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 월령과 비슷하네요. 이제 막 만 34개월이 됐습니다. 제 아이 역시 한때 영어(단어나 간단한 문장 수준이지만)를 즐겨(?) 내뱉더니만 언젠가부터 시들해졌지요. 제가 워낙 속도도 안내고 (좋게 말하면) 느긋하게, (나쁘게 말하면) 게으르게 영어를 접해주는 원인도 있겠지만요. 아이의 우리말이 폭발적인 향상을 보이는 시점. 맞아요. 그때 아이는 '언어'의 즐거움에 푹 빠져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어느 순간 영어에 귀와 입이 확 트인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아이도 어느 순간 모국어가 귀에 쏙쏙 들어오며 입으로도 술술 나오게 되는 거지요.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일이겠어요. 얼마 전 제 아이가 한창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말도 안했어.', '아무 것도 안했어.' 이런 말들을 즐겨 하기 시작했지요. 애 아빤, 분명 딴 짓을 한 걸 목격했는데 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는 정색을 하고 아이에게 '아빠가 물으면 사실대로 말을 해야지,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되냐'며 애를 다그치길래 제가 좀 답답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열을 좀 받았지요. 아이는 새로운 표현을 배우고 그야말로 한창 '써먹는' 중인데 거기에 정색을 하고 제동을 거는 아빠라니... 저는 아이의 이 '모국어의 즐거움에 빠진 시기'를 한동안 유지해줄 생각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우리책 영어책 모두 읽어주는대로 듣고, 자기가 가져오기도 하더니 요즘은 책 내용의 거의 90% 이상이 이해되는 우리책이 더 좋은 모양입니다. 여러가지 상황에 있어 우리말을 많이 선호하고 있긴 하지만, 영어에 대한 거부라고는 보지 않고, 저는 영어에 있어서의 끈을 놓치게는 하지 않는다는 기분으로 책을 가끔 읽어주거나 비디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씨디롬은 제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경우를 봐도, 워낙 그 재미가 큰 까닭에 영어가 들려온다는 것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집중하는 것 같더군요. 아이가 본격적으로 씨디에 빠지기엔 이른 나이라 이 역시도 조금씩 맛보기만 해주는 정도지만... 암튼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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