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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사는 엄마의 상대적 박탈감

  • 오래된회원
  • |
  • 2007-11-08
13

영어교육과 사교육, 엘리트 교육의 메카, 혹은 1번지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강남. 그 강남에 사는 엄마들은
아마도 한국에 있는 있는 분들에게는 누구나 호기심의 대상, 혹은 선망의 대상, 질시의 대상이 아닐까요?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강남에 살면서도 강남엄마 같지 않은, 아니 그렇게 될 수 없는
제 넋두리를 늘어놓고 싶어서요.


얼마전 강남엄마 따라잡기란 드라마가 방영되서
사교육을 조장하니 어쩌니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듯 했는데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공중파 방송답게 마무리를 지었었지요.
사실 그 드라마는 현실과 비교해서 약하면 약했지 왜곡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치맛바람만 일으키고 돈으로만 해결하는 엄마들이
강남엄마의 전부는 아니예요. 그 중에서도 정말 잘되는 아이들은
그래도 엄마도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잘 뒷받침해주는 아이들이더군요.
하지만 안그런 경우도 많이 보면서..아이들도 안타깝고 저도 한심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특목고, 민사고 열풍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한다는데
여기도 물론 그 광풍에서 자유롭지는 않아요.
아직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이지만 학원가에 내걸린 대형 플랭카드,
몇명이 민사고랑 과학고랑 외고를 붙었네(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해가며),
학원강사 누구는 어디 어디 출신이네 하는 것을 보면 위기감 내지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네요. 드라마에서는 정선경이 용감하게 가위를 들고 다니면서
학원셔틀버스의 플랭카드를 자르고 다니다가 경찰서에 잡혀가던데
가끔은 저도 페인트를 확 부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걸 생각하면
웃을수만도 없나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울대가 전부인줄 알았던 울 아이들이
이젠 서울대나 연고대보다 더 높은 꿈, 아이비리그를 목표로하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하기도 하지만 현지 아이들과 비교해도 불리한 조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서 선택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참 한숨부터 나옵니다. 열의가 되고 능력이 되는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분위기가 그러다보니
다같이 휩쓸려 가는 듯한 아이들의 고통이지요.

학원가에 PELT 나 토플을 넘어서 이제는 SAT 대비반, 아이비리그 대비반 같은 것들이
걸리는 걸 보면 몇년만에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목고도 아니고 이젠 특목중이라죠? 청심중학교 기출문제라고 인터넷에서 봤는데
어른인 저도 제대로 답변하기 힘든 지식내용을 영어로 묻고 영어로 답하는 거라고는 걸
알고는 기가 쭉 빠졌어요. 급이 다르구나.
게다가 5학년부터 학원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해도 힘드니 어쩌니 하는 말을 읽고나니
그냥 모르는게 속편하다는 생각이예요.

 

제가 아는 주변의 아이들은 정말 대단해요..
부자인 집도 많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도 많고, 연예인이나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도 많아서
저희 집 같이 평범한 사람은 명함도 못내민답니다.
피아노나 태권도 같은 학원 외에는 사교육을 별로 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오긴 했는데
이 안에서도 저는 별종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요즘와서
상대적 박탈감이 자꾸 드는 걸 보면 저도 굿굿한 심지는 아닌가봐요.

아는 분들이 자꾸 외국으로 나가거나 특목중, 고를 준비하거나 실제로 합격했거나..
그런 모습을 보면 저만 뒤처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쑥쑥 덕분에 아이들은 영어를 즐기고 있고, 어디 나가서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지만
'한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영어로 묻는 청심 예상인터뷰문제의 수준과는 너무 거리가 있으니까요.

유치원 시절 영어모임을 같이 했던 한 엄마가 외국에 나간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간간이 소식을 전해오곤 하는데 너무 행복해한다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제가 울 아이들에게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듭니다.
하지만 시댁에서 그래도 강남이랍시고 겨우 마련해준 조그만 전세아파트를 살면서
대기업도 아닌 평범한 회사원에 맞벌이도 아닌 우리 집에서 조기유학은 꿈도 못 꿀 처지입니다.

그냥 용감하게 질러버리기에는 제가 자신도 없고,
이 치열한 특목고 경쟁 틈바구니에서 소신을 가지고 살기에도 모자란 엄마이니
제가 생각해도 참 답답합니다.

 

쑥쑥초창기부터 열혈회원이었기에,이 게시판에 와서 많은 것을 얻고 선배들의 조언도 얻어갔지만
가끔 이렇게 허전해지곤 해서 넋두리를 적어보았습니다.

