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똘맘님 글을 읽고 있자니 꼭 얼마전 제 모습 보는 것 같네요. 저도 얼마전 초등학교 방과후 특별활동 교사로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엄청 고민하다가 훗날을 기약하며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거든요. 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이게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속상했지만 아직도 제손이 많이 가는 애들 떼어놓고 다닐 엄두가 안나서요.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전업주부로 9년을 집에만 있었더니 뭔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게 두려웠기도 했고요. 그래서 남편만이라도 옆에서 제게 용기를 줬으면 싶었는데, 대뜸한다는 말이 "당신이 생각하기에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해? 애들은 어떻게 할 건대."라고 내뱉듯이 말하는 거 있죠? 이럴땐 남편이라도 한 대 콕 쥐어박고 싶대요. 아니, 애들은 나혼자 낳았나? 육아는 온전히 엄마 몫인가? 머리에 스팀 들어오대요. 그런데, 결국은 안하는 쪽으로 결론을 보았죠. 무엇보다 '애들에게 제 빈자리를 아직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였어요. 전 어렸을때 엄마 얼굴 보고 잠이 든 날보다는 못보고 자는 날이 더 많았을 정도로 엄마가 바쁘셨어요. 학교 끝나고 친구집에 같이 놀러갔을때 친구 엄마가 집에서 대문 열어주시는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죠. 우리집은 그 당시 친구들보다 잘사는 편이었지만, 그 당시 제 소원은 단칸방에 살아도 엄마가 좀 집에 계셨으면 하는 거였어요. 천둥 번개라도 치는 날이면 너무 무서워서 오후반 학교 수업 들으러 간 동생이 오기만 기다리며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저 초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학생수가 많아서 오후반, 오전반으로 나눠 수업 받았었어요.) 그런데 그 소원이 이뤄졌죠. 초등학교 4학년때 몇달동안 엄마가 집에 계셨어요. 집에 가면 엄마가 감자도 쪄주시고 수제비랑 칼국수도 끓여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가 저희집이 많이 어려웠을 때였대요. 수제비랑 빈대떡 같은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던 것도 쌀 살 돈이 넉넉치 않아 그랬을 정도로. 그런데 참 이상하죠. 제 기억엔 그 때만큼 좋았던 때가 없었어요. 비록 물질적으론 빈곤한 시절이었지만 마음만큼은 푸근하고 행복했으니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다시 일할 기회가 그 전에도 두어번 있었건만 제 어린 시절의 그 쓸쓸함이 번번히 제 발목을 잡습니다. 가끔씩 이런 생각도 해봐요. 제 나이 마흔쯤 되어서 '아, 이제 열심히 내 일을 해봐야지.'하는데 아무데서도 안써주면 어쩌지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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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제가 쓴 글인줄 알고 깜짝 놀랐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