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큭.. 사진을 통해 여기 오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제 주위에 있는 아기 엄마들의 모습과 하나도 틀리지 않네요. 그런데, 다음 부터는 책걸상을 준비해서 모임을 가지시는 것이 어떤지요? 조금 불편해 보였습니다. 요즘은 길거리 가다가 아이 데리고 가는 엄마들을 보면 왜 그렇게 친근감이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저 이러다가 트랜스젠더 되겠다고 하지는 않겠지요?). 처녀들보다 아줌마들에게 더 눈이 간다니까요. (^_^) 즐거운 토요일입니다! 오늘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초등학교 동창 친구 가족들과 강원도로 놀러 가는 날입니다. 대학 때부터(87년부터죠) 독서토론 한답시고 각 대학에 흩어져있던 동창들을 모아 서클을 조직했는데 그 때부터 모아놓은 회비를 이제 가족모임에 쓰고 있습니다. 그 당시 처음으로 토론했던 책이 바로 이문열씨의 '사람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요즘의 이문열씨 모습을 보면 착잡합니다. 그나저나 여기 게시판에는 왜 이렇게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겁니까? 불과 이틀 전에 제가 글을 올렸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뒤로 밀려버렸더군요. 껄껄.. 일전에 차를 타고 가다가 승호 엄마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다행이야.. 승호가 영어 공부를 재미있어 해" 조용히 승호 엄마가 말을 받습니다. "아빠랑 노는 것을 즐기는 건지도 모르지.." 가만 생각해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승호와 영어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승호랑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 전에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승호 혼자 놀게 하거나 역시 피곤한 승호 엄마와 놀게 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승호가 잘 때까지 거의 제가 책임지고 놀아 줍니다. 승호 엄마 말대로 승호는 영어 공부 보다 그걸 더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놀면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승호야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어른인 저는 안 그런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더 쉽게 피로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차 가지고 와서 굴리고 놀자고 할 때 그냥 그거 형식적으로 굴리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같은 차 놀이를 해도 나름대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노니까 재미있고 잘 지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승호에 대한 제 사랑이 자꾸만 커져간다는 것입니다. 함께 지내면서 승호의 자질구레한 습관과 성격도 알게 되고 오만가지 표정도 보게 되면서 승호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집에 와서 그냥 TV나 신문을 보면서 보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내 아들과 노는 일과 비교 조차 할 수 없는 그런 허드렛 일에 소중한 시간을 투자했던 것입니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아빠들은 정말 불쌍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이들과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제약 당하는 상황에서 갈수록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퇴근 시간이 빠르고 일정한 저는 행운아입니다. 대신 돈은 별로 못 법니다). 아이들은 점점 더 엄마를 따르게 되고 아빠는 집에 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자기 편이 없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로, 저를 포함하여 주위 분들을 보면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와 친하고 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이유가 단순히 어머니가 자신을 낳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아버지만 해도 평생을 술주정 한 번 안하시고 성실하게 일하시며 우리 가족을 이끌고 오셨는데 아쉽게도 전 아버지와 그다지 친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아버지의 속마음은 안그러시겠지만 저희 형제들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번 하신 적 없구요. 한마디로 전형적인 우리나라 아버지이셨지요. 전 이러한 아버지의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무거운 사랑? 그런 것도 전 반대합니다. 아이의 면면을 하나하나 이해해가면서, 아이의 잠재력을 발굴해가면서 노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를 이 나라 아빠들이 알게 되고 또 경험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엄마들의 지원과 노력이 절실합니다. 우리 사회의 지배문화인 가부장제(이것 때문에 아빠도 엄마도 힘듭니다)를 포함한 남성지배문화가 그 기득권을 쉽게 놓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실질 소득이 조금 줄어드는 아픔을 겪어야 하더라도 주5일 근무제가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노사정간의 합의가 불발로 끝났다지요? 아이가 날 원하고 필요로 하고 같이 놀고 싶어하는 시간은 정말 짧습니다. 승호도 얼마 안 있으면 저와 놀기 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즐기게 될 것입니다. 그때 가서 아무리 놀자고 해도 때는 이미 늦을 것입니다. '카르페 디엠' (= Seize the day!)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해 준 말이지요. 아빠들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지금 아이들과 함께 즐기십시오. 소중한 순간들이 무서우리만큼 조용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설마 이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을 당신의 나머지 인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한 말씀 더! 특히, 3,4살 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들이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도록 엄마들이 도와 주세요. 흔히 이때가 아이들이 제일 귀엽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냥 노는 모습 보면서 "어허, 귀여운 녀석" 하는 것보다 같이 놀고 공부하면서 발견하는 아이의 귀여움은 질적으로 다른 것 같습니다. 전, 그 시기를 어영부영 보낸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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