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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9일 목요일]

인사아트센터에서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첫번째 파브르 되어보기 /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두번째 상상력과 호기심, 세번째 상상속의 놀이에 이어 네번째 상상력과 호기심 展 ?_blank'맛있는 미술관'(2003년 1월 8일 수요일~ 2월 9일 일요일까지) 을 차렸다.
'상상력과 호기심'전을 다녀올 때마다 놀라운 작가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곤 한다.
'맛있는 미술관'이라니..다양한 음식이라도 차려진걸까? 솔~솔~ 맛있는 냄새라도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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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특별관ㅣ 과자로 만든 세상
어제 오픈해서인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사아트센터 3층으로 올라갔다.
우측에 마련된 달콤한 냄새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에 다닥다닥 붙여진 하얀 눈때문에 현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팝콘으로 만들어진 눈과 하늘에서 대롱거리며 반듯하게 줄서서 내려오는 팝콘 눈..반짝거리는 사탕으로 만든 스키어와 아이들..화분속에서 꽃처럼 피어나오는 듯한 맛있는 꽃, 비록 평면이긴 했지만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하던 과자집까지..아이는 내내 싱글벙글이다.
"엄마..우리도 이거 집에가서 만들자~ 엄마..우리도 팝콘 사서 만들자~~"
"여기 과자로 뭐 만들어 볼 수 있는 곳 있대..전시회 둘러보고 내려가보자"
3층 제3전시장ㅣ 음식미술관
맛있는 음식이 있어..그럼 우리는 무얼 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지?
'음식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고 들어왔지만..영화나, 드리마..음식을 갖고 장난치는 모습은 왜 그리도 자유스럽고 생기넘쳐 보였는지..아마도 내가 직접 경험하기 힘든 '짓'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 전시장에선 음식을 갖고 장난을 쳤다기보다는 음식을 직, 간접적으로 이용해 '먹는것'에서 한걸음 물러나 '생각하게 하는 것'이란 주제를 던져 놓은 것 같다.
오경환ㅣ모자이크 속 숨은 음식 찾기
색색의 반짝이는 유리조각이 돋보이긴 하지만 사물이 면 하나로 단순화된 '숨은 그림'에 해당하는 물건들이 더욱 부각되어 보이니..숨은그림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형태' 추측하기가 더 좋은 놀이제목이다.
"저기에 주방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이 숨어있대..한번 찾아볼까?"
"문어! 물고기! 사탕도 있다!"
"저기에 요리할 때 쓰는 주방용품도 있네..냄비도 있고.."
"후라이팬! 콜라!"
함명수ㅣ껌이빨
이빨이라는거 보니 동물들의 이빨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자세히 보면 사람의 '이' 같기도 하고..
사람의 치아인데 '이'만 달랑 꺼내놓고 보니 동물같은 느낌을 받아서 '이빨'이라고 한걸까..잘못된 표기일까..
멀리서 보면 재미를 잘 모르겠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질겅질겅 씹혀서 제멋대로 자국난 껌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우습게 느껴진다.
색이 다른 껌으로 된 이도 보인다.
"엄마..저건 껌이 모자랐나봐"
"엄마..내가 숫자 세볼께"
이의 갯수도 작품마다 서로 다르다.
으..이걸 다 씹어서..꼭꼭 줄맞추어 붙여놓다니...
홍경택ㅣ맛있는 음식 총집합!
정물화도 아니고..음식이란 음식은 모두 모였다.
언뜻 보면 찾을거리도 없어보인다..보고자 하면..눈에 뻔히 보이는 정물들..
하지만 그림을 가만히..쳐다보고 있으면 과자로 만든, 더 정확학 말하면 쵸코렛으로 만든 집 내부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상적인 꽃병의 컴포지션에 더욱 시선이 머문다.
구성연ㅣ꽃시리즈 / 유리와 햄버거, 소시지, 호박(a squash), 늙은호박(a pumpkin)의 만남
꽃시리즈에선 떡, 피자, 스파케티, 밥에 꽃을 꽃아 장식한 것을 촬영한 것.
"현지는 저렇게 우리가 먹는 음식을 먹을때 꽃이 꽃혀있다면 어떨것 같아?"
"맛없을 것 같아..꽃은 먹는게 아니잖아"
"우리 꽃차 먹어본 적 있지? 거기에도 꽃이 들어있었잖아..그건 맛이 어땠어?"
"맛있었어..이것도 맛있을 것 같아.."
"그래..꽃중에서도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꽃도 많대~"
소시지에 꽃여있는 유리를 보더니 "으악 공룡꼬리잖아~"하고 아이가 소리친다.