이쁜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가 힘을 내야 할텐데요.
강남에서 강남엄마답지 않게 사는...그러면서도 소신도 없는...
어리숙한 엄마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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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빈맘
  • |
  • 2007-11-13 20:37
답댓글

원글도 댓글들도 참 가슴에 와 딯네요

전 지방에 살죠...아랫글에 나온것처럼..지방사시는분들 설로보내야하지않나..

아마 이문장이 더 와닿는건 제 현실을 먼저 생각하기때문이겟지요..

그럼서 지방에 사는게 차라리 편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엄마인 저도 내 아이들도 좀 치열해보이는 경쟁에서 약간은 비껴있는듯해서일까요

좀 이기적이긴 하지만 이글들이 약간은 위로의 글이 되네요...

내 생각만큼 내 아이들 생각만큼 세상이 살아지지는 않겟지만

어찌되었건 인생을 잘사는데 학력이 다는 아니겠죠...

그냥 좀 즐기면서 공부시키고...내 안에 만족을 느끼게 하면서

살아라고 해주고 싶네요 내 아이들에게..

좀 뜬금없는 댓글입니다만 글을 읽고난 소감으로 받아들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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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강머리앤
  • |
  • 2007-11-10 13:13
답댓글

재미있어서 읽게 되네요. ㅋㅋ 지나가다님 거의 저와 성격이 비슷하신듯 하여 동변상련을 느낍니다.

사실 제 주변이나 여러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강남 엄마나 강남 아이들을 동경한다거나 선망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정말 사실대로 말하자면 극성스런 사람들이 사는 곳 이라는 인상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 여기 종로 중에서도 우리동네. 아니면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오래된 친구들. 친척들 등등..)  다시 말하면 어쩌면 강남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강남사람과 타지역에 살고 있는사람들이 느끼는 강남사람 또는 강남은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네요.(여기서 또 말 잘못하면 화살 날라옵니다. 모든 강남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대세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대표적 인상을 남기는 법이므로 강남엄마라고 다 안그래 하시면서 돌 던지시면 아니되옵니다.)

 

어쨌든 오래된 회원님의 긴 글의 내용은 고것과는 별개의 문제이지요...

어느 엄마나 백이면 백 모두 아이에게 죄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 비단 님만이 강남에 산다고 해서 느낀다는 소외감은 떨쳐버리시면 좋겠네요.

지방에 사는 사람은 서울로 가서 공부시켜야 하는거 아닌가..

강북에 사는 사람은 강남으로 가야 하는거 아닌가.

엄마표로 하는 사람은 어디라도 보내야 하는거 아닌가.

또 어떤 엄마는 유학을 보내야 하는거 아닌가.... 하면서 말이죠.

이것은 엄마로서 가지는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 아니가 싶어요.

저도 저희 동네에서는 유일하게 보기드문 사람중 하나거든요.

그리고 애 아빠 사자 붙은 직업이라 동료나 선후배들 보면 저희야 말로 정말 왕 소외감 박탁감 느끼며 살기에 충분합니다.

 

주변에서 유학 보내고 사립초등학교 보내고 우리 아이 기다릴때 옆에서는 영어유치원 셔틀 기다리고

과목마다 선생님 들락날락 거리고...

님.....

주변과의 비교는 유리할 때만 하세요.

그리고 내 아이만 보세요.

다른 아이가 유학가서 행복해 하는 것은 그냥 흘려보내세요.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을 다 쳐다보며 비교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형편에서 가장 행복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아이가 보기에 가장 당당한 엄마의 모습 아닐까요?

강남에 사는 안강남 엄마같은 엄마들 모두 화이팅 입니다.

지금까지 소신있게 해오셨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하시면서 쑥쑥에도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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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회원
  • |
  • 2007-11-10 11:50
답댓글

^^ 지나가다님이 좀 직설적이셨던 것도 맞고 제가 상처받았던것도 맞답니다.

그런데 저도 그닥 부드러운 성격만은 아니었을거예요..까칠하게 대꾸를 한걸보면요.

아마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 운운은 저도 많이 오버한 부분이 있을거예요.

오히려 저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을 분들이

(혹시 있다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이랍니다.

강남에 산다고 다 강남이 아니고, 정말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지나가다님 말씀도 이해가 잘되었고, 쑥쑥이니까 이런 글을 받아줬다는 말씀도 백번공감입니다.

그래도 돌 던지지 않고 다독거려주시고, 또 태클아닌 태클 글이지만

이렇게 사과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쑥쑥에 글을 남기나봅니다.

그동안 상처받기 싫어 숨어지내왔는데 벌써 재미들린것 같습니다. 어떡하면 좋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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