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출근을 하려는데 승호 엄마가 그럽니다. 승호 깨워야 한다구요. 제가 집에서 나가는 시각이 아침 6시기 때문에 승호가 저 출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밤 승호가 잠들면서 엄마에게 그랬답니다. 아빠한테 인사해야 하니까 꼭 깨워야 한다구요. 이럴 경우 안깨우면 나중에 울고불고 야단입니다. 승호를 비롯하여 아이들은 대체로 자기 전에 한 말을 결코 잊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자고 있는 승호 옆에 가서 '아빠 간다' 하고 몇 번 말을 걸었더니 잠결에 '그래' 합니다. 요즘 자기랑 많이 놀아주니까 인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걸까요? 이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으니까 세발 자전거 이야기 그만 하고 다른 이야기 할까 합니 다. 자전거 타면서 영어를 익히는 것과 동시에 저 역시 다른 분들처럼 비디오와 책을 영어 공부에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 이야기도 해드리지요. 승호 역시 보통 아이들처럼 엄마나 아빠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합니다(지금까지 8:2 정도 로 엄마가 더 많이 읽어 주었습니다). 승호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읽은 한글 책은 '위대한 탄생'과 '첫 발견' 시리즈였습니다(다 한글본입니다). 그 시리즈에 있는 책은 저도 대부분 읽 었는데 정말 좋은 그림책들이많더군요. 저희는 엄마랑 아빠랑 둘 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쑥쑥에 오시는 부모님들처럼 좋은 책 찾으러 서점에 가서 직접 보고 비교하고 구입해서 미 리 읽어보고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그저 유명하다는 책을 사서 읽어 주기에 급급했습니 다. 그 점이 항상 승호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요? 이제 머리가 조금 커진 승호가 주로 읽는 책은 뭘까요? 실망스럽게도 디지몬 책입니다. 문 방구에서 파는 1000원짜리 디지몬 수첩은 8권인가 까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서 9 권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답니다. 그걸 거의 밤마다 읽어 달라고 합니다. 전 수 많은 디지몬의 진화 경로와 제1, 제2 필살기를 거의 다 외웁니다. 이 만화가 너무 폭력적이라 보 는 것을 막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마징가 Z 보면서 자란 저 지만 그다지 폭력적이지 않으니 믿어보는 거지요. 어쩌면 마징가 Z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하리수 같은 트랜스젠더가 나와도 별로 놀라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하리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아수라 백작이 생각났었거든요. 그런 분 없나요? 그나저나 승호 엄마가 패 션 쇼 가서 하리수 몸매를 봤는데 진짜 끝내준다고 하데요. 야리야리한 원래 여자 모델들은 흉내낼 수 없는 선이 굵으면서도 볼륨이 풍부한 매력적인 몸매랍니다. 이런 몸매를 요즘 디 자이너들은 찾고 있다고 합니다. 자, 오늘은 너무 많이 이야기가 옆으로 샜습니다(제 특기지요?). 요즘 제가 활용하고 있는 영어 교재는 단연, The very hungry caterpillar입니다. 그 이유는 이 교재에 대한 평가나 활용 후기들을 많이 구할 수 있었고 교재가 이미 집에 있었기 때문 입니다. 비디오는 전에 누나가 승호에게 선물로 줘서 가지고 있었고, 책은 얼마 전에 퇴근하 다가 서점에서 샀습니다. 그 비디오를 승호는 다른 비디오보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습니 다. 아마도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되어 있어서 그런가봐요(벅스 라이프의 경우 우리말로 더 빙된 비디오를 먼저 한번 보고 나중에 원어로 된 비디오를 얻어서 보여주었는데 아주 잘 봅 니다. 몇 번이나 보더라구요. 반면, 처음부터 영어로 녹음된 만화를 보여주었을 때는 잘 안 보더라구요). 지금까지는 엄마나 아빠가 함께 보면서 도와주지 않고 그냥 승호 혼자 보게 했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승호야.. 