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임신하면서 사회활동을 접고, 소위 '전업주부'가 된지 햇수로 3년째입니다. 중간중간 다시 사회활동을 가져보려고 몇번의 시도를 했으나, 아이육아문제로 고민하다가 불발로 그쳤고, 몇달 전에는 회사 사장과의 마지막 인터뷰까지 통과를 했으나 독한맘(?)이 모자라 결국은 다시 전업주부의 명찰을 달았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아니 그 전부터 너무나도 당연하게 '난 훗날에 멋진 'working woman'이 되어있을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년전부터 제 모습을 바라보면, 집안에 콕 박힌 영락없는 주부의 모습이었죠. 와중에 청소며 요리며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못하는.. 답답하기도 했고, 어린 시절에 꿈꾸어왔던 내 모습을 찾고도 싶었습니다. 가끔은 베란다에 서서 깜깜한 바깥을 하염없이 쳐다보기도 했었죠. 멀리 보이는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너무나도 나하고는 먼 세상일 같아서 한없이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아이 예쁜 맛도 보고, 무슨 사이트에 회원가입할 때,수많은 직업중 '주부'를 선택하는 것에도 점점 익숙해져갔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갑작스런 연락을 하나 받았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 상사분이셨는데, 새로운 사업팀을 만드는데, 저보고 합류하라고 하시더군요. 직장에로의 마음은 조금 접어둔 상태였지만, 갑작스런 제안이 절 흥분시켰습니다. 상사분은 한시가 급하시다며, 마침 그분이 저희집 근처에 사시는 관계로 저희집에 오셔서 사업에 관한 계획을 들려주셨습니다. 제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그래서 너무나도 마음이 혹하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서 24시간의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했습니다. 그리고, 어제까지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더했습니다.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좁은 집안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도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떤이가 했던 '아이가 자라면, 사회생활을 하는 엄마를 더 자랑스러워한다.' 말도 떠올랐습니다. 남편과도 상의를 해보았지만,별다른 답안을 얻지 못했습니다. "니가 하고싶은 대로 해..난 어떻게든 좋아.." 라고 말하는 남편이 너무나도 얄미웠습니다. 뻔히 아이때문에 결정을 못하고 있는 저를 알고있으면서도, '아이도 이제 컸으니,놀이방이나 탁아시설을 이용해보자.'는 말한마디 못해주는 남편이 너무나도 야속했습니다. "그래,아이는 내 담당이니까, 내가 알아서 해야겠지! 말이야 나 하고싶은대로 하라지만,그게 하지말라는 소리랑 다를게 뭐가있어!!!!" 하며 독살스러운 말을 내뱉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결정해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설사 남편이 결정해준다고, 그 것에 따를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어? 뭐라고 말 좀 해봐."하는 저의 말은, 그저 남편을 시험에 들게하는 간교한 아내의 덫에 불과함을 알지요. 고심끝에 어제 오후에 그 상사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으로 시작해서, '그래도 저를 생각해주시고,불러주셔서 감사드려요.'로 끝나는 짧은 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제 기분은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못내 무거워졌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것 같다는 생각에 더욱더 절박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대로된 육아시설을 갖추어놓지 못한 우리나라를 원망하기도 했고, 부질없이 제 처지를 탓해보기도 했지만, 그 기회는 제 몫이 아니었나봅니다. 문득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가 떠오르더군요. 저보다 1년정도 빨리 결혼해서, 이젠 4살,2살짜리 사내아이들의 엄마이면서 저와 함께 다녔던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는 이른바, 직장맘 J모씨. 가끔 전화통화라도 하면, '아이가 클수록 오히려 엄마 손이 필요한 것 같다며, 지금 회사 때려칠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던 그이. 하지만, 전화 통화 때마다 '회사 때려침'을 고민한다던 그이는 현재 7년간 근속중이며 얼마전에 과장으로 진급도 하였죠. 반면에 저는 집에 있는 것이 훨씬 스트레스라며, 당장이라도 직장에 복귀한다고 호언장담하고 하지만, 아직도 '전업주부'입니다. 이런게 일종의 '아줌마 관성의 법칙'이 아닌가 싶네요. 한번 직장맘은 쉽게 직장을 관둘 수 없고, 반면에 전업주부는 집을 쉽게 박차고 나갈 수 없는.. 전 이렇게 양자택일이라는 미련한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지금도 사실, 직장맘들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전 왜 좀더 현명하게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방도를 못찾는지 모르겠네요..ㅠㅠ 하여간 전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이번에도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짧았지만 농도 짙은 고민과 절박함을 주었던 갑작스런 그 제안으로부터 저를 체념케한 건, 남편의 객관적인 말한마디 였는지도 모릅니다. 