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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개월+16]자연을 품은 "밀레의 여정" -〈전시〉

  • 봉황
  • |
  • 2003-01-23

1!@#$
[2003년 1월 3일 금요일]

현지가 두살때였나..덕수궁미술관에서 열렸던 오르세미술전 다녀왔었다.
그곳에서 유명한 밀레의 이삭줍기를 보면서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사람도 무척 많았고, 아이도 잠이 들어..피곤하고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지금은..그때 무슨 작품들이 있었는지..두시간을 기다리고..줄서서..밀려서..30분 정도 관람했었기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2002년 장 프랑수아 밀레 서울 특별전(2002년 12월 14일~2003년 3월 30일까지)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_blank'밀레의 여정'이란 부제로 열리고 있다.
2년만인가..
밀레라는 작가에 대해 크게 매력을 느꼈다거나..일찍부터 관심이 있다거나..했던 것은 아니다.
농촌을 소재로 한 그림에는 매력을 못 느끼다보니 큰 관심도 없었지만 유명한 화가이다 보니..어디서든 등장할 수 있는 이름과 작품이다보니 찾아가게 되었다.

현지와의 기회가 잘 닿아야 접할 수 있는 유명세를 타는 전시회를 대하는 입장이 지금은 느낌도..과정도 사뭇 다르다.
이젠 전혀 안아줄 필요도 없고, 그런 것 때문에 칭얼대지도 않을 뿐더러 대화가 가능하고..미술전집에서 봤던 그림을 직접 보여주며..'우리 이거 진짜로 보러갈거야..사진으로 보는게 아니라 화가가 직접 그렸던 진짜 작품' 하며 사진이 아닌 진짜 작품을 보는 것이 얼마나 선택받은 행운인지 얘기해주니 호기심을 더 갖게 되는 것도 같기도 하다.
눈이 부서져 내리는 덕수궁 돌담길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얇게 쌓인 눈의 소복함 때문이었는지 겨울의 옹색한 풍경은 아닌 듯 싶다.
미끄러질까..여기쯤이었는데.."엄마 우리 저거 보러가는거야?" "그래..밀레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 보러가는거야.." 하며 가로등에 늘어져있는 플래그를 짚어가며 걸어..걸어..시립미술관에 도착했다.
빨간 전화부스가 이쁘고..올라가는 굽이친 길과 나무들이 겨울의 운치를 더하는 곳..
이곳을 지나다니기만 하고 한번도 와보질 못했다.

................................................................................................................................................

입구에 들어서니 하얀 벽면에 '밀레의 여정'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현지야 저기 밀레의 여정이라고 써있네..밀레가 그린 그림들이 어떻게 변했나..보는거야"
"여정이 뭔데?"
"여정은..지난온 길을 말하는 건데..현지가 아기떄부터 어린이가 되어..나중에 어른이 되듯이..지나온 길이 있잖아..그것처럼 밀레가 그림을 그리면서 처음에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변했나..그런 과정을 말하는거야"

바르비종 이전 밀레
전시관은 세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바르비종이라는 마을에서 밀레가 그림을 그렸는데..농민들이나 자연을 소재로 많이 그렸대.
이건 '정의'라는 작품인데..옆에 있는 건 이걸 보고 밀레가 똑같이 그린 모사작이야"
"엄마..근데 왜 머리모양이 달라?"
"똑같이 그린다고 해서 베낀다는게 아니라..보고 참고하여 그리면서도 자신만의 느낌을 추가하거나 변형시켜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거지..서로 다른 부분 찾아볼까?"

"오늘 온 전시회가 밀레의 여정이라고 해서 밀레 작품만 있는게 아니라 밀레가 그림을 그리면서 영향을 받고..영향을 준..길..여정이라는게 지나온 길 같은 뜻이잖아..그런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회야.
그래서 밀레가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이런 그림을 보고 그리며 영향을 받았다..라는 걸 같이 보여주려는거야"

제목이 같은 그림이 많아서 한줄로 서서 지나간 길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되돌아와서 아까 뭐였지..하며 찾아보고..비교해보면서 다닌다면 습관처럼 훑는 전시관람이 아닌..보고 찾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현지가 그림을 보면서 어떤 사물을 그렸을까..빛의 방향이 어디에서 오는 것 같니..그림자가 생기는 반대편이 빛이 오는 방향이야..그림의 느낌이 어떠니..물어보니 스스로도 그림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한다.

"예쁘다..인어공주같아..근데 얼굴이 안보여..뭉개진것 같아.."
엄마가 제목을 얘기해주면.."엄마 아까도 이거 똑같은거 나왔어..가보자..뭐가 다르지?"하며 스스로 갸우뚱 거리는 표정까지 지어가며 생각하기도 한다.
한쪽 눈이 머리로 살짝 가려진 밀레의 '자화상'을 보면서 아이가 하는 말..
"한쪽 눈이 잘 안보여.근데 조금 반짝거려..왜냐면..저기 빛이 비처럼 뚝뚝뚝뚝 흐르거든.."

이곳에서는 주로 밀레가 어떤 작품의 모사를 통해 스스로의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초상화가 대부분이었다.
"왜 자꾸 똑같은게 나오지?"
"모사하면서 배운거라고 했잖아..똑같은게 아니라 소재와 구성이 비슷한거지..어떤건 비슷해보이지만 어떤 것은 일부분만을 확대해서 그부분만 모사해서 그리기도 했잖아."

