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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6일 목요일]

따뜻하던 날씨가 어제, 오늘 무척이나 추워졌다.
이번에 로댕갤러리에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면서 갤러리음악회가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에 전시회를 보러가려고 벼르는 이유는 수준있는 음악회를 아이와 즐길 수 있기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얘기해야 맞을 것이다.
가는 길..지하철을 기다리다 술취한 듯한 아저씨가 현지가 귀엽다고 갑자기 지갑을 열어 천원짜리 한장을 주려고 해서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예전에도 길가에서 쉬고있던 택시기사아저씨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갑자기 다가오더니 천원짜리 한장을 아이에게 쥐어주면서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며 순식간에 일을 벌이더니만..
어쨋든 현지도 술취한 듯한 분위기때문이었는지..받지 안겠다고 하고 나도 그러지말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더니 뭐 줄거없나..하며 계속 주머니를 뒤지며 지하철이 도착해서..지하철을 타고 다서도 내내 우리 앞에서 아이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아저씨가 내린 후..현지에게 단단히 일러두어야 했다.
?_blank"현지야..모르는 사람이 돈 같은거 주면 고맙습니다..하고 받아야 해?"
"아니"
"돈같은 건 절대 받지말고..엄마 없을 때 사탕사준다고 하거나..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해?"
"우리 엄마랑 할머니가 사줄거니까 안사줘도 되요 할거야"
"그래..세상엔 착한 사람도 많은데..어린이들을 잡아가려는 사람들도 있어..그건 망태할아버지가 착한 사람처럼 변신해서 나타나서 사탕이나..아이스크림으로 꼬실려고 하는거거든..너 사람이 되고 싶은 호랑이 봤지? 거기서도 어린아이 잡아가는 호랑이가 사람으로 변신해서 사탕으로 아이들 기절시키잖아..현지도 항상 조심해야해..물론 엄마가 지켜줄거지만.."
세상이 하도 험악해서 항상 불안하기에 아이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이런말도 해줘야 한다.
"현지야..횡단보도 건널 때 파란불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하지?"
"좌우로 살피고 건너야해"
"그래..파란불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얼른 뛰어들어가면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착한 사람들은 신호를 잘 지키는데..세상엔 착한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 가끔은 나쁜 사람도 있거든..그런 사람들은 파란불인데도 자기가 먼저 가려고 그냥 휙 지나가버려..그럼 아주 위험하거든..그러니까 파란불로 바뀌었다고 해도 꼭 이쪽 저쪽 살펴보고 늦게 건너가는거야"
지하철 타면서 말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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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_blank"신체풍경 BODYSCAPE(2002.12.6-2003.2.23)"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주로 몸, 신체를 다루어 왔던 한국 현대작가들을 소개하면서 신체와 관련한 문화적 담론의 의미를 되돌아 보는데 의미를 두고자(-전시개요 인용)" 열렸다고 한다.
시청역 8번출구로 나오는 층계에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있다.
"오늘 로댕갤러리에서 무슨 전시 볼건지 알아? 저기 사람 몸 보이지? 저거야. 사람 몸을 갖고 작품을 만들었대"
작품 지나치기 하나..여성의 전신 누드 사진에 얼굴부분만 다른 대체품..주전자, 꽃, 사과단면, 다리미 등으로 표현되었다.
누드 모델로 적합해 보이진 않지만 얼굴이 가려져서인지..사물과의 연관성이 그 몸매여야만 어울릴 듯 싶다.
"근데 얼굴이 왜 없냐..꽃이 얼굴이냐" 하며 어이없다는 듯 아이가 쳐다본다.
"얼굴에 붙어있는게 저 사람의 표정 같은데? 꽃이 있는 얼굴은..꽃처럼 행복한 사람..다리미가 있는 얼굴은..부끄러워서 달아오르는 뜨거운 얼굴..사과얼굴은 뭐같아?"
"배고픈 얼굴"
작품 지나치기 둘(김일용)..신체를 석고로 뜬 후 조각조각 이어붙여 있는 조형물..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신체, 재조립과 성형이 얼마든지 가능한 신체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작품해설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부서지기 쉬운 인간이라..인간이 살아가면서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속으론 얼마나 멍들고..상처받고..아파해야하는 나약한 존재인지..
"저건 진짜 사람몸에 석고를 발라서 떼어낸 다음 만든거야..실제크기지..저게 단단해보여..쉽게 부서질 것 같아..어때?"