뭔가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는 제 독촉에 남편은 더듬더듬 몇마디 하다가,(남편은 열받아 있는 저를 많이 무서워합니다.) 이 한마디를 하더군요. "넌 쑥쑥이 있잖아... 너 거기에 글올리고, 인표 영어공부시키고 하는거 재미있어 했잖아. 그래서 난 니가 지금 생활에 만족해하는 줄 알았는데.." 물론 그때 남편앞에서는, '웃기지마. 그런식으로 날 잡아두려구??' 하며 또 독살스럽게 굴었지요. 하지만... 저혼자 생각에 생각을 더하면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은 구석이 바로 다름아닌 '쑥쑥' 이었다면, 여러분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실까요? 하지만,'그날이 그날'처럼 지내오던 제가 쑥쑥을 알게되고,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해야할 뭔가'를 찾은 건 사실이었습니다. 원이맘님께서 올려주신 중독증세 리스트에서처럼, 입을 벌리고 게시판글을 읽다가,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좋다는 책,비디오 마구잡이로 사들이다가, 철판깔고 게시판에 글도 조금씩 올려보다가, 이제는 이벤트가 아닌 생활로 쑥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여유가 생기기도하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게으름을 부린다는 거겠지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누가 보기에도 공치사 거리가 못됩니다. 대한민국의 엄마라면 누구나 하고, 또 해야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래서 어쩌면 저도 하찮게 여기고, 자꾸만 그 명찰을 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 쑥쑥에 들어와서 많은 쑥쑥맘들을 보면서, '이 엄마들은 'motherhood'를 이렇게도 풀어나가시는구나.'했습니다. 아이만을 키우는게 아니라, 함께 자신도 키워나가시는 엄마들.. 참으로 부럽고,존경스러웠죠. 그리고 꼭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더랬습니다. '가정주부'라는 직업이, 그냥 내자신을 조금씩 소멸시키면서, 나를 조금씩 없애는 일이 아닌, 그 어떤 직업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능동적일 수 있게해주는 길이, 여기 쑥쑥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마지막 기회'일런지도 모를 기회를 조금은 여유롭게 밀어낼 수가 있었습니다. 나에게 온 기회를 아이때문에 놓쳤다고 생각하여, 그 기회비용을 아이에게서 찾으려고 하거나, 나중에 아이가 큰 후에 아이의 빈자리를 못견뎌하거나, 아이에게, '너 때문에 내가 희생한게 얼만데..'라고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서라도, 전 이 아이키우는 기간을 아이만을 위한 시간으로 써서는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쑥쑥'이 꼭 아이를 위한, 유아영어만을 위한 사이트라고는 생각안합니다. 여기에는 엄마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이 충분히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만 아이에게 알려주는게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은 배워가면서 아이에게 나눠주는 행복과, 그런 행복을 가질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이 즐비한 곳. 쑥쑥은 제게 그런 곳입니다. 제 개인적인 사건과 그것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쑥쑥에서 찾아내어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 쑥쑥에 들어와보니, 쑥쑥의 암담한 현재상황에 대한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네요. 답글달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이렇게 개인적이고 소소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게 또다른 삶의 시작을 알려준 쑥쑥이 건재하기를 바랍니다. 좀더 이기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대중을 껴안아야하는 대표님의 입장과는 달리, 전 쑥쑥이 정말로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조금 잠잠해진 사안을 다시 들먹이는게,부화뇌동하는 격 같기는 하지만, 이제 쑥쑥을 믿고 자그마하지만, 저에게는 크다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린 저이기에 또 이런 글을 올리게 되네요.. 너무나 긴 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글이라, 그리고 지금이 저의 이성이 잠자고,감성이 활동하는 새벽시간이라서, 조금 편파적이고 감성적인 글이 되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읽기에 부담스러우셨다면, 그저 새벽에 써내려가는 연애편지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다른점이 있다면, 새벽에 쓰여진 연애편지는 아침이 밝으면 찢어지겠지만, 제 글이 이대로 게시판에 올려진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제 연애편지의 수신인은..... 쑥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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