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 각국의 토플응시자 평균 점수가 비교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의 순위가 일본인들과 함께 가장 바닥이었습니다. 아마도 하위 30% 미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생을 영어공부에 바치는 한국인들임을 놓고 보면 의아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알고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영어가 한국어이나 일본어를 모국어로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어렵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니 미리 감안합시다. 그 중 한 가지 요인을 생각해봅니다.
이 요인은 저처럼 아이들에게 (미국 교민으로서) 한국말을 제대로 못가르친 실패의 과정과도 밀접히 연결돼있습니다. 한국의 엄마들 관점에서 풀어보면,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영어를 가르치느냐에 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교민 중 한인 밀집 지역이 아닌 한, 자녀에게 한국말을 성공적으로 잘 가르친 가정이 매우 드물어요. 대충 열 가정에 채 두 가정도 안 될 정도이지요. 여기에서 하나의 패턴을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소위 대학교육을 받고 영어를 조금 아는 가정은 아이들이 한국말을 못하고 마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부모가 영어를 아예 모르면 모를수록 아이들의 한국말 능력은 반대로 높아지는 쪽입니다.
그렇담 부모가 어차피 한국인이고 그들의 영어능력이 또한 웬만하면, 아이들은 자연히 바이링궐(이중언어구사)이 돼야할텐데 왜 한국말을 못하고 말까요?
그건 우리 한국인들의 영어(한국말이 아니라)를 대하는 태도와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한국인 기성세대가 어릴 때 자라면서 습득했던 <영어에 대한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영어는 언제나 완전해야 된다, 엉터리 영어는 제대로 고쳐질 때까지 사용해선 안된다, 브로큰잉글리쉬는 창피하다 등이 잠재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했던 것이죠. 게다가 영어시험에서 틀린 수대로 선생님한테서 혼났던 기억들과 엉켜 영어능력은 자기 능력의 표상으로 깊이 인식되고, ‘틀린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제 치부를 스스로 들춰보이는 일이 됩니다. 제 실수를 자랑하고픈 사람은 세상에 없는거지요. 그러므로 남들 앞에서 말(영어)을 삼가는 버릇이 생기고 점점 굳어집니다.
재외한국인들이 자녀에게 한국말을 가르칠 때 아이가 엉터리 한국말을 사용하면 우리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교정을 시키곤 합니다.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라면 이번엔 크게 웃어버립니다. 한국인들의 특성입니다.
이러한 버릇이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무의식적으로 습득한 관점 때문입니다. 영어를 성적과 능력의 척도로 받아들이는 한국(일본도 마찬가지)의 문화 속에서 배운 것이 교민 자녀의 한국말 교육에 커다란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브로큰영어를 사용했을 때 그것을 보고 웃어버리는 영어원어민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한국에서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우리 부모님들도 똑같습니다. 아이들의 반복되는 잘못은 말할 필요가 없겠고, 반듯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일수록 아이의 작은 실수도 쉽게 넘어가지 못하지요. 그래야 아이의 영어가 제대로 향상된다고 믿는 것이죠.
우리 엄마들은 이제 아이가 엉터리영어를 말할 때 지적하거나 <교정>시키려는 충동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칭찬에 ‘인색’해야 합니다.
예? 제정신이냐고요?
그렇습니다. 칭찬이란 교정(꾸중)의 이면입니다. 둘은 동전의 이면일 뿐 사실 하나입니다.
아이가 <올바른 말과 틀린 말을 구분>하여 가려쓸 줄 아는 것이 더없이 기특해보이는 것은 잠시입니다. 아이구 우리 째끼 누굴 닮아서 요롷게 영특하실까아, 엄마 닮았쪄? 이렇게 칭찬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기다려 보면 그것이 바로 예기치 않게 해악을 잉태하고 있음을 보실 겁니다.
부모가 아이의 그 능력(바른 영어)을 높이 사면 살수록, 칭찬의 말을 하면 할수록 아이는 속으로 점점 실수를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이 신중함에 대한 가치 부여, 이 무의식이 결국은 아이의 혀를 굳게 합니다.
옳은 말이건 망가진 말이건 무조건 말을 많이 하게만 시키세요.
교정은 물론 칭찬도 자제하시고 대신 격려만 무지 무지 부어주세요.
칭찬은 ‘특정’ 행동에 대한 보강이고 격려는 ‘일반적’ 태도 전체에 내리는 기(spirit) 보강입니다. 칭찬은 실수를 경계하라는 꾸지람을 이면에 감추고 있지만, 격려는 ‘무조건’ 기분좋은 환경을 만드는 도우미 입니다. 이 격려가 한국인 특유의 신바람을 일으킵니다. 특히 어릴 때 배우는 영어는 이 신바람이 젤 중요합니다.
그래야 길고 멀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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