"단단해보여"
"그래..석고는 딱딱해보이지..근데 울퉁불퉁하고 갈라지고..여기저기 붙여서 만든 것 같지? 그래서 잘못 만지면 붙인 부분이 떨어지거나..부서질 수 있대..진짜 사람도 부서지진 않지만..현지가 엄마한테 혼나면 마음이 아프고 슬픈것처럼..마음이 다치고 부서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거래"
바로 옆 벽에는 웅크린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신체가 있다.
"저건 뭘까.."
"아기가 아기구멍으로 나오려는 것 같아 히히"
"아..그렇게 보이는구나..여기 부서진 구멍으로..사람이 웅크리고 있는거네.."
신체의 일부가 부서져 나간 다른 작품은 구체적인 형태가 연상되지 않을 것 같아 현지와 같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려가며 흉내내어 보여주기도 했다.
작품 지나치기 셋(공성훈)..사람의 신체를 여러번 촬영해서 부분부분을 합성해 슬라이드프로젝터로 투사하여 보여주는 순간 포착 영상물.
이리저리 찰칵거리며 움직이는 다리는 시계추같기도 하고..아이는 날으는 신발끈(연극에서 나왔던 이미지가 연상되었는지) 같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로 인간의 사지를 벌레나 유충처럼 보이게 하는게 목적이란다.
멀쩡하게 보이는 인간의 신체의 일부가 반복디니 그처럼 징그러운 동물은 없을 듯 하다.
"와..똑같은 사람을 사진찍어서 사진을 오려서 계속 붙인건데..엄마는 지네처럼 보인다..징그럽게..근데 저게 사람 몸이야.."
"벌레같아..용같고.."
솔직히 용은..^^; 영상물은 가만히 앉아서 잘 봐지는 작품의 유형은 아니지만 아이와 연상놀이도 하고, 이야기도 만들면 즐길만 하다.
작품 지나치기 넷(정복수)..밝은 색채가 들어가 우선은 시선을 끌고, 아이가 좋아하는 바비인형이 온몸이 채색된 채 엽기적으로 매달려 있거나 붙어져 있어 또한번 시선을 끈다.
"엄마..로켓을 쏴서 인형이 튀어나왔어..이건..이쁜 아기들을 나쁜 사람들이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고.."
작품 지나치기 다섯(박영숙)..임신한 여자의 몸과 확 트인 자연과의 합성작품.
"이건 뭐처럼 보여?"
"잘 모르겠다..하늘인데.."
"이건 뱃속에 아기가 들어있는 여자의 몸이야..이거 제목이 '자궁의 노래'래..엄마뱃속에 있어서 우리가 아기를 볼순 없지만 엄마가 하늘을 보면서 '아름다운 하늘~'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뱃속에 있는 아이가 엄마의 아름다운 느낌과 노래를 그대로 다 듣고 있다는거야..현지도 엄마 뱃속에 있을때..엄마가 노래듣고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그러면 현지가 기억은 잘 못해도..다 듣고있었어..기억 안나?"
"나 애기때? 엄마 뱃속에 있었을때? 아..기억나!"
요즘 같이 사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타령을 하는데..아기 얘기가 나오니 눈이 초롱초롱하다.
작품 지나치기 여섯(정현)..나무느낌과 나무냄새..나무색..을 좋아하는 나에겐 나무를 재료로, 소재로 한 작품에 집착을 갖는 편이다.
굳이 작품 설명을 보지 않아도..신체가 주제인 전시회에서 이렇게 찍히고, 찢기고 구멍이 뚫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텅빈 공허함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상처받은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의 고통을 표현한 것이리라..
"엄마는 이거보니까 상처받은 사람들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이것 보봐..제일 위가 머리고..여긴 몸..사람처럼 보여?"
"응"
"그래..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갈라지고 찍혀지고 그랬지..사람마다 느끼는 상처가 다 다르다는거야..엄마 눈에는 인간의 몸이 여러개 모여 숲을 이룬것 같다..제각기 다른 나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숲처럼..제각기 다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모인 사람숲.."
"엄마 나도 슬프다..아픈사람들 같아서"
감상적인 엄마여..자중할지어다..
작품 지나치기 일곱(김명숙).."와..이건 뭘까..뒤로 와서 한번 봐볼까.."
"엄마가 아파서 누워있는 것 같아"
"그래? 어떻게 아파보이게 만들었는지 알아? 여기에 덧칠하고..긁어내고..또 칠하고..그래서 두껍게도 보이지만..여긴 떨어진 것처럼도 보이지? 그렇게 만들어서 아파보일 수도 있겠다..그치?"
