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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와...

  • thounme
  • |
  • 2001-10-04

휴일아닌 휴일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시댁에 가 있던 2박 3일간 남편은 완전 남이더군요. 3일 내내 방에 들어가 잠만 자구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도 못한거 같아요. 만일 남편이 제 친정에 와서 그 고생(?)을 하고 있다면 전 그렇게 무심하고 서운하게는 하지 않을거 같은데... 가는 날 엄청난 교통체증을 겪으며, 어머님과 형님이 모든 음식 준비를 끝마치신 밤중에야 도착해...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면서 죄송스러워 얼굴도 들지 못하고 도착하자마자 있지도 않은 일거리를 찾아 주섬주섬... 물론 막내며느리이고 그리 많은 음식을 준비하지는 않는 시댁 분위기여서 설겆이 몇번, 청소만 도맡아 하고 오긴 했지만 휴우~ 역시나 명절 방송매체에서 흥을 돋구는 고향가는 길 어쩌구 하는 멘트와는 거리가 먼 마음이었지요... 내 고향은 서울인데... 명절은 고향 가는 길이 아니라 고향 떠나는 길이죠... 마음 좋으신 시어머님과 형님의 배려로 차 밀릴라 빨리 가라고 등 떠밀려 속으로는 좋아 입이 찢어지면서도 겉으로는 그래도 성묘는 하고 가야죠 두어번 버티는 척 하다가 못이기는 듯 추석 다음날 집으로 왔습니다. 정말 차가 밀리지는 않더군요. 하룻밤을 푸욱 자고-남편은 3일 내내 잠만 자다 와서 그런지 새벽 3시까지 TV를 보며 잠들줄을 모르더군요- 근데... 정말 화 나는거... 잠 자고 있는 사람 흔들어 깨우며 보일러좀 올려라 내려라... 첨엔 잠결에 시키는대로 했는데.. 정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키가 작아 팔 길이도 짧으므로 누운 자세로 보일러 스위치까지 손이 미치지 않아 자기도 귀찮기는 했겠지만... 저 역시 숏다리, 숏팔이어서 일어나야 하는건 마찬가지고 게다가 잠까지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다니... 정말 그 심리가 궁금합니다...아울러 복수할 건덕지가 하나 더 생깁니다. 다음날 늦잠 자는 남편을 보며.. 그래 도대체 몇시까지 자나 한번 보자... 안깨우고 버티다가 결국 두손 들고 오후 3시가 넘어 깨웠습니다. 남편은 제 친정 가는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가기 직전에 라면 끓여 먹고 결국 저녁 6시가 넘어 길을 나섭니다. 참고로, 친정은 저희 집에서 10분 거리입니다. 전 속으로 굳은 결의를 합니다. 복수할꺼야~~~ 최대한 오래 있다가 오자~~~ 방금 밥 먹고 와 배가 부르다고 친정엄마가 준비하신 밥상에는 앉아보지도 못하고 버티고 버티다가 친정 문을 나선것이 7시 입니다. 에고... 결국 또 한시간만에 나왔네요. 제 딸, 아들도 그리 될까요? 남매로 자란 저 역시 명절 기간에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 얼굴을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큰아이 학교는 이번주 토요일까지 효도체험학습 기간이라 등교를 하지 않기에 아이 둘을 다 친정에 떼어놓고 왔습니다. 그리도 밉던 남편인데... 부부가 뭔지 애들을 떼어 놓고... 갑자기 신혼 분위기가 됩니다. 친정 가기전 TV에서 참치원양 어선 선원들 생활 방송해 주는거 보고 계속 참치회 타령을 하던 남편은 선뜻 참치회 먹으로 가잔 말을 눈치보느라 꺼내질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 찔러만 봅니다. 남편 눈빛만 봐도 먹고 싶은게 뭔지 아는 저는 계속 모르는 척.. 이제 생활비도 없는데 월급때까지 어떡하지? 딴소리만 하다가... 결국 남편 용돈에서 까기로 하고 참치회를 먹으로 갔습니다. 맛있게 먹고 집에 와 보니 남편 핸드폰이 없습니다. 다시 가보고 거기도 없다 하고.. 아마도 택시에 놓고 내렸나 보다... 알딸딸 술에 취했던 남편은 제 눈치를 보느라 술도 다 깨고 사색이 됩니다. 아직 할부도 끝나지 않은 핸드폰인데...미안해... 어떡해...전화기를 붙잡고 계속 걸어보고... 영화 JSA를 보느라 대꾸도 안해줍니다. 