전부터 다이어리 필자들 글을 여기도 올리게 되었거든요....~ (다들 알고계신 사실인가요?^*^;)

어릴적 저희 집 안방엔 어울리지도 않게 '개다리 소반'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아파트에 허름한 개다리 소반이라니 참 요즘 인테리어 감각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설정이었지요.(뭐 요즘처럼 '젠스타일'이니 '퓨전스타일'이니 하면서 전체적으로 컨셉을 그렇게 맞췄다면 또 모를까..전혀 그런 근사한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ㅎㅎ)그 물건의 구입경로 같은건 알길이 없구요(요즘이라면 재활용품 모아놓은 곳에서 주워왔을 법하게 허름 그 자체였습니다),아뭏든 그 초라한 개다리소반 위에는 항상 책 몇 권이 놓여있었는데요,뭐 가끔 물갈이를 해서 바뀌는 목록들도 있었습니다만 몇권들은 붙박이처럼 그 소반 위에서 눌러 살았더랬습니다.어찌나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켰는지 뜻도 모르면서 제목까지 외워버렸고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니까요."식품 카르텔""백년동안의 고독""아동심리학 개론" 등이 가장 오래도록 그 자리를 고수한 책들이었는데요...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었는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아마도 아이들 먹을거리를 챙기느라 엄마가 보던 책이고 아롱이 다롱이 색색이던 저희 남매를 파악하기 위한 책이었으며 ,엄마가 좋아하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르께스'의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더구나 고만고만한 아이 둘을 기르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건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고 어쩌다 생기는 여가도 아이를 위한 재투자(간식을 만들고 좋다는 책을 살펴보고 놀잇감을 만들고...)로 채우기 일쑤였습니다.그리고 책을 읽어도 육아와 관련된 것,비디오를 봐도 위씽이며 위글스며 아이 비디오 보기 바빴고 친구들을 만나도 아이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물론 이 모든 것들이 엄마로서 당연하고 또 후회스럽지도 않습니다.매 순간순간 나의 시간을 정력을 아이들을 위해 쓸 때마다 기꺼웠거든요.하지만 엄마가 아이와 눈높이가 같아진다는 것이 엄마의 자기성장을 멈춰버린다는 것과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그리고 첫아이를 안아들고서 그 조그만 몸뚱이를 어찌 안아야할지를 몰라서 당황했던 그 아이가 훌쩍 커서 잠자리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20대 중반 이후 아무런 발전도 없는데(사실 발전이 없다는 건 제자리 고수가 아니라 퇴보겠죠...) 아이는 너무도 금새 커버린다는 걸 깨닫고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그리고 그럴 즈음에 든 생각이 예전의 그 개다리 소반이었습니다.

