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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살아있어 줘야죠

  • 집토끼
  • |
  • 2009-06-14
12

아는 엄마 한 분이 지난 봄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아이들 둘을 놔두고.

애들은 아직도 어린데.

아직도 젊은 나이인데.

 

가까이 지내지는 않았었는데,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슬프고 우울했습니다. 왠지모르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나도 몸이 안 좋았었는데 그 소식 후 몸도 마음도

뭔가에 심하게 휘둘림을 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집 딸은 매주 토요일마다

내가 내딸과 함께 한국어 학교에 데려다 주곤 했었는데..

 

그 어린 딸이 책을 하나 냈습니다. 더 어릴 때부터 책을 무섭게 읽어제끼던 아이였는데,

그 책 시작 전 이렇게 썼습니다.

For my mom,

'cause I'm still just a kid

    and I need her.

 

이 말의 앞부분은 우리 딸이 5-6학년 쯤에 몇 번 나에게 하소연하듯이 지친듯이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지금 우리 딸은 10학년을 막 마쳤습니다). 아이를 어른의 잣대에 맞추려고 했던 나에게 내 딸이 울면서 하던 말이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 짓(?)을 멈추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내 아이는 하루는 사랑스런 아기였다가, 그 다음 날에는 못된 어른인 척 행동하곤 하니까요. 나도 혼동이 되니까요.

 

사춘기 자녀교육에 관한 책을 쌓아놓고 내 자신이 흔들릴 때마다, 엄마노릇에 혼동이 될 때마다 읽어나갑니다. 아이의 신체적 변화, 정신적 변화, 지적 변화와, 아이들의 행동을 종용하는 시대적 배경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내 딸을 이해합니다. 특히 여성(소녀)들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여성운동가들의 노력과 시대적 대전환으로 인해 우리 세대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데, 나는 아직도 내가 고1 때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고 내 딸을 그 틀 안에서 해석하고 판단하게 됩니다. 내 부모님들이 나를 양육하던 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줄 밖에는 모르는 것이지요. 그게 먹히지 않음으로 인한 좌절감과 혼돈. 서양식 자녀양육법과 전통 한국식 방법의 차이에 대한 이질감.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망가지기를 원치 않아서 나는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면서 내 머리속에 깊숙이 판화처럼 새겨진 기억과 습성을 새로운 정보로 절충하면서 중간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합니다.

 

아니, 아이의 돌발적이고 충격적인 행동에 놀라고 상처받은 내 가슴을 쓸어내리고 위로하는데 약으로 그런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한 것입니다. '네 딸은 정상이다. 이 시대에서 이 문화에서 그건 지극히 정상이다. 네 딸이 틀린게 아니라 네가 틀린거다. 너는 이런 걸 알아야 네 딸의 올바른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일종의 신경 안정제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또 읽습니다. 아이에게 화가 나면, 심호흡을 하고 돌아서서 책을 찾습니다. 약을 찾듯이.

 

아는 엄마의 죽음.

이상한 죄책감.

아이의 반항 및 돌발 행위들

원인모를 심한 열감기.

계속되는 집안 일과

직장 일

 

지난 4개월은 아주 어두컴컴한 견딜 수 없는 수압의 심해 터널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러다가 죽는거구나 싶었습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으나 살아있기가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이제는 살아났으니까 이런 글을 쓰게 된거고.

 

잘 견뎌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사랑스럽고, 살아있음이 감사한 밤입니다.

 

가끔씩 애들이 갑자기 보고싶은 때는 애들한테 문자를 보냅니다.

I love you.

우리 딸은 답을 보냅니다.

Love you, too.

우리 아들도 즉시 답을 보냅니다.

I love you more.

(이 녀석들이 어떤 때는 수업중에도 답을 보냅니다. ㅡ.ㅡ;

 

엄마일 수 있음이 행복하고,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우리 아이들이 고마와서..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동안은 건강하고 행복한 엄마로 남아서 아이들 곁에

살아있어 줘야겠습니다.

 

http://www.efrance.co.kr/chanson/data/WHY%20WORRY%20-%20NANA%20MOUSKOURI.a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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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토끼
  • |
  • 2009-06-19 09:43
답댓글
놀자님, 고맙습니다. 기억해 주실 뿐만 아니라 '열독'까지 해 주셨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저도 자주 뵜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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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자
  • |
  • 2009-06-19 01:30
답댓글

어머나...

바로 그 집토끼님이시네요.

저도 한동안 님의 칼럼 열독했었는데요.

그 집토끼님이라고 생각 못하고 글을 읽었다가...

어???? 예상치 못햇던 곳에서 아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에 혼자 좋아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아이들이 벌써 그렇게 컸네요.

그 무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계시는군요 ㅠ.ㅠ

하긴 초보맘이었던 제가 이제 9년차 엄마가 되었으니...

 

앞으로도 가끔 이렇게 뵐 수 있음 좋겠어요.

아프시지 마시고 많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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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09-06-16 10:43
답댓글

집토끼님, 안녕하세요?^^

 

잘 생긴 아드님이 키도 크네요. 

집토끼님과 마신 커피 맛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제 기억에 밴쿠버는 언제나 화창해서,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의 눈빛도 밝고 선하게 기억되요.

이렇게 종종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언젠가는 또 뵐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고.

 

살아있다는 것은, '가능성을 갖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살아있지 못하면 그 상태로 머물고 '끝'이 나지만, 살아있음으로 해서 다시 시작하고 다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살아 있는 오늘 하루 하루가 참 소중합니다.

내게 주어진 기회, 내가 잡고 있는 기회니까요.

나를 세상에 내 보낸 그 분이 내게 주신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 날마다 다짐을 합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자라서 언젠가는 품을 떠날테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내가 살아온 날 보다 더 많을지 어떨지 모르는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이 때,

서로 서로 돌봐주고 보듬어 가면 참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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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토끼
  • |
  • 2009-06-18 08:35
앗! 강미선님이다. 반가와요. 요즘 밴쿠버가 가뭄이 드는 바람에 저는 신이났습니다. 햇볕과 시원한 바람을 맘껏 누리고 우울증도 날아가버렸거든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면서 좋은 글을 계속 올리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밴쿠버에 오실 일 있으시면 연락 주시구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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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09-06-19 15:42
아아...그런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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