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 애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버지 참여수업'이 있었어요. 원래 아빠가 참석해야 하지만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 안되겠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저라도 왔으면 하시길래 '대타'로 가게 됐죠. 사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데, 선생님들께서 모처럼 준비하신 행사에 얼굴이라고 들이밀어야 되지 않을 까 하는 책임감 같은 게 들더라구요.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니 이미 영어선생님께서 아이들과 부모님들 (거 의 아빠들, 엄마도 몇 명 있었어요.)앞에서 교재 활동을 소개하고 있 더라구요. 지난번에도 한번 글을 올린적이 있지만 전 그 영어교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주지 않았거든요.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었는데 이제서야 그 수업모습을 볼 수 있게 된거죠. 앞에 모니터를 두고 손으로 조이스틱같은 걸 조작하며 그림을 보여주 는 수업방식이더군요. 생각했던것보다 발음은 괜찮으신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수업내용은 역시나였어요. "강아지는 dog, (그림을 보며) This is a dog. bow wow, 고양이는 cat, (또 그림을 보여주며) This is a cat. meow meow..."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말은 horse........... 달그닥 다그닥 horse.., 호랑이는 tiger........ 어흥 어흥 tiger...' 아이들은 너무도 열심히 따라하고 부모님들도 흐뭇하신 모습으로 바라 보고 계신 와중에 저는 아찔했어요. 동물 이름과 그 울음소리를 영어로 가르쳐주고자 했다면 처음부터 일 관되게 해야지, '달그닥 다그닥, 어흥'은 갑자기 왜 튀어나와야 하는 건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교재와 유아영어 교육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선생님으로 진행되는 영어수업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런 수업을 너무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계신 원장선생님, 또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내 아이 가 영어 단어 하나 더 내뱉는게 너무 뿌듯하기만 하다는 표정의 부모 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감히 그 자리에서 잘못된 걸 바로잡지 못하고 그저 실망하고 안타까와 할 수 밖에 없었던 제 모습에 우울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요즘 유아영어에 대한 관심이 관심인지라, 아마도 우리 어린이집에서 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행사의 첫 코너를 '영어수업'으로 장식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만 너 무도 씁쓸하더라구요. 실망하고 놀란건 여기서 끝난게 아니에요. 영역별 활동이 진행되는 각 교실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게 뭔지 아세요? 한 예만 들어보자면요. 코끼리 그림을 예쁘게 그려 그 밑에 'Elephant'라고 쓴 카드를 붙이고 다시 그 아래에 매달려있던건..... '엘리펀트'????? 차라리 한글로 '코끼리'라고 써 놓았더라면 이리도 절망적이지는 않았 을것을. 기린은 '쥐라프'@.@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가 그 카드를 보고 낱음절로 끊어가며 '쥐. 라. 프' 라고 읽는 걸 상상해보세요. 정말 아예 가르치지 않는 것만 못한 걸 친절하게 만들어 매달아 놓으 셨더라구요. 이래가지고야 아이들이 제대로 발음을 할 수 있겠으며, 엉망인 발음으 로 훈련된다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영어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아이의 무궁한 가능성의 싹을 도려내고 있 는 건 아닌지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비단, 우리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있는 문제는 아니겠기에 쑥쑥맘들과 함께 그 개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어요.


쑥쑥몰
체험이벤트













try to remember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