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과 사교육, 엘리트 교육의 메카, 혹은 1번지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강남. 그 강남에 사는 엄마들은
아마도 한국에 있는 있는 분들에게는 누구나 호기심의 대상, 혹은 선망의 대상, 질시의 대상이 아닐까요?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강남에 살면서도 강남엄마 같지 않은, 아니 그렇게 될 수 없는
제 넋두리를 늘어놓고 싶어서요.
얼마전 강남엄마 따라잡기란 드라마가 방영되서
사교육을 조장하니 어쩌니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듯 했는데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공중파 방송답게 마무리를 지었었지요.
사실 그 드라마는 현실과 비교해서 약하면 약했지 왜곡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치맛바람만 일으키고 돈으로만 해결하는 엄마들이
강남엄마의 전부는 아니예요. 그 중에서도 정말 잘되는 아이들은
그래도 엄마도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잘 뒷받침해주는 아이들이더군요.
하지만 안그런 경우도 많이 보면서..아이들도 안타깝고 저도 한심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특목고, 민사고 열풍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한다는데
여기도 물론 그 광풍에서 자유롭지는 않아요.
아직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이지만 학원가에 내걸린 대형 플랭카드,
몇명이 민사고랑 과학고랑 외고를 붙었네(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해가며),
학원강사 누구는 어디 어디 출신이네 하는 것을 보면 위기감 내지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네요. 드라마에서는 정선경이 용감하게 가위를 들고 다니면서
학원셔틀버스의 플랭카드를 자르고 다니다가 경찰서에 잡혀가던데
가끔은 저도 페인트를 확 부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걸 생각하면
웃을수만도 없나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울대가 전부인줄 알았던 울 아이들이
이젠 서울대나 연고대보다 더 높은 꿈, 아이비리그를 목표로하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하기도 하지만 현지 아이들과 비교해도 불리한 조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서 선택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참 한숨부터 나옵니다. 열의가 되고 능력이 되는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분위기가 그러다보니
다같이 휩쓸려 가는 듯한 아이들의 고통이지요.
학원가에 PELT 나 토플을 넘어서 이제는 SAT 대비반, 아이비리그 대비반 같은 것들이
걸리는 걸 보면 몇년만에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목고도 아니고 이젠 특목중이라죠? 청심중학교 기출문제라고 인터넷에서 봤는데
어른인 저도 제대로 답변하기 힘든 지식내용을 영어로 묻고 영어로 답하는 거라고는 걸
알고는 기가 쭉 빠졌어요. 급이 다르구나.
게다가 5학년부터 학원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해도 힘드니 어쩌니 하는 말을 읽고나니
그냥 모르는게 속편하다는 생각이예요.
제가 아는 주변의 아이들은 정말 대단해요..
부자인 집도 많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도 많고, 연예인이나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도 많아서
저희 집 같이 평범한 사람은 명함도 못내민답니다.
피아노나 태권도 같은 학원 외에는 사교육을 별로 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오긴 했는데
이 안에서도 저는 별종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요즘와서
상대적 박탈감이 자꾸 드는 걸 보면 저도 굿굿한 심지는 아닌가봐요.
아는 분들이 자꾸 외국으로 나가거나 특목중, 고를 준비하거나 실제로 합격했거나..
그런 모습을 보면 저만 뒤처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쑥쑥 덕분에 아이들은 영어를 즐기고 있고, 어디 나가서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지만
'한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영어로 묻는 청심 예상인터뷰문제의 수준과는 너무 거리가 있으니까요.
유치원 시절 영어모임을 같이 했던 한 엄마가 외국에 나간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간간이 소식을 전해오곤 하는데 너무 행복해한다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제가 울 아이들에게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듭니다.
하지만 시댁에서 그래도 강남이랍시고 겨우 마련해준 조그만 전세아파트를 살면서
대기업도 아닌 평범한 회사원에 맞벌이도 아닌 우리 집에서 조기유학은 꿈도 못 꿀 처지입니다.
그냥 용감하게 질러버리기에는 제가 자신도 없고,
이 치열한 특목고 경쟁 틈바구니에서 소신을 가지고 살기에도 모자란 엄마이니
제가 생각해도 참 답답합니다.
쑥쑥초창기부터 열혈회원이었기에,이 게시판에 와서 많은 것을 얻고 선배들의 조언도 얻어갔지만
가끔 이렇게 허전해지곤 해서 넋두리를 적어보았습니다.
이쁜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가 힘을 내야 할텐데요.
강남에서 강남엄마답지 않게 사는...그러면서도 소신도 없는...
어리숙한 엄마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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