유익한 책을 고르기 위해 서점을 드나들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그걸 모아 추려내고..그런 노력들도 분명 아이에게 유익하겠지만 방 한 켠에 개다리 소반 하나 갖다 놓고 거기 앉아 책을 읽는 엄마의 모습이 아이에게는 무언의 교육이며 보다 먼 미래로의 비전제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물론 '책읽는 엄마'가 좋다는게 뭐 그리 새삼스러운 의견도 아닐뿐더러 아직도 '책읽는 행위'자체가 포시라운 정신적 유희내지는 '내가 그리 미련하게 솥뚜껑 운전이나 하는 부엌데기는 아니란말야'라고 시위를 하는 일종의 정신적 사치로 비춰지는 점도 없지 않기에 이런말 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음..그런 치기를 대학 신입생 시절 부린적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무작정 출판사의 시리즈물 사상신서라든가 어려운 책들을 사서는 연신 하품을 해가며 '난 이런 책도 읽는다~'라며 스스로 우쭐해하던 그런 우스운 시절이요.ㅎㅎ 하지만 이제는 그러기에는 철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게다가 엄마에게까지 할애할 물질적 여유를 확보하기 또한 왠만한 가정에서는 쉽지 않습니다.특히나 저희집처럼 오로지 정기적인 수입원이라고는 남편의 월급이 전부인 '나홀로벌이' 가정에서는 더하겠지요...월급날이면 돈들이 제각각 명찰을 달고 나오기때문에 누구는 관리비,누구는 유치원비,누구는 식비,누구는 카드값....자기 쓰임새대로 나가고 나면 뭐 제맘대로 가용할 돈이 몇 푼 있지도 않습니다.그럴때 제가 쓰는 방법이 '십일조'방식입니다.원래야 교회에서 사용되는 말이지만 저는 그냥 제멋대로 수입의 일부분(그게 수치대로 딱 10퍼센트를 쓸 수야 없구요..ㅎㅎ대충 어느선상에서)은 아이책이든 내 책이든 책을 사는데 쓰는걸로 인정하는 방식을 그렇게 부릅니다.사실 인정이라기 보다는 그냥 자꾸만 제 맘 속에 생기는 '에구구...이 돈이면 뭐를 할 수 있는데....괜히 쓸데 없는 일하고 있군..'하는 죄책감에게 면죄부를 발행하는 겁니다.실제로 시행 초기에는 흰 봉투에(은행 현금 인출기 옆에 많지요?그걸 이용했습니다) 따로 보관도 했었는데 그게 뜻하지도 않게 방문한 야쿠르트 아줌마에게로 가기도 하고 때론 은행 가기 귀찮아 반찬값으로 대출(?)을 하기도 하고 하느라 자꾸만 변칙유용되는지라 그만두고 지금은 그냥 마음으로만 어느 적정선을 정해놓고 그 선 안에서 책을 구입합니다.그리고 그 적정수준에 이르면 다음달로 구입시기를 미루구요.사실 요즘은 오프라인에서보다 인터넷 서점에서 대부분을 구입하기때문에 현금을 이용할 일이 없기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아이에게 영어를 접해줄 때도 어느정도 이 방법이 효과적(?)일것 같습니다.이유도 모르고 재미도 모르고 자꾸만 아이 앞으로 영어책을 그리고 그밖의 교재를 들이민다면 혹시 아이가 외면하지는 않을까요?(그걸 표현하든 아니면 다만 속으로 쌓아만 놓든 말입니다)엄마가 영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음식도 그렇잖아요...엄마가 맛있게 먹는 모습 보여주면 괜히 한 번 먹어보는..)아이들이 호기심에서라도 순전히 자발적 의사로 책을 보려하지 않을까요?제가 이번 달에 구입해서 읽은 책은 The Princess Diaries와 알리체의 일기,사랑하는 싱싱..외 몇권입니다.(쓰고 보니 제가 남의 일기를 즐겨보나봅니다...ㅎㅎ)가끔씩 킥킥대는(킥킥댔다는건 The Princess Diaries를 말합니다..) 엄마를 보며 뭔가 그 속에 자기가 모르는 재미난 세계가(더구나 영어를 알아야만 알 수 있는) 있다고 생각되서인지 자꾸만 들여다봅니다.그리고는 제가 아는 몇 안되는 단어를 가리키며 반색을 합니다....(공주과 딸아이가 아는 몇 단어 중 하나는 바로 Princess입니다^*^)그러면서 재밌냐고 자주 묻습니다.왜 어른들이 주말의 명화라도 할라치면 방에 가서 자라고 등을 떠밀때 얼마나 목마르게 그 영화를 보고싶어했는지 그런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아실겁니다.입장불가인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궁금했었던지요...

