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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왜 국산 영어 비디오를 외면하게 되는지를...

  • 깐돌엄마
  • |
  • 2001-10-06

우선 조심스러워지는군요. 좋은 얘길 하려는 게 아니라서 말이지요. 하지만, 악평은 악평대로 필요한 정보라 결론짓고 감히 글로 옮겨봅니다. 알파벳, 숫자, 인사 등등을 강조하는 학습용 비디오는 피하고 있으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영어 비디오는 거의 구입하지 않게 되네요. 소신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들먹일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 나름의, 그리고 제가 알기론 (쑥쑥을 비롯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으시는) 적잖은 분들이 갖고 계신 비디오 선정 기준이라는 게... 자칫 일방적으로 국내 제작의 비디오를 이유없이 외면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시장을 위축시키고 제작자들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가끔 회의하곤 합니다. 얼마 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보게 된 '우리 아이 처음 영어' 역시 할인점 등을 오가며 한두 번쯤은 표지에 시선이 가곤 했던 것이었지만, 구입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비디오였지요. 친구가 아이에게 틀어주며 저에게도 어떤지 한번 봐달라는 얘기에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객관적 시각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가며 끝까지 봐냈습니다. 1) 엉성한 세트뿐 아니라 연습도 충분히 하지 않았음에 틀림없는 어설픈 연기가 눈에 거슬렸습니다. 2) 그러나 형식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보다 큰 가치는 내용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았지만... 역시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2-1) 하나 언니와 아역 연기자들 모두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채 어설픈 발음으로 몇 마디 따라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2-2) 그나마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 성인 연기자를 한 명 투입하였는데, 상대적으로 좀 낫다뿐이지, 더 유창하고 훌륭히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텐데도 굳이 그 분을 등장시켜야만 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2-3) 틀린 영어 표현은 또 왜 그리 많습니까. 이걸 지적해내는 제 눈과 귀가 까다로운 걸까요? 절대 아니지요. '처음 영어'라는 타이틀만 내걸면 단가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거지요. 식빵 조각들을 가리키며 It's a bread. 달걀 세 개를 가리키며 It's an egg. 심지어 It's a milk. It's a butter... 대본 자체가 잘못 되었던 것인지, 연기자의 실수였는지... (뒤에 가산명사가 오든 불가산명사가 오든, 단수가 오든 복수가 오든 개의치 않고 일단 It's a~ 로 시작하시는 분들을 가끔 보긴 했지만...) 그걸 찍고 있는 감독이나 스탭들 귀에도 그게 제대로 된 영어로 들려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간 것인지... 게다가 이 표현들이 다른 연기자도 아닌, 영어를 좀 한다는 그 남자 성인 연기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니, 오호 통재라... Let's play swimming. 이란 표현은 난생 처음 들어보네요.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강조되고 자막까지 동원됩니다. 손을 씻으며 wash hands 라고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 이어지는 It's clean 은 또 뭡니까. 게다가 크린랩 선전도 아니고 clean의 발음은 하나같이 '크린'이라니... boat 그림을 보며 ship이라고, 벙어리 장갑을 가리키며 glove라고... 2-4) 산만하고 무성의하고 도무지 핵심을 파악할 수 없는 컨셉과 구성. 20여분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것도 욕심껏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 표현들 한번 등장했다가, 음식 이름들 등장하고, 신체 부위 슬쩍 나오는가 했더니 동물 이름으로 넘어가고... 2-5) 제대로 된 발음 한번 들어보기 힘듭니다. 노랑 머리에 파란 눈의 외국인 연기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도 좋은 발음과 억양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 많지 않습니까? 이걸 사대주의라고 보시는 분은 안계시겠지요. 애니메이션 부분에 잠깐 원어민의 더빙이 들어가 있긴 한데... 교과서 읽듯, 억양도 없이, 또박또박 끊어 읽어주니 이거 또 답답할 노릇입니다... 2-6) 주제가에서 완성되는 무성의와 조악함의 극치 비디오가 시작되면 토토와 코코라는 요정이 살고 있는 나라로 떠나자는 주제가가 흘러나옵니다. 음... 대충 분위기가 떠오르지요. 요정의 나라에 함께 여행을 가서 영어를 배우는 모양이로군... 그러나 비디오가 끝날 때까지 요정의 모습이라곤 찾아 볼 수도 없고 토토나 코코라는 이름도 들어볼 수가 없습니다. 두서없이 이런 저런 연기자들과 상황이 뒤엉키지요. 주제가가 무슨 상관이냐구요? 도대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분들은 무슨 생각을 가졌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몇 세 수준의 어떤 영어를 어떤 식으로 접근시킬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로서는... * 그냥, 권하고 싶지 않은 비디오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것을 왜 이리 흥분하며 떠드느냐고 묻고 싶으신지요. (글을 시작하며, 절대 흥분하지 말아야지, 길게 쓰지 말아야지, 결심을 했건만, 자판을 두드리는 제 손가락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고 말았군요...) 물론, 이 한 편의 비디오로, 국산 영어 비디오 전부를 평가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왜들, 정말,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투자'를 하지 않는 겁니까. 왜 제대로 된 인력을 투입해 제대로 된 비디오를 만들려 하지 않는 겁니까. 영어가 우리의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 수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 쑥쑥만 해도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신 걸로 압니다. 영어권 아이들이 보는 비디오도 물론 좋은 교재가 되지만 마음만 먹으면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익히게 하는 좋은 비디오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스라엘도, 프랑스도, 심지어 일본까지도(혹 빙XX을 언급하는 거라 생각지는 말아주시길. 개인적으론 별 호감을 갖고 있질 않아서요...) 다른 나라로 수출까지 해가며 좋은 영어 학습 비디오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우리라고 왜 못하겠습니까. 이런 몇몇 무성의하고 투자할 줄 모르는 얄팍한 상업적 목적만 가진 제작자들 때문에 국산 영어 비디오 시장의 질이 높아질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무슨무슨 영어라는 타이틀을 걸로 쏟아져나오는 비디오들은 많지만 그 수준, 그 내용에 있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저처럼 한두 번 국산 비디오에 실망한 이후로 원어 비디오로 발길을 돌려버리는 것도 문제일 테고, 정보의 부족이라든가 여러가지 이유에서 '영어 비디오'라는 이름만 믿고 그나마 그런 비디오를 구입해 보여주는 부모님과 그 아이들도 안타깝고... 아무튼 이 비디오를 보며, 이 비디오 자체보다도 우리나라 비디오 시장에 대한 복잡한 회의가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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