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댁에서도 얼핏 그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가장 큰 시아주버님께서 요즘 뉴스며 언론에서 남자들이 도와줘라 도와줘라... 하는 분위기이니 이번 추석은 우리들이 설거지를 한번 해볼까나,.? 라는 말씀을 모두 모인 저녁상에서 하시더군요. 식구들이 한바탕 웃으면서 호응하는걸 보니.. 당장이라도 실행할 분위기였습니다만... 누가 그랬냐는 듯이 식사가 끝나고 빈 그릇을 주섬주섬 챙기는 사람들은 결국 며느리들이었습니다.-_-; 물론 그 이후 계속 상차리고 씻고 설거지하고를 반복하다가 돌아 왔습니다. 저야 막내며느리라 일도 잘 못하고 많이 봐주셔서 불평할 처지도 못됩니다만.. 어쨌든 남자들 빈둥빈둥 놀고 고향친구들 만나러 나가 있을때 허리 펼틈 없이 지내고 온것은 사실입니다. 더욱 더 서글픈 것은.. 시댁이 광주에서도 더 가야하는 완도라 연휴동안 포항의 친정도 다녀온다는 것은 꿈도 못꿀 처지라는 겁니다. 다른 동서들은 광주나 완도가 친정이라 살가운 엄마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고 오지만 전 그러지도 못합니다. 모두들 모인자리에서 시누가 그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티비에서 며느리들의 반란 어쩌고 하는 내용이 나왔을때 아는 여자들이 열받아서 방송국에 전화를 했다구요. "맨날 팔자 퍼지게 사우나에서 놀기만 하던 여편네들이 일년에 한두번 가족들을 위해 일 조금 하는 것, 그것도 못하느냐. 그런 소리좀 방송에서 하지 마라. 여자들이 자꾸 보고 배운다."라구요. 자기들은 일년 내내 사우나에서 팔자좋게 사는 여자들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저로서는 기가막혀 말도 안나왔습니다. (시누님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이 허탈했습니다. 그런 소리가 남자들도 아닌 여자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서글프지요. 고향. 그리고 조상을 섬기는 것. 모두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왜 그런 전통과 미풍양속은 남자들만의 것이어야 하는지, 왜 여성들의 희생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그런 현실을 고쳐볼 생각은 않고 아들만 꼭 낳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다들 그렇게 살아왔어." 라고 대꾸하는 남편에게 저는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그럼 당신도 혜윤이가 시집가서 우리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남의 조상 제삿상이나 시동생 친구들 술상이나 차려주고 허리 펴지도 못하게 일하고 오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아니면 혜윤이 세대에서부터 어느날 갑자기 세상이 확 뒤집혀서 그렇게 안해도 되는 세상으로 바뀔거라고 생각하는거야?" (한마디가 아니네요..-_-;) 에구..뭐라고 맺을 말이 없네요. 다들 기운차리시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지요. 힘냅시다, 힘!!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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