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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17일 화요일]

모임 엄마에게 사랑티켓을 끊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기한이 20일까지라기에 서둘러 공연을 보러갔다.
약도에 표시된대로라면..3번출구로 나가 11번 마을버스를 타는것이었지만..한참 공사중이라 3번출구는 막혀있었고, 다행히 동생집이 근처였기에 다니던 곳이어서 버스타는 곳까진 갔지만..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않고..어떤 아주머니가 11번 버스가 안다닌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는 택시를 탔다.
예전 계몽아트홀이 동영아트홀로 바뀌었다.
극단사다리의 상설공연장인 그곳으로 들어가니 지금까지의 사다리공연작품 포스터들이 예쁘게 단장이라도 한 듯 우리를 맞이했다.
"엄마..이거..이거 뭔지 알아? 이거 나 본거야.." 하며 제목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얘기한다.
제목을 몰랐더라도 '호랑이 이야기'를 보러 온 것 같았다.
부직포로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호랑이가 곳곳에 걸려있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었으며 미리 공연장에 와서 기다리면서 지루하지 않게 놀 수 있는 파스텔톤 화사한 볼풀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내부는 넓고 좌석은 편했다.
무대도 넓었지만 사실적이 아닌 조금은 은유적인 무대디자인을 하는 사다리의 공연이라면 조금은 소품이 왜소해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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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에 쓰여지는 음향을 맡은 악기들을 소개해 주었다.
장구와 북, 징..그리고 간단하게 타령 장단을 배웠다.
'덩 딱 덩따쿵!' 예전에 죽산캠프에서 배웠던 '쥔 쥔 문여소'를 알려주니 아이는 장단의 리듬이 금새 살아난 듯 '덩 딱 덩따쿵!'을 소리높여 따라한다.
마지막 '쿵' 대신 '얼쑤'라는 추임새 넣자니까 몸을 뒤로 약간씩 뒤집으면서 '얼쑤~ 얼쑤~' 한다.
그러고보면..국악이나..전통공연을 통해 우리장단과 음악에 노출이 많이 되긴 한 것 같아 오히려 이런 장단을 클래식보다 더 재미있게 잘 즐긴다.
그래서 전통극이나 마당극 형식, 전래동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민화에서 보았던 호랑이, 만화 캐릭터로 이용된 호랑이 등 다양한 모습을 한 7개의 호랑이 가면을 쓴 배우들이 나와 부채춤이나 전통무용에서 보여지는 율동을 탈을 이용해서 생기있게 보여준 후 퇴장하면서 드디어 호랑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무과시험을 보러 떠나는 젊은이가 우연히 들른 주막에서 호랑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도 용감하게 그 산길을 거슬러 과거를 보러 떠난다.
호랑이를 만나게 되지만 호랑이는 싸울 생각보다는 뭔가를 호소하는 듯 보여 젊은이가 호랑이를 따라간다.
덫에 걸린 새끼호랑이를 보고 젊은이가 구해주지만, 어깨를 다쳐 무과시험에서 낙방하고 만다.
호랑이가 자기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며 꿈속에 나타나 '마을사람들을 괴롭힐테니 나타나서 나를 활로 쏘라' 하니 젊은이는 차마 그리 하지 못한다.
호랑이가 '이미 죽을 때가 되었으니 가죽을 남기는대신 은혜갚음을 남기게 해달라' 며 자기를 쏘아달라고 다시 부탁하고 마을로 내려가 더욱 포악해져 날뛰니 젊은이는 할 수 없이 호랑이를 쏜다.
먼 길을 떠나는 모습과 산길을 걷는 과정을 객석으로..무대로..산을 표현한 천의 뒤로 들어간 배우들이 인형으로 표현되고..다시 무대로 이동하는 공간구조를 보여줬다.
한정된 공간에서 아주 먼길을 가는 것처럼..
"사람이 왜 인형이 되냐"며 한마디 던지는 현지.
"멀리 있는 곳으로 자꾸 가서 사람이 작게 보이는거야..옷이 똑같지? 저게 젊은이고..저게 할아버지야"
젊은이와 호랑이가 만나 싸우는 장면에서 칼을 떨어뜨린 젊은이에게 호랑이가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칼을 되돌려 주는 부분이나, 엉뚱하게 겁만 많은 젊은이의 산길 동행자 할아버지의 행동..초록색 하늘거리는 천에 그려진 산은 배우들이 나오면 뒤로 가서 배경이 되고, 인형이 되면 앞으로 나와 공간을 좁혀주었고, 회색빛 천을 뒤집어 쓰고 앉아있으면 바위가 되는 무대소품들도 간단하면서도 아기자기해서 중간중간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부분이 되었고, 호랑이가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두문불출 나타나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아는체를 하며 배우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어 이것역시 참여를 의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든다.
젊은이의 꿈속에 나타난 호랑이가 사람처럼 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더니 아이가 속삭인다.
"엄마..저 호랑이도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호랑이야?"
집에서 보았던 타이완의 전래비디오 '사람이 되고 싶은 호랑이'를 보고 하는 말이다.
"아니, 꿈속에서는 호랑이는 사람도 되고, 신령님도 되는거야..호랑이는 말을 못하니까..꿈속에 나타나서 얘기해주는거야"
동물일지언정 은혜를 갚음으로써 늙은 가죽보다는 차라리 '은혜갚은 호랑이'라는 이름을 남긴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오늘 나온 호랑이는 '나무꾼과 호랑이형님'의 호랑이와 사촌 정도 되는 관계인가보다.
오늘 등장한 호랑이 이야기는 들은 적은 있지만 이야기책으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전용극장에서 극단 사다리의 공연을 일년 내내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꼭 극단 사다리가 아니더라도 어린이를 위한 공연을 연구하고 실험하여 내놓는 극단이라면 어떤 극단이던 이렇게 전용극장으로 자리잡아 공연을 보는 즐거움을 전해줄터이니 모두 환영이다.