너 배고픈 애벌레 알지?" "엉.." "아빠가 그 책 사왔다." 승호 입이 벌어집니다. 하여간 선물 사왔다고 하면 일단 좋아합니다. 우선 한 번 읽어줍니다. 쑥쑥에 올라와 있는 글에서처럼 승호 역시 애벌레가 먹은 음식에 뚫린 구멍에 관심을 가집니다. 제가 손가락을 넣어 보라고 했더니 좋아라 집어 넣네요. 일단 책을 한 번 다 읽고 나서 승호에게 비디오를 보겠느냐고 물었지요. 당연히 승호는 비디오를 보겠다고 했습니다. 자, 시작입니다. 비디오를 보던 승호는 책에서는 애벌레가 나뭇잎에 구멍을 내면서 먹었는데 비디오에서는 그냥 한번에 먹어 치웠다고 다르지 않냐고 항의합니다. 뭐 똑같으라는 법 있습니까? 그리고, cocoon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한 마디로 저게 뭐냐 하는 거죠. 전 알지도 못 했던 이 단어를 승호는 곧잘 따라합니다. 발음이 재미있나봐요.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하늘 로 날아 갈 때는 여러 가지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날개 색깔이 화려하다고 승호가 그럽니 다. 참, 아이다운 발상입니다. "너도 여러 가지 음식 잘 먹어야 돼" 하고 아빠의 잔소리가 이어졌음은 물론입니다. 비디오를 보다가도 중요한 표현이 나오면 pause 단추를 누르고 제가 한 번 더 읽어 주기도 했구요. 덧붙여서 간단히 영어로 설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비디오 보다가 승호가 화장실에 쉬하러 갔는데요. 쉬 하면서 "I like caterpillar. I like caterpillar."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리고는 총알같이 달려와서는 다시 틀어 달라고 합니다. 역시 아빠가 같이 보면서 이야기도 해주니까 좋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손에 책을 들고 비교 하면서 보니까 더 재미있나 봅니다. '배고픈 애벌레'가 끝나고 나서 연속해서 '아빠 달 따줘 요' '뒤죽박죽 카멜레온' 등이 나옵니다. 승호는 이 이야기들도 한글 책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기 방에 뛰어들어가서 그 책들도 뽑아 옵니다. 그 비디오를 보면서 저는 옆에서 계속 영어로 반복해서 이야기도 해주고 같이 모션도 하고 그랬습니다. 시간이 후딱 지나가더군요. 일단, 배고픈 애벌레를 통해서 승호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칠 생각입니다. 아직도 요일 개념 이 없는 승호에게(승호는 토요일을 첫 번째 쉬는 날, 일요일은 두 번째 쉬는 날, 월요일은 첫 번째 디지몬 하는 날, 화요일은 두 번째 디지몬 하는 날 식으로 부릅니다) 요일을 가르 칠 생각입니다. 영어와 우리말 둘 다요. 이미 탁상 달력을 갖다 놓고 비디오를 보면서 한 번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밖에도 많지요? 과일 이름, 숫자, 진화 단계(egg->caterpillar->cocoon->butterfly) 등 말 이죠. 그 다음 책은 당연히 '아빠 달 따줘요'와 '뒤죽박죽 카멜레온'이 될 것입니다. 영어 책 을 살 필요도 없지요, 한글 책이 있고 스크립트는 비디오에 나오니까요. 한 몇 달 우려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지지난 주말 강원도에 놀러 갔다가 오는 길에 옥수수를 사와서 승호 엄마가 껍질을 벗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저랑 승호는 뛰어 갑니다. 벌레가 나온 것이 지요. 벌레라면 생각만 해도 진저리치는 승호 엄마는 빨리 잡으라고 야단입니다. 애벌레입니 다. 누런 색 같은데 머리 쪽은 까만 색입니다. 승호는 caterpillar라고 소리칩니다. 그렇게 세 마리를 잡았습니다. 옥수수 껍질과 벌레의 시체가 들은 쓰레기 봉투를 버리러 승호랑 현관 을 나서는데 승호가 그러더군요, "아빠.. 난 caterpillar가 그렇게 까만 줄 몰랐어." 때맞춰 이 뤄진 좋은 현장학습이었습니다. 고놈들을 잡아서 성장 과정을 지켜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벌레가 집안에 있다는 사실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편, 그 옥수수는 무공해 옥수 수임이 분명합니다. 당분간 옥수수 돌이 승호와 옥수수 순이 승호 엄마의 입이 즐겁겠군요. 사실 먹는 양은 두 사람 보다 제가 더 많습니다. 승호 말대로 아빠가 제일 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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