대체로 침착한 작품들은 어두운 흙빛때문에 빛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보다보면..특징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해서 아이와 화가가 밀레인지..아닌지..알아맞추기도 하였다.
"이건 밀레 그림일까~?"
"이건 미끈미끈하잖아..밀레 그림 아니지!!" 하며 어떤 것은 대충 맞추기도 하지만..다 맞추진 못했다. 밀레가 그린 작품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특징에 충실했던 것 만은 아니었으니..

................................................................................................................................................

바르비종 밀레
1849년 파리를 떠나 퐁텐블로 숲 근처의 농촌마을 바르비종에 정착해서 이때부터를 바르비종 밀레로 구분한다고 한다.
가는붓으로 매끈한 느낌으로 그린 그림을 보면 "밀레 그림 않같아"..굵고 어두운 듯 하면 "이건 밀레가 그린거지" 하며 바르비종 이젠의 밀레에서 했던 놀이를 또 시작한다.

어두운 그림풍이라고 해서 다 밀레의 것은 아니라고.."봐..뭉게진 듯 하면서도 그냥 어두운 색이 아니라 여러가지 색이 혼합된 느낌이잖아.." 같은 어둠이라도 느낌이 다르다고 얘기해줘도 잘 모르는 모양이다.


〈http://www.imoon21.com/〉

밀레의 3대 작품(만종/이삭줍기/자비심) 중 하나라는 '자비심'을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밀레 생전에 어느 미국인에서 팔렸던 이 그림이 행방이 묘연하다 100년만에 발견되어 가치가 더 높다나..
추운 겨울..어두움 속에서도 빛이 새어들어와 색채를 돋보이게 하는 기법으로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려 했던 것일까..
"문 밖에 거지 보이지? 엄마가 아이한테 거지에게 빵을 주라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거야..그래서 작품 제목이 자비심이래"
이 작품을 이렇게 의미심으며 보긴 했지만 사실은 액자에 넣어져 있어서 그림속에서 보이는 빛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안전선의 너무 멀리 지정되어 있어 액자에 들어있는 작은 그림들은 제대로 보기조차 힘든 지경이었다.

습작이나..판화작품을 보면서 이게 어떤 그림의 습작이었나..찾아보기도 하고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그림은 판화로도..습작으로도 있어 판화는 뒤집어서 찍히기 떄문에 위치가 바뀌어있네..하며 비교도 해보았다.

................................................................................................................................................

밀레 이후
빈센트 반 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어떻게 영향을 받아 어떻게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특별한 작품경향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아니, 밀레가 주가 된 전시니..밀레가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 보여주는 곳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아마도 예전에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고흐 그림을 보면서 굽실거리며..꿈툴꿈틀~하며 이야기를 해주어서인지, 워낙 구별하기 쉬운 판이한 기법이어서인지 이곳에서는 누구의 그림인지 먼저 나서서 얘기를 하며 "나 잘알지"하며 씨익 웃어보이기도 했다.

"그림 보면 비슷한 그림인데 서로 다른 느낌으로 그려졌어..이건 고흐가 밀레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거야"

고흐 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많았지만 일일이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아무래도 더 좋은 작품들도 많았을텐데 '밀레'에 편중되어 작품감상을 하지 않았나..생각해본다.
작은 곳에서 감동을 끌어내어 나만의 작품을 만나야 하는 것을..화려함에 너무 치우친 것은 아닐까..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보이는데..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입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이런 이름있는 전시회를 기획하는 과정은 외국같은 경우 어떤 작품을 전시할 것인지 고민하고 고르는 작업의 기획부터 전시까지 3~4년의 오랜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큐레이터가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행업체에 맡겨서 하는 경우가 많아 단시간내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패키지 형식으로 작품을 들여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알맹이가 빠진 전시회라며 외국에서의 미술전시회와의 질적인 차이를 느끼고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술관람 태도도 풍경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만 찾아 다니는 것보다 그걸 토대로 하여 좀더 수준있는 전시를 보러 다닌다면 점차 나아가서 미술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수준에도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지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에서 만지며 경험해볼 수 있는 전시회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일반 전시회에도 그림책의 그림을 보듯,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니 잘 적응하는 것 같다.
하긴..처음 미술관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내가 보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딸려가게 된 것 뿐이어서 아이가 어른들을 위한 전시에 적응이 될까..어려운 것은 아닐까..걱정도 했었는데 이젠아이 스스로 무슨 전시회 보러 갈건데..하고 묻기도 하고 자신이 아는 화가들이 몇명 되다보니 어려워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여 어른이니, 어린이니 구분을 짓는 것 같진 않다.

................................................................................................................................................

어쨋든 이렇게 오르세미술전 이후에 다시는 그런 유명한 전시회를 접하리라는 기대는 생각도 안했는데 아이와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아이가..초등학교때 이런 기회가 왔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오늘 아이와 그림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아이의 그림을 대하는 자세에 새삼 감동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대견해 하기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오르세미술관 한국전때의 팜플렛과 밀레의 여정 팜플렛..그리고 자비심 그림이 인쇄되어 있는 포스터 한장을 구입했다.
돌아오는 길..밀레의 여정 팜플렛을 보면서 이거 봤던거..이건 귀신같던거..이건 뭐..하면서 유심히 살펴본다.
아마 책만 보여줬다면 이거 뭐야.했을런지도 모를 일이지만..직접 보고 난 것이 책자에 실려있으니 뿌듯하기라도 한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포스터를 벽면에 붙여놓으니 팜플렛에서도 찾아보고 집에 있는 세계미술대전집을 펼쳐놓고도 비교해 본다.
전시장에서 습작으로만 봤던 작품도 이 전집에 실려있기에 "아까 그 습작을 통해서 이런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이야기 해줄 수도 있었다.

밀레작품이 있는 사이트 소개
http://kcandy.naro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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