작품 지나치기 여덟(박성태)..사람들 발길이 제일 많이 머물렀던 곳이 아닐까..아이들도 이곳에선 한번쯤 호기심 어린 손길로 작품을 툭 건드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만 했던 곳.
"와..이건 뭘까.."
"사람들이 물구나무로 매달려서 끌려가는 것 같아"
"현지랑 친구들이 잠들면..그 그림자들이 하늘로 올라가서 모여 노는 것 같다..그림책에서 봤던 것처럼"
"그래, 물구나무 서서 노는거다"
벽에 비친 그림자가 너무도 사실적이라 벽에 매달린 망사신체들의 형태를 그려넣은 줄 알았다.
나름대로의 생각에는..매달린 형태의 그림자는 의도에 두지 않고, 작품의 그림자를 의도적으로 그린 후..진짜 그림자와 마주쳤을때 달라지는 형태를 통해 겹쳐지는 효과를 통한 인간 내면의 이중성..뭐 이런 정도로 혼자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는데..벽면엔 아무것도 없고..다만 작품의 그림자였을 뿐이었다.
작가는 내가 상상을 펼쳤던 그 그림자를 '허무의 그림자'라고 표현한다.
진짜 그림자인지 가까이서도 확인이 안되어 살짝..작품을 건드려보았더니..그림자와 같이 흔들린다.
만져보아도 되는 것인지..절대로 만지면 안되는 작품인지..구분은 안되지만..만지고 흔들어보아야먄' 허무의 그림자' 실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작품 지나치기 아홉(김아타)..포스터 작품..사람들을 겹겹으로 쌓아놓아 밀착시켜버린 모습들..
포스터 그림은 아크릴 액자속에 고정된 사람들의 뒤틀림이 보여지는 작품이었다.
뒤틀리고 밀착되어졌어도 그 안엔 규칙이 있다. 사람 몸속의 모든 구성이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규칙이 있듯이..그걸 투명한 벽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집약적으로 상징'하고 있다는데..어렵다.
"사람들 몸 갖고 신기하고 다양하게 표현해놨다..사람들도 작품이 되기도 하고..인형이 되기도 하고..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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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신체의 변형과 인간이 지닌 신체가 허물같이 느껴지는 전시회의 기분과 어울리게 간간히 연주를 위한 첼로 연주자의 연습곡이 들려왔다.
미리 맡아놓은 자리에 앉았지만..현지는 연주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다 못해 몸을 뒤틀며 가누질 못한다.
음악회 내내..은근히 귀에 거슬리는..작은 뒤척임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다른 떄와는 다르게 유달리 더 고요하고 조용한 음악회 분위기에 아이의 흘려버리는 한숨소리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가 오늘 연주될 곡을 설명해주었다.
바로크 음악의 상징이라는 푸가 중 두곡으로 시작되었다.
No.1 Canon alla Duodecima / No.2 Canon per augumentationem(Bach 실연 음악 듣기에서 마지막 줄의 BWV995 ~ BWV1126을 누른 후 BWV1080 Art of Fugue(Die Kunst der Fuge)(Incomplete) / 푸가의 기법을 찾아서 17번 / 14번-한곡만 체크 후 아랫부분의 빨간색으로 따라다니는 send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옵니다. 밤 12시 이후엔 들을 수 없어요)
귀족적이며 우아한 고전주의 음악이라는 하이든의 곡과 Handel-Halvorsen의 파사칼리아가 연주되었다.
바이올린 연주의 긴장감과 고저를 미끄러지는 기교에 사람들은 환호를 질렀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지만 다시 들어봐도 기억이 두렷한 것 같은 개성짙은 곡이었던 것 같다.
현지는 연주하는 모습이 잘 안보여서..제일 앞자리가 아니라 딴짓을 했다고 변명을 한다.
어쨋든 음악회를 듣는 도중 엄마의 신경을 건드린 죄로 아이스크림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다음엔 앞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잘 들을테니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데..그때 잘 듣고나서 사주겠다고 하니 ?_blank"네 엄마" 하면서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날씨가 춥다..집에 돌아와 살며시 달래니..금새 기분이 좋아보인다.
신년음악회에도 갈테니..그땐 엄마랑 얌전히 음악 듣겠다고 약속을 하고..오늘의 일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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