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랫만에 사촌들도 만나고 새 옷도 선물 받고 주머니도 두둑해진 내 딸을 보며, 문득 서글퍼 졌습니다. 자식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차례상 앞에서 조상님께 기도를 올리며 넉넉하고 흐믓한 웃음을 짓는 어머님을 보면서도, 문득 서글퍼 졌습니다. 내 딸의 모습에서는 과거의 내가 보이고, 어머님의 모습에서는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나를 봅니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집안 일 정도라면 눈 감고도 한다며 척척 음식을 차려내는 큰 동서 옆에서 어설픈 시다바리를 하며 "안 힘드세요?"하고 물으니까 "이런 일이 뭐가 힘들어?"하는 답이 돌아 옵니다. 상차리는 육체적인 일 자체가 힘들다기 보다는...그냥 좀 서글프지는 않으세요? 라는 물음은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질 않습니다. "만약 이런 명절에 처가에 가서 1박 2일 동안 별로 쉬지도 못하고 시키는 일만 하다면, 자기 조상도 아닌 분들의 상을 차리고 '이 분들도 다 네 조상이다'는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쓰면서 그 시간들을 보내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하고 시동생한테 물었더니, "세상이 좀 바뀌야죠..." 합니다. 시동생도 결혼을 하면 달라질까요.... 이런 명절엔, 이젠 아예 당신의 친 조상님 보다도 더 조상 같은 시댁 어른들 상차리는 게 너무 당연해 져서 당신 영혼의 소속까지도 아예 바뀌버리신 시어머님과, 실컷 일 하고도 힘든 줄 모르며 결혼한 여자에겐 당연한 일 아니냐고 되묻는 동서를 보면서 화가 납니다. 화가 나는 데....그 대상이 여자들끼리라는 게 또 더 화가 납니다. 그 옆에서, 그까짓 일도 일이라며 며느리의 항변이 육체적인 게 전부인 것으로 매도하는 눈빛들, "힘들면 들어가 쉬어"라는 무책임한 말이 전부인 남편을 보면서도 화가 납니다. 사촌 오빠, 동생들과 온 동네를 뛰돌며 깔깔거리는 내 딸을 보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며칠을 보냈습니다......


쑥쑥몰
체험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