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편지쓰기! 얼마나 지났나.... 첨에는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늘상 이것저것 벌리는 일은 많지만 무엇 하나 변함없이 꾸준이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엄마의 이기심에... 그리고 또 망각으로 빚어질 무관심에 결국 언젠가는 아이에게 괜한 기다림과 아쉬움만 주게 되지나 않을까... 차라리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지. 하지만 오누이맘의 도시락편지 이야기에 힘입어^^, 또 게다가 격려까지 받아가며, 마음잡아 시작한 지..3~4주 정도가 지난 듯하다. 이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커다란 기다림이요, 행복을 주는 일인지 예전에는 정말 몰랐더랬는데..... 처음 도시락 편지를 시작할 때 영어편지를 주리라 맘 먹었다. 한참 reading에 눈을 떠가는 시점이라 자신감을 주는 의미와, 책에서만 읽는 글이 책 밖으로 빠져나와 엄마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아이에게 다른 시각에서 인지되기를 바라는 맘이 있었기 때문에... 물론 앱솔루틀리... 엄마의 사랑의 마음과 함께^^ 그런데 이 편지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작용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 어느 날, 편지를 빼 먹었던 그날.... 일주일 정도 편지가 계속된 어느 날, 불.치.병.... 그 늦잠이라는 놈에게 걸려, 허둥지둥 도시락 가방을 챙기다 보니, 도시락 편지를 쓸 시간이 도저히 없는 것이 아닌가? 엄마 : 미안한데 주희야, 오늘은 엄마가 편지를 쓰지 못했어. 늦잠을 자버렸지 뭐야?주희 : 괜찮아요, 엄마. 대신 담 날 2장 써주셔야 되요^^ 허걱, 여태까지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던 우리 모녀였지 않은가?가서 읽긴 하는 건지, 국을 끓여 먹는 건 아닌지.. 아니쥐.. 거들떠는 보는 건지도 확실치가 않았었는데, 결석하면 2장이요~라는 말에 힘을 얻었다^^ 2.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알파벳 북 유치원에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꼼지락꼼지락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뭔가 들여다 보니 종이를 오려서 책만들기를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영어 알파벳을 대문자와 소문자를 나란히 적어놓고 있다.딴에는 그림까지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나, 알파벳26자에 그림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지^^결국 그림은 빼고 알파벳만으로 만든 책 완성! 영어를 써보려 스스로 시도하지도, 또 역시 나 또한 그 쪽으로는 전혀 이끌지 않았기에 놀라움이 더했다. 엄마 : 그 거 뭐지? 알파벳 북이구나. 잘 만들었네. 글씨도 잘 썼네.^^주희 : 엄마, 이거 내 친구 줄 선물이예요. 제가 친구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려구요. 좋아할 거에요^^ 3. 처음 받은 주희로부터의 영어 편지 도시락 영어편지를 시작한지 한 3주 가량 지난 것 같다. 가끔씩은 알파벳을 끄적끄적 적은 적도 있긴 했으나,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자신의 의지로 글을 썼기에, 오늘이 본격적인 주디의 첫 writing날이라고 기억하고 싶다.^^
...아침부터 나를 한바탕 기절시킴...
지난 주 일요일 밤, 새로이 거실 배치를 정리하고 구석에서 먼지폴폴 날리던 작은 화이트 보드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
도시락편지에 이어 제2탄으로 주희에게 글로 말 걸기를 시작할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주디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Good morning, Judy! Brush your teeth please~ 라고 메모를 해둔지 만 하루만에 일 발생하다^^
아침에 도시락을 챙기고 있는데 주디가 날 찾아서 뛰어왔다.
그러면서 내 손을 끌고 가 자랑스럽게 화이트보드를 보여주었다.
"I love you, mommy" 그리고 눈사람 그림^^
글씨도 지난 번 급히 받았던 색종이 사진보다 훨씬 정리되고, 그림도 한결 구도가 예쁘다.
아침부터 엄마를 기절시키는구먼^^
...주디로 부터 받은 첫 영어편지...
도서관나들이 갔다 돌아와, 나는 저녁준비가 한창인데, 주디는 오르다 부키북을 들고 뭔가 분주하다.
오늘 날라온 새로운 무언가가 주디의 시선을 잡았나 보다.
하얀 종이에 색칠을 하면 그림이 나타나는....
그런데 주희가 이번에는 그 그림을 카드삼아 안쪽에 편지를 적었다.
"I love you, mommy ... Have a good day... from. Judy"
아침에 이어 두번째 기절... 이번엔 강도가 좀 심하다. ㅋㅋ
"엥, 진주희! 정말 주희가 적었어? 이걸 주희가 다 적었어?"
그 물음에 웃으며 뭔가를 감추며 주방으로 사라진다.ㅋㅋㅋ
아까 왠지 바닥에 포스트잇이 떨어져 있더라니...
ㅋㅋ 나는 접착력이 약하군 생각하며 다시 집어 부쳤는데...
아마두 우리집 고양이 소행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 "Have a good day"만 보구 썼어요^^
요즘 아침마다 보내는 영어 도시락 편지를 다시 가지고 오는 대로 그냥 냉장고에 붙혀 두었더니, 녀석 그걸 가지고 가서 컨닝을 한 모양이다.
ㅎㅎ 너무너무 대견하다.
스스로 써볼려구 하는 시도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
역시... 나의 믿는 구석을 놓치지 않는 고마운 딸이다.
...영어 단어 테스트...
얘 잡는 어른처럼 영어단어 테스트를 하려구 했던 것은 아닌데...
요즘 점차 읽기와 문자에 관심을 보이는 터라 사이트워드 중심으로 문자에 접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좀 내키지 않는 듯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알파벳 스크램블에서 불이 붙었다.
ㅋㅋ 아무래도 흟어져있는 알파벳을 찾아야 하나보니 글자의 조합에 신경이 떠 쓰였나 보다.
신나게 마무리를 짓고, 아침에 주희가 나에게 준 편지가 담긴 화이트보드를 꺼내며, 오늘 한 거 한번 적어볼래?라고 했더니, 의외로 순순히 너무 즐겁게 응한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으나, ㅋㅋ 너무 기쁘게 때아닌 받아쓰기를 하게 되었는데...
첫 10자 중에서 7자를 맞추고, "that ->teet " "the -> tot" "and -> an "으로 실수?를 하여 7점을 받았다.
ㅎㅎ "th"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 같고, and는 나중에 정답을 보여주자 너무 즐거워 했다.
10자 중에서 3자를 틀린 것에 속상해 하지 않고, 맞춘 7자에 v체크를 해가며 즐거워하니, 첫 삽치곤 너무 훌륭하고 고맙다^^
마무리는 미리 준비해 둔 10장의 카드를 월차트에 끼우며 마무리!
잘 했다며 스티커도 워크북 페이지만큼 붙여주고, 테스트를 훌륭히 통화했다는 의미로 좀 큼지막한 스티커도 하나 더 붙혀 주었다.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고, 베드타임 스토리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그 길고 두꺼운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이렇게 또 한 고비를 넘어가 주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늘, 내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 산은, 주디 스스로 넘어주는 게 늘, 항상, 고맙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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