동영아트홀에서 나와 그 앞에서 조형작품과도 사진찍고, 호랑이 이야기 대형 포스터 앞에서서도 사진을 찍었다.
길 건너편에 11번 마을버스가 가는 것을 보고 아까 그 아주머니가 잘못 알려준 것을 알았다.
멀쩡하게 다니는 마을버스를 안다닌다고 하다니..
근처에서 백숙으로 저녁을 먹고 이번엔 마을버스를 제대로 타고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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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관련 된 책 읽기를 했다.
창작동화 위주로 책을 읽다가 4~5세부터는 전래동화를 읽어주어도 좋다고 하기에 구입해 읽어주게 되었다.
아이는 전래동화 광이다.
전집으로 구입한 후 이틀만에 30권을 다 읽고도 세번씩 읽은 책까지 있으니 말이다.
전래동화테잎을 틀어주면 전래장단에 맞추어 흥얼거리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따라하기도 한다.
집에 있는 책 중 호랑이가 나온 책을 골랐다.
사람이 되고 싶은 호랑이(한솔교육)-중국 전래동화로 호랑이가 사람이 되는 주문을 보고 그대로 하여 사람이 되었는데 꼬리가 안없어져서 어린아이 세명을 잡아먹어야 꼬리가 없어진다기에 어린아이들을 잡기위해 변장하고..사탕으로 유혹해 어린아이들을 기절시키는 등..변신도 하고, 어린아이도 잡아가는 무서운 이미지의 호랑이다. 비디오를 보고 책으로 줄거리를 확인한다.
단군이야기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 호랑이 뱃속에서 만난 사람들(한솔교육)-사람이 되고싶어 곰과 함께 동굴로 들어가지만 뛰쳐나와 결국은 사람이 되지 못한 참을성 없는 호랑이, 할머니를 잡아먹고는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결국 수수밭에 떨어져 벌을 받은 호랑이, 팥죽할머니와 밭매기를 하여 이기면 할머니를 잡아먹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후 내기에서 이겨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하지만 할머니를 도와준 친구들에 의해 죽게된다, 확인도 하지 않은 체 심증으로만 지레 겁을 먹는 겁쟁이 호랑이, 역시 사람잡아먹는 호랑이지만..크기가 어마어마하여 호랑이 뱃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호랑이가 우리를 먹은 것인가..우리가 호랑이를 먹는 것인가' 하며 호랑이 살을 떼어 먹는다.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보리)-비슷한 내용이라도 이야기의 구성이 조금 다르고 어감이 틀려서 읽고난 후의 느낌도 다르다. 팥죽할머니를 잡아먹으려다 밤톨이나 멍석, 지게에게 당해 물에 빠져 죽게된다.
토끼와 호랑이와 담이와(시공주니어)-아기호랑이가 나온다. 어른들은 자기보다 강한 누군가를 조심하라고 하지만..꼬마동물들은 서로 모여 친한 친구가 되어 노는 이야기.
나무꾼과 호랑이 형님(한림출판사)-처음엔 나무꾼을 잡아먹으려 하지만 형님이란 말에 어머니에 대한 효를 다하는 효성깊은 호랑이.
호랑이는 꼬리가 길어, 길면 뱀이지(국민서관)-할머니의 꾀에 넘어가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
치와 호랑이와 토끼(웅진)-한두번 속는 것도 아니고..세번씩이나 토끼에게 속는 미련함이 답답하지만 달리보면 의심없이 잘 믿는 모습도 보여준다.
내가 처음 가 본 박물관 '이 소리 들리니?'(길벗어린이)-수묵으로 그려진 호랑이 작품이 있다.
얼마전 사다리의 공연 '은방울꽃과 호랑이바위' 도 물론 포함해서.
그림책에 나온 호랑이 캐릭터는 성격은 물론이고 화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악역을 도맡긴 하지만, 그 악역의 대부분은 골탕을 먹거나 스스로 파멸하거나다.
하지만 효성 지극한 호랑이..동물의 왕이면서도 사냥꾼을 무서워한다거나..하는 다양한 호랑이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기에 여러가지 책을 보여주는 것이 사고를 좁은 곳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호랑이가 무섭고 나쁜 호랑이만 있는건가?"
"아니..착한 호랑이도 있잖아"
"그래..바보같은 호랑이도 있고..겁쟁이도 있고..사람이 되려고 아이들 잡아먹는 호랑이도 있고..오늘 나온 호랑이는 어땠어?"
"무서운데 착했어"
"그래..자기 새끼 살려줬다고 은혜갚은거지"
호랑이가면을 만들기로 했다.
스케치까지 해왔으니 분명 만들 종이 하나하나 오려서 만들 생각이었는데..귀찮았다.
"엄마 호랑이 만든다면서"
"그래, 만들자..엄마가 종이에 호랑이 그려줄께..현지가 색칠하자 알았지?"
"그래.." 하고..잠시 미루었는데..
"엄마 나 호랑이 그렸으니까 가위로 안삐지게 오려줘"
혼자 호랑이를 그려 가져왔다.
그린대로 오려줬더니 "아흥~ 난 호랑이다" 하면서 장난을 친다.
정말 볼품없는 연필로 그려진 호랑이였지만 자기가 그린 호랑이 탈을 쓰고, 밖에 나갈떄도 들고나간다.
지하철에서도 다른 사람앞에서 가면을 쓰고 "어흥"거리기도 할 정도로 지금 애착을 많이 갖고있다.
내가 예쁘게 오려서 만들어주는 것보다..아이가 혼자 해서 갖고 노는 것이 더 낫겠단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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