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사직동 어린이 도서관 글에 리플 달았으니 하루에 글을 두 개나 올리네요.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오는군요. 한글날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오늘도 쉬는 날인데 말이죠.. 지난 주에 마루에서 일하던 승호 엄마가 들뜬 목소리로 "야! 다음 주 화요일에도 쉬는구나!" 그러더라구요. 제가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쭈뼛쭈뼛하며 "한글날 안 놀던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한글날 안 쉬는 겁니까? 나라의 글이 만들어졌음을 기념하는 거룩한 날인데 말이죠. 어제는 퇴근 길에 분당에 있는 어린이 영어 서적 전문점에 들렀습니다. 늘 지나 다니는 길인데도 가보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가 보았지요. 일단 분위기가 밝은 것이 맘에 들었구요, 말로만 듣던 유명한 그림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그런데, 책 보고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는 거에요. 주인께 몇 시까지 하냐고 물었더니 6시 30분이라고 합니다. 이런.. 거기에 도착한 시각이 이미 6시 30분이 넘어서였는데... 민폐 끼치기 싫어 슬그머니 나오는데 주인께서 애가 있냐고 물으시더니 홍보용 테이프랑 신문이랑 주시더군요. 나중에 승호 데리고 오면 좋아하겠다 싶었습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 처음에 익히기 쉽고 따라서 잘 써먹는 표현 중의 하나가 바로 'Yes, I do' 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승호가 비교적 자신있게 하는 영어 중의 하나도 바로 'Yes, I do'입니다. 제가 요즘 궁금해하는 것은 승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어느 정도까지 영어를 가르쳤고 또 가르치나 하는 것입니다. 전에 소개드렸던 "It's Leganza" 같은 표현이나 "Good, good, very good" 같은 표현을 승호가 쓰는 것을 보아서는 상당히 배운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에서 영어를 쓰기 전에 승호가 이미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저한테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승호가 거부감을 덜 느꼈을 테니까요. 그리고, 아이가 너무 어려서 이러다가 혹시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면 어찌하나 하는 걱정도 할 필요가 없으니 승호가 지금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대신 잘 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Yes, I do'는 저도 가르쳐주긴 했지만 그 사용 빈도나 자연스러움을 보아서는 어린이집에서도 많이 쓰는 표현 같습니다. 위의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서 제가 주로 했던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Do you like a caterpillar?"(전 caterpillar라는 단어를 비디오 보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Do you like a car?" "Do you like digimons?" 얼마 전에 본가에 들렀다가 할머니께 그 동안 승호가 익힌 영어 실력을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거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부모에게는 자식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나 봅니다. 아!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Do you like digimons?"(떨리는 마음으로 승호를 보며) "Yes, I do"(휴.. 안심이다) 저는 잘 했다는 칭찬의 의미로 "Oh, you're right." 했더니 예상치 못했던 승호의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Thank you!" 순간 제가 당황했습니다. 중학교 때 익혔던 말이 습관적으로 내뱉어지더군요. "You're welcome." 음.. 승호는 'Thank you!'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쓴 것입니다. 또한 'Oh, you are right.' 라는 말이 자신을 칭찬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았던 것이죠. 이쯤 되니까 승호랑 영어로 대화할 맛이 납니다. 그리고 승호가 의문문에 대해서도 감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의문문은 억양이 다르니까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테니까요. 가령, 'Do you 뭐뭐뭐?' 하는 식으로 물으면 승호는 되묻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돼?' 하고요. 즉, 아빠가 그냥 뭘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묻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대단한 발전입니다. 물론, 승호 보다 훨씬 어린 많은 아이들이 이 정도 수준의 영어는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도 현재 승호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던 때가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맘이 편하군요. 승호는 아직도 너무나 어리지 않습니까? He's just five years old!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공룡으로 변신해서 아이를 치카치카시킨다는 이야기 해드린 적 있지요(아들과 함께 영어를 4편을 참고하세요)? 전화기를 냉장고 안에 두고 찾느라고 야단인 엄마들에게 그 이야기를 기억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습니다. (^_^) 승호 엄마랑 외출하면서 두 번인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고놈의 불치병 산후 건망증 때문에요. 전에는 티라노 버전을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익룡 버전입니다. 기본 자세는 똑같습니다. 다만 등에 승호를 업고 팔을 앞으로 뻗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핍니다. 그리고, 훨훨 날개짓을 합니다. 이때, 사운드가 중요하지요. 티라노 버전에서는 "쿵쾅쿵쾅 크으으!" 였지만 익룡 버전에서는 "꺄악꺄악" 같은 까마귀 소리를 내야 합니다. 익룡 소리랑 최대한 비슷하게 말이죠. 날아가는 익룡인데 주책맞게 '쿵쾅쿵쾅' 소리내면 절대 안됩니다! 발꿈치도 살짝 들고 잽싸게 움직이세요. 그런데, 아이가 목을 꽉 잡으니까 숨이 좀 막힐 겁니다. 조심하세요.. 그리고, 10월 3일 교보문고에 가서 찍은 승호 사진 첨부했습니다. 주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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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영어를 11 : Yes, I 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