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저는 배짱좋게도 시댁에 안가고 친정에서 탱자탱자하고 놀았습니다. 하지만 이 휴가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시부모님이 다음달에 앞집으로 이사를 오시거든요. 제가 안간 사이 남편이 넌지시 말을 꺼냈답니다. "요즘은 여자들이 시댁에서 허리펴지 못하고 일하는것이 너무 불만이 많다"고요. 그러자 시어머니왈. "내친구들 모인 자리에서 얘기들으니 요즘은 며느리들이 오자마자 애 딱 안고서 - 저 애기 봐야 돼요-하고는 방에 처박혀 있다더라. 밥먹고 설거지라도 할라 치면 조금 하다가 방에서 애소리가 '엥'하면 번개같이 방에 가서 안나오고!!!" 하며 분개하셨다지요. 사실 집안일이란 남자는 짐짝이라서 모든일이 여자의 분배에만 의존합니다. 며느리가 안하면 늙으신 시어머니 몫이지요. 그런것을 간단히 생각하면 어쩔수 없이라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옳은 형태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 저희 시어머니는 "일년에 며칠이나 된다고 명절고거 일하는것으로 난리들인지!!" 하셨답니다. 일년에 우리가 얼마나 쉽니까? 저는 일년 아무리 쥐어짜도 구정연휴,추석연휴,여름휴가밖엔 생각이 안납니다. 그럼 우리는 매일 일만 하고 사네요.(저는 여름휴가도 시댁으로 가니까요) 명절같이 노는날이 우리에게 절대로 평생 주어지지 않는다 이말이죠. 뭐 듣자하니 딴나라당이 이번에도 주 5일제 근무를 결사 반대하는 모양인데 그이유가 너무 많이 논다는 모양입니다. 저는 제가 언제 놀았나 기억이 안납니다. 외국처럼 한달몽창 여름을 놀아보기를 했습니까,명절에 해외여행을 가봤습니까? 우리나라처럼 개미같이 헝그리 정신으로 일하는 사람들,알고보면 정말 딱합니다. 명절도 편히 쉴수 없습니다.꾸역 꾸역 어찌보면 정말 기이한 민족의 이동이 일어납니다. 저는 우리딸이 이런 삶을 살게 할순 없습니다. 당연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니까요. 비합리가 합리속에 교묘히 위장되어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우리나라. 합리적이어야 할 고학력자들이 점이나 보러 다니는 이상한 행태도, 신문이 책임지지 못할 이상한 기사를 쓰고도 사과한마디 없는데 그것을 묵과하는 이상한 관용도,건너야 할 강과 산이 많습니다. 그모든 것을 가진채로 개혁은 아마 힘들겁니다. 저는 간단합니다. 제가 주도권을 잡는 날 홀랑 뒤집을 것이니까요. 그래야 변하지,제가 또 아랫사람 붙들고 "그래도 어쩌고 저쩌고.."하면 우리딸이 제 전철을 밟습니다. 제 남편은 엄청 합리를 존중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입만 합리적입니다. 바로 생각의 기초가 합리적이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시댁에서 남자들이 야박하게 놀기만 하는 꼴은 못봐주겠다고 하니까 남편 하는말이 "도와주지,뭐."하고 간단히 말하더군요. 저는 콱 물고 늘어졌죠. "도와줘?" "엄청 봐주는구나,내가 나먹자고 그난리 치냐?" 그랬더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그동안은 별로 안힘들어 보였거든" - 요건 일부 사실입니다.제가 내려가는 동안 손이 빠른 시어머니가 먼저 다 음식을 하시고 기다리시거든요.그래도,바뜨.흠.! "오호라,그러셔? 그럼,내가 임신해서 골반과 다리가 아파서 걷지도 못하고 벽을 서너군데 짚고 일어나는데 아주 몸이 가벼워 보이셨나? 아니면 애 새벽에 간신히 재우고 서너번씩 깨는거 업고 안고 재우다보면 동터서 시부모님 일어나시는데 그냥 눈비비고 밥하러 가는데 그게 쉬워 보이셨나? 오호라,당신 전날 9시부터 자더니 그게 많이 힘드셨겠구만... 그래?그럼 제사상 차리는 정도는 아주 가배얍게 보셨겠구만. 안힘들다고?해보지도 않고 고따위로 말을해?" 울남편의 유일한 장점은 제말이 옳으면 바로 고개를 숙이는 점입니다. "미안........" 저는 오늘도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좋아,제사.차례.그거야 (아주 쓸모없는 짓같지만 - 죽은 사람 놓고 눈물 짓느니 저는 살아 계실때 잘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자고 하면 나름대로 명분이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부침개 미친듯이 부쳐서 또데우고 또데우고(나중엔 기름만 질질 흐르고 맛대가리도 없더구만) 것두 모자라 싸주고, 그런짓은 안해!(음식도 한꺼번에 많이 준비해서 냉장고 밖에 굴리니 나물들 이틀되니 쉬더구만..) 집안일 눈치보느라 신경전 벌일 대단한 신경의 소유자도 아니고, 잽싸게 일하고 다같이 놀아야돼.난 하녀가 아니거든. 그리고 나 집에서 노는거 아냐. 난 '주부'라구.난 24시간 풀가동하는 아주 3D 업종의 하나인 주부야. 나도 쉬고 싶어! 내게 휴일좀 줘봐. 당신 휴일에 쉴때도 밥하고 일하는 내가 왜 연휴에도 허리 못펴고 일해야 하는데? 대체 어느 직장이 그렇게 1년 내내 24시간 일한다고 하든????" 답은 쉬워요. 우리가 뒤집어 버립시다.불합리한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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