어짜피 내 돈 나가야할거 생각도 안하고 쌤통이다 속으로 고소해하며 남편이 절절매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순간 남편이 조금 불쌍해 보입니다. 월급 타다 몽땅 갖다 주고 용돈 받아 쓰는 남편...난 남편 눈치 안보고 내 맘대로 하는데... 넉넉치는 않은 형편이라 그래봐야 몇푼이지만... 추석 몇일 전 벼르고 벼르던 30여만원을 하는 사이언스 스토리북도 의논없이 내 맘대로 사고 남편은 샀는지 조차 모르는데... 남편은 회식자리에서 회비 몇만원 내는 것도 내게 미리 말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통 큰 여자가 됩니다. 자기야~ 까짓거 몇백만원도 아니고 겨우 30만원(허걱!)짜리 핸드폰 하나 잃어버리고 뭘 그래. 그래도 할부금 두달 갚았잖아(헉!) 앞으로 할부 끝날때까지 버틸테니까 내 핸드폰 가져! 나 핸드폰 없어도 돼. 잘 됐네~ 난 필요 없는데 괜히 돈만 낭비하는 거야. 괜찮아~~~(괜찮길 뭐가 괜찮아? 할부 10개월이나 남았는데-.-) 참치회 집에서 전화가 옵니다. 없는줄 알았는데 청소하다가 발견했다고... 남편 얼굴에 다시 혈색이 돌고... 전 어짜피 찾을줄 알았으면 더 통 큰 척할껄.. 이러이러한 멘트를 했어야 했는데... 생각하며 둘이 다시 찾을 수 있는 핸드폰에 행복해 하며 시댁에서 싸준 녹두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시고 잠자리에 듭니다. 오늘은... 남편은 출근을 하고... 전 내일부터 출근입니다. 친정 엄마 역시 친할머니댁에 가서 허리 한번 못펴시고 오셨을테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 하루라도 편히 쉬라고 제 아이 둘을 맡아주셨습니다. 남편도 없고, 아이들도 없고, 학교도 안 나가고, 어디 일년에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모처럼의 기회입니다. 쉬는 날... 남편과 아이들이 있으면 그게 어디 쉬는 날인지... 제 한 몸 하루 편하자고 그리 건강하지도 않으신 친정 엄마에게 혹덩이를 떼어주고 이리 뻔뻔스럽게 푸욱 쉬고 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엄마 가신 뒷날에...오늘 일이 후회스럽고 가슴에 죄송함이 한으로 맺힐지도 모르지만... 제가 제 아이들에게 그렇듯이... 이따가 전화 한통해서 엄마 덕분에 푸욱 쉬었어. 그동안 쌓인 피로가 싸악 풀렸어. 한 마디에 엄마 역시 힘들던 것이 싹 가시고 뿌듯해 하실 것을 알기에 이제는 제법 커서 할머니 손을 그리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지들끼리 잘 노는 아이들만을 믿어봅니다. 저 힘들까봐 아이들 어렸을땐 거의 맡아 기르시고 지금도 틈 나는대로 하룻밤이라도 데려가시고 심지어는 제가 출근해 있는 동안 우렁각시처럼 제 집 청소며 반찬까지 해 놓으시고 가는 엄마와 가까이 산다는 핑계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땐 당신은 조퇴와 결근까지 불사하시며 제 아이들을 학교로, 유치원으로 데려가고 데려 오시는 아버지와 함께 보내지는 못한 명절이지만... 이제는 70이 훌쩍 넘기신 시어머님 또한 제 남편 돌무렵 혼자 되어 그렇게 3남매를 키우셨을 생각을 하며... 부모이기에 앞서, 시어머니기에 앞서, 같은 여자로서 왠지 서러운 마음으로... 하지만 진심으로 한번씩들 안아주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어렸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엄마와 시어머니가 다가 오네요. 사실... 저희 시어머니 같으신 분은 세상에 둘도 없으실 정도로 편하고 정말 좋으신 분이죠. 그냥 좋다... 이런 느낌이 아니고 이제는 시어머니가 어린 아이 셋을 두고 남편을 잃고 30여년을 혼자 아이들 공부시키고 기른 가련하고 가슴아픈 여자로 보입니다(앗! 이런 버르장머리가!) 어쨌든... 사는게 다 그런가 봅니다. 결국 명절때 그리도 미워하던 남편도,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던 불합리도 결국은 또 이렇게 잊혀지고 용서가 되고...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명절때는 또 되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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