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대학 진학생들은 수능 준비에 한참이고, 해외 대학은 원서 시즌이 시작되었어요.
자녀가 국내 대학이나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제 주변의 엄마들은 성당으로 교회로 절로 기도하러 다니시네요.
마음의 간절함이 신께 드리는 기도로...
큰 딸이 올해 재수를 하는 엄마랑 얼마 전에 통화를 했어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작년에는 사실 자존심 때문에 절대 그 대학 이하로는 안 간다....하는 마음이 컸었어요. 아이가 다닌 고등학교서 우리 아이 내신도 썩 좋은 편이고, 그래서 다들 기대를 했어요. 엄마 아빠가 나온 대학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그렇다보니 현실적으로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수를 하게 된 거죠...
올해는 어떤 대학이든 가야한다는 절실함이 생기네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는 생각도 들고요. 아이가 다니기 편한 대학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억지로 높은 대학 가기 보다는, 가서 잘 할 수 있는 데가 더 낫지 않을까요? 대학을 낮추고 보니, 마음이 편해요. 정말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도 않던 대학인데, 이제는 그 대학만 가도 소원이 없겠다 싶네요. 울 애가 그 대학 합격하면 한턱 쏠께요!^^"
고3 아들이 해외 대학을 준비하는 엄마는 이런 말을 하네요.
"다른 스펙은 완벽한데...그래서 크게 걱정 안 했는데, 의외로 SAT가 생각보다 안 나온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대학을 낮추었어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다음에 다시 연락할게요."
대학을 낮춘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목소리가 왠지 미안해하는 것 같이 들리네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지요? 미안해요...하는 것 같은.
두 아이 모두 능력있고 똘똘한 편이라, 덕담으로 "잘 될 거예요.", "기대하고 있을게요."라는 말을 종종 했었어요.
생각해 보니, 저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아이들의 어깨를 누루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집니다.
기대를 한 것도 있지만,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으니까 잘 하라는 격려의 마음이 컸는데...
그것이 아이와 부모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이와 가족에게 넘 미안해집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할 것까진 없는데...그냥 자기가 싶은대로 살면 되는 건데...
문득, 세계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 운동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 땄다고 울먹이면서,
"성원해 주신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하고 인터뷰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왜 우리는 그 선수를 미안해하게 했을까...
"당신의 자랑거리가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한 걸까...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을 때, 숨고 싶고, 미안해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동안 수험생 가족에게 "잘 할 거지? 기대할게!"라고 했던 말들을 다시 다 주워담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잘 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다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