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고입을 앞두고, 지난 3년을 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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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전]
졸업을 앞둔 겨울 방학에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중학교 재배정을 받아야했는데, 이사간 집 근처에 있는 학교는 학생 수가 꽉 찼다네요. 결국 집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 거리에 있는 학교로 배정을 받았어요. 우리 아이가 지난 3년간 다닌 바로 그 학교였죠...
학습은, 인터넷 강의 중1 과정 종합반으로 예습을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1학기]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데다 교육열이 높은 동네라서 좀 걱정도 되었는데...'우리 집 스타일로 살면 되겠지'하면서 담담하게 입학을 맞았습니다.
입학식 날 눈이 마주친 아이에게 우리 아이가 먼저 눈 인사를 했고, 우리 아이와 그 친구와는 3년 내내 절친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학기 초 선거에서 그 동네 출신 남녀 후보들과 겨루어 학급 회장이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제가 반대표가 되어 시험 감독도 하고 반 모임도 만들고 하는 일을 하게 되었지요.
학원은 영어만 다녔는데 초등 때 다니던 프랜차이즈 영어 학원에 주 2회 다녔어요.
그 외 학습은 인강으로 해결했습니다. 인강은 종합반으로 신청해서 2학기 때도 계속했습니다.
중학 과정이라고 특별히 어렵게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여름 방학]
생각해보니 앞으로 남은 중+고등 6년 중에서 중1 여름 방학이 가장 여유가 있을 때인 것 같더군요.
뭔가 기억에 남을 일이 없을까 하다가 '스리랑카'로 12일간 자원봉사를 갔어요.
당시 탈레반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던 때라 긴장이 최고조였는데, 아이를 보내고 제 얼굴이 반쪽이 되었었습니다.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하루 하루가 얼마나 길었던지...
하지만 아이는 새깧게 그을린 '해맑은'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여름 방학 끝나고 검게 그을린 건강한 얼굴로 학교에 온 아이는 우리 아이 뿐이었다고, 다른 아이들은 방학내내 학원에 다녀서인지 얼굴이 하얬다는 학교 샘 말씀이 두고 두고 기억에 남아요.
이후로 아이는 그 때 만났던 스리랑카 아이들을 잊지 못하네요. 그리고 자기가 힘이 있어야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 때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 NGO 활동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고, 당시 스리랑카 신문사와 인터뷰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자기도 기자를 해 보고 싶다며 중3 때 서울시 청소년 기자에 지원하게 되었고 1년간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입학사정관제니 뭐니 하는 말이 유행도 아니었고 해외자원봉사가 지금처럼 일반화되지도 않았었는데, 중3이 되고나서 그런 게 유행이 되니까 우리 아이가 중 1때 미래를 예견하고 그런 봉사를 챙겨놓았다는 등의 말을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ㅋ
그러거나 말거나...우리 아이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니 그걸로 충분!^^
[2학기]
취미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중간 중간 쉬기도 했지만 2학년 초까지는 배운 것 같습니다. 수학 과외 받을 돈으로 판소리 배우는 독특한 아이라는 말도 들었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개인 레슨을 받았는데, 본인이 판소리를 좋아하는 것에 비해 소질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데 별로 늘지가 않아서...^^;;;
중1 때 학교 동아리는 '영화반'이었었는데, 2학년에 올라가면서 '사물놀이'반으로 바꾸었어요. 우리 소리를 무척 사랑하는 듯...
학습은 계속 인강을 들었는데, 처음에 비해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서 듣다 말다 하곤 했습니다.
[겨울방학]
긴 긴 방학을 뭘로 보내면 좋을까 하다가 각각 1주일짜리 '우리말 토론 캠프'와 '과학 영재 캠프'를 신청했습니다.
초등학교 방학 때는 주로 경제 캠프나 국토순례 등을 했었기 때문에 중학교에 와서는 뭔가 좀 학습적인 것을 하면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에요. 생각해보면, 학원비가 별로 안 든 대신 이런 캠프 비용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쌤쌤인 거죠. 비슷한 비용이 든다면 학원비보다는 캠프 같은 데서 여러 아이들과 부대끼는 게 더 좋은 경험이라는 게 저희 생각...
방학에 격주로 캠프를 가면 학원을 계속 빼먹게 되서, 영어 학원을 끊었어요.
그리고 봄방학 끝에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tip!
저는 '캠프' 간 것에 대해 방학 중의 체험 활동이니까 학교를 결석하고 체험을 간 게 아니라서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료증 받아온 것을 학교에 내지 않았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저의 무지로 인해 우리 아이의 당시의 체험활동 기록을 생기부에 올리지 못했는데, 다른 분들은 미리 미리 알아두세요~
[총평]
중1...하면, 스리랑카가 떠올라요.
우리 아이도 그렇고, 우리 가족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우리 아이의 중1의 이벤트가 그 자원봉사였었나 봅니다.
그 때 생각했던 것처럼, 중1은 앞으로의 6년 중에서 가장 한가한 때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책도 더 많이 읽었으면 좋았을 껄...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전체적으로, 학교 생활에 큰 부담없이 슬렁슬렁하며 즐겁게 중1을 보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