가끔 엄마가 영어를 혹은 공부를 못했어서 '한'이 맺혀서 아이에게만은 영어를 꼭 시키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신 분들이 계십니다.그래서 엄마는 무얼 해서라도 뒷바라지를 하겠노라며 철저하게 자신을 희생하는 분을 뵌 적도 있습니다.지나친 희생은 또 그만큼의 보상심리와 쌍생의 관계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 비장함 앞에서 한마디도 못 꺼내고 다만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을 다짐했었습니다.참 진부한 표현 중에 '말을 물가까지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지요..헌데 요즘 그 말(??!)들은 어찌나 빨리들 크는지, 또 어찌나 고집들도 센지 예전의 조랑말을 생각하신다면 금새 힘에 부치게 되고 맙니다.그나마 어릴때야 조오기 맛난 물이 있다고 얼러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맛있는 풀을 흘려 놓아 유인(?)해보기도 하고 또 그 풀을 엄마의 요령껏 맛나게 조리해보기도 하구요..그런저런 방법이 통용되기도 합니다만은 이녀석들이 어느샌가 종마처럼 제 힘이 세지고 제 뜻이 분명해지면 어느곳으로 달려갈지 아무도 심지어 낳고 기른 엄마조차도 알 길이 없습니다.그럴때 힘으로 정면돌파를 하려들면 서로가 힘만 빼고 결국엔 둘 다 지치고 말게 아니겠습니까?언젠가는 닥칠(음..저는 언젠가는 저희 아이들이 그럴 날이 올거라고 미리부터 제 자신에게 '예방주사'를 놓곤 합니다...그래야 충격이 덜하겠지요...) 그 힘겨루기를 피해가려고 미리부터 짐짓 모르는척 하면서 그 물가에서 첨벙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달디 달게 물 마시는 모습을 수시로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말이!)스스로 물을 마시고픈 욕구를 느끼게끔 동기부여를 하려합니다.

조상의 음덕으로 다행히 기특한 자식을 두어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글씨를 쓰거라~'할때 글씨를 쓴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만약 내 아이가 깜찍하게도 '그럼 저도 떡을 썰래요~'라고 한다면 도데체 어쩌나 하는게 크는 아이들을 보면서 드는 저의 엉뚱한 생각입니다.물론 공부만이 능사는 아닙니다.제가 책을 읽네 어쩌네 하는것도 아이가 책을 읽어서 학문으로 승부를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벌이는 일은 아닙니다.어느 분야에서건 제 몫을 다하고 후회되지 않을만큼 능력 발휘를 하려면 자신만의 독특한 창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창의성의 바탕은 바로 다방면에서 축적된(그리 길지 않은 인간 수명을 고려할때 주로 간접 체험에 의해서 축적된) 정보들이기때문입니다.언제부터인가 교육분야에 있어서 화두로 등장한게 '창의성'인데 그 창의성이라는게 밑도 끝도 없이 전무후무한 상태에서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샘솟는게 아닌것 같습니다.구텐베르크는 동전주조기와 포도주 짜는 기구를 결합해서 인쇄기를 발명했고,뉴턴은 밀물과 떨어지는 사과를 조합해서 중력을 알아냈으며,리프먼은 연필과 지우개를 합쳐서 지우개 달린 연필을 발명했습니다.바로 이런 창의성의 최고 정점에 있는 발명이나 발견 조차도 이처럼 축적된 지식들의 재결합 내지는 새로운 조합에서 생겨난 것이니 독서 이유기때부터 아이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키는게 그리 공허한 외침 같지는 않습니다.그리고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뭐 혹은 비전제시라든지요)로서 엄마의 책읽는 모습만한게 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몇일전 '빈센트 반 고흐'의 위인전을 읽어주는데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프랑스어와 영어,독일어를 배웠어요.그때 배운 다른 나라 말들은 훗날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여러나라의 책을 읽을 수 있었고,어느 나라에 가든 말이 통하지 않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거든요~'라는 부분이었습니다.'프랑스어'라든가 '독일어'라는 단어 자체가 생경한 6살 큰아이는 그게 뭔지를 물어왔습니다.그래도 영어를 알기에 설명하기가 수월했지요.그리고 같은날 저는 고흐의 그림이 나오는 다른 책을 읽었습니다.(일부러 계획한것은 아니었고 어쩌다보니 우연히 그렇게 되었습니다..)자기도 본적 있는 그림이라서 엄마의 어깨너머로 아는척을 합니다.'엄마도 고흐 봐요?''응..엄마도 고흐 좋아하거든..'아이의 눈빛이 반짝입니다..엄마가 좋아하는걸 자기도 알고있고 또 자기도 볼 수 있다는게 무척이나 제 스스로 대견한가 봅니다.아마 이제 앞으로 다시 고흐를 읽을때는 더 진지하게 그리고 몰입해서 보게되지 않을까요?그러면서 위에 인용한 그 부분에서 모르긴해도 제 나름의 어떤 동기를 부여받게 되지 않을까요?물론 이건 순전히 엄마의 사심어린 바램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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