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뻐근들 하십니까? 드디어 추석이 지나갔군요. 다들 무사하시죠? 이제 10월입니다. 슬슬 맘이 바빠집니다. 제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10월말에 끝나는데 그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보고서를 곧 써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시원한 저녁이었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저녁 저는 처가가 있는 아파트의 놀이터에 승호와 함께 있었습니다. 처가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자 장인 어른께서 상가에 가신다고 집을 나서시는데 승호가 밖으로 따라 나가서 할아버지께 인사도 드리고 바람 한번 쐬겠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지요. 장인 어른 차가 저 멀리 가버리고 나자 우리 부자는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곳에 앉았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데요.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시골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많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승호야.. 눈 감아 봐.. 무슨 소리가 들리나 잘 들어봐" 땅에 떨어져 있는 솔방울 줍느라고 정신 없던 승호에게 제가 그랬지요. 승호는 진짜로 눈을 감고 뭘 듣는 시늉을 냅니다. 순진한 녀석.. 그러더니, 저쪽에서 소리가 난다면서 손으로 가리킵니다. "승호야.. 너 생각나지? 예쁜 소리 내려고 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소리가 안난 벌레 이야기.. 귀뚜라미 말이야.. cricket!" 전 '배고픈 애벌레' 비디오에 같이 수록되어 있는 '조용한 귀뚜라미' 이야기를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승호야.. cricket이 언제 이쁜 소리를 냈더라?" "엉, 친구를 만났을 때.. 근데, 아빠 놀이터에 가자.." 기껏 분위기 띄웠더니 이렇게 맥을 끊네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놀이터로 향합니다. 그 공중전화 박스가 보입니다. 결혼 전, 승호 엄마 만나러 집까지 왔을 때 이 전화 박스에서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나, 여기 왔어"(20대 총각의 긴장된 목소리) "응, 기다려"(20대 처녀의 반가운 목소리) 뭐, 이 정도의 간단한 대화만을 주로 나누던 곳이었지만 정이 참 많이 든 장소입니다. 전화 걸기 전의 두근거림을 늘 느끼던 곳이었으니까요.. 요즘은 핸드폰 사용이 일반화되어 이곳 아파트 단지에 애인을 둔 젊은이들도 이 전화를 사용하지는 않겠지요. 전화를 걸고 나서 빙 돌아 저쪽으로 가면 아파트 8층의 승호 엄마 방 불빛이 보였었죠... 벌써 7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은 그 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승호가 제 손을 잡고 서 있구요, 승호 엄마 방에는 승호 엄마 물건 대신 승호 장난감이 놓여 있죠. 놀이터에서 승호는 흙장난을 열심히 하고 있었고 저는 팔짱을 끼고 서서 '대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다소 철학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승호가 소리 칩니다. "아빠! 여기에 하트가 그려져 있어요" 가서 보니 누가 모래바닥 에다가 글씨를 써 두었더군요. '어떤 여자 아이 이름 ♡ 잘 안보이는 또 다른 이름' 아이들이 장난을 한 모양입니다. 큼지막하게 써 두었더군요. "아빠.. 나도 써줘요.. 나도 하트 그려줘요.." 승호가 그럽니다. "승호야.. 승호가 누굴 사랑한다고 써줄까?" 승호는 또박또박 자기 여자 친구 이름을 불러줍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는 아이입니다. 이름만요. 그 아이 이름은 프라이버시 때문에 여기에 못 밝히겠네요 (^_^) '박승호 ♡ ???' 커다랗게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읽어 주었지요.. "박승호 loves ???" 그러자, 승호는 한 명 더 써 달라고 합니다. 에잉..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 자리에다가 두 명의 이름을 쓸 수 있냐고 제가 그랬더니 그럼 다음에 쓰자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영어 표현을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서도 love 라는 말은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엄마와 아빠를 사랑해'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Seung ho loves mommy" "Seung ho loves papa" 승호가 이 말들을 잘 기억했으면 합니다.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연휴기간동안 능동에 있는 어린이대공원(2일)과 교보문고(3일)에 갔었는데요. 정말 사람이 많더군요, 이제는 명절이라도 서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어린이대공원은 제가 초등학교 시절 늘 소풍가던 곳이었는데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과천이나 에버랜드만큼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승호는 그 옆에 있는 어린이회관에서 어린이 연극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잘 기억하더군요. 교보문고는 닫힌 지하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그런지 더 정신이 없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승호가 머리가 아프다고 할 정도였고 저 역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승호가 두 권의 책을 골랐는데 첫발견 시리즈 중 'Dinosaurs'와 'Blue's Clues' 책 이었습니다. 원래는 자동차 책을 사러 갔었는데 승호가 이 두 권의 책이 더 좋다고 하네요.. 지하철 타고 집에 오면서 벌써 두 번씩은 읽었나 봅니다. 나중에 이 두 권의 책을 읽은 이야기도 해 드리지요.. 참.. 책방에 가서 아이 안 잃어버리게 조심하세요. 계산하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사색이 다되어서 와가지고는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어찌 해야 되냐고 점원에게 막 묻는 모습을 봤거든요. 책을 살필 때도 아이 손 꼭 잡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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