"엄마..호박에 유리가 꽃혀있는 건 고슴도치 같아..이건(늙은호박) 신같아"
"그러네..유리가 장식되어 꽃처럼 보이는구나..근데 현지야 음식에 유리를 꽃아놓으니까..이런걸 먹는다면..어떨 것 같아?"
"으..아플것 같아"
"그럼 저기 꽃을 꽃아놓으면~?"
"그건 맛잇을 것 같아"
"이 두개가 다 같은 작가가 만든거래..하나는 예쁜 꽃으로..하나는 날카로운 깨진 유리조각으로.."
햄버거에 꽃혀있던 유리조각은 마치 내가 햄버거를 먹을 때마다 달려드는 수많은 유해물질을 대변해 주는 모습같다.
햄버거를 싫어해서 잘 먹지 않는 엄마때문에 덩달아 먹지않는 현지가 다행스럽다.
오정미ㅣ먹을 수 있는 커튼
화이트 쵸콜릿과 브라운 쵸콜릿으로 캔버스를 바른 것 같다.
"쵸코렛이잖아~ 맛있겠다~"
"쵸코렛을 녹여서 화판에 캔바스에 발랐네..맛있는 작품이다 그치?"
"이건 뭐로 만든걸까..냄새 맡아볼까?"
"으..지독해"
사실 지독할 정도는 아니고..코를 킁킁대면 겨우 냄새가 날 정도지만 색과 약간 나는 듯한 냄새만으로도 그런 느낌을 갖었던 모양이다.
"간장으로 발라서 만든 커튼이야..된장도 바르고..고추장도 바르고..이건 뭔지 알겠다..이건 뭘까?"
"스파게티!"
"그래..스파게티 소스를 발라서 커튼을 만들었네~ 모두 먹을 수 있는 걸로 물감처럼 칠했어..맛있겠지? 현지는 집에 어떤 커튼을 걸고 싶어?""
"난 갈색 커튼이 걸고싶어"
쪽이나..다른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염색재료만 자연의 색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이렇게 조미료로 쓰이는 것들로도 아름다운 색이 나온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함명수ㅣ면발로 변해버린 세상
'껌이빨'의 작가 작품이다.
면발을 직접 삶아서 붙인건가..하여 가까이 다가가보니 가짜 면발이다.
멸발처럼 그려진 그림일 뿐이었다.
흐느적거리는 세상..흘러내리는 고요..
"이건 국수가닥을 그려서 그림을 그린거야. 진짜 국수로 그린건 아니고.."
"이건..슈퍼가 문을 닫았어. 나무들이 누워서 자고 싶은데 차들이 씽씽 지나갈까봐 그냥 서서 자는거야"
"저기 알록달록한 색으로 되어있는 건 밤에 거리에서 반짝거리는 네온싸인이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디에선가 풀려있을 면발의 끝가닥이 돌돌 말려 큰 공이 되어 내게로 굴러올 것 만 같다.
이 작품은..그림 안에 서있던 낯선 남자처럼..그렇게 자꾸 내게로 오는 그림이다.
이동재ㅣ쌀로 쓴 책
다양한 잡곡들을 모아 액자 안에 넣어놓으니 그것 또한 작품이다.
흑미를 이용해 깨악처럼 행간, 자간을 맞추어 붙여놓으니..멀리서 보면 진짜 책처럼 보인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우리가 읽지 못하는 자연의 속삭임이라도 깃들여 있나보다.
바닥에는 설치미술로 이것 역시 쌀을 파랗게 물들여 풀어 놓았다.
"엄마..이건 쌀바다야~" 하면서 스윽스윽 만져본다.
쌀에 물을 들여 그림놀이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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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제2전시장ㅣ 상상 요리나라
정연두ㅣ식빵 초상화
오래된 액자같이 걸려있는 바랜 얼굴들.
가족처럼 오래되어도 깊이가 더해지는 진함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팜플렛의 설명을 보니 '누구의 얼굴을 맛볼까요..못생긴 친구 얼굴부터 먹어볼까요' 하고 적혀있다.
미운 얼굴 한 친구의 마음은 화난 상태, 그렇다면 그 친구를 먼저 먹어볼까..마음 먹는다는 것은 친구의 기분을 풀어조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같기도 하다.
아니면..그냥 재미난 얼굴 표정을 먹어치우는 행위를 해보라는 의미없는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
"이건 토스터로 빵을 구워서 그 위에 버터나 잼을 바른 후에 얼굴 모양을 찍은거야. 현지가 이런 빵을 먹으면 어떨까?"
"나쁜 얼굴은 나쁜 맛이 날 것 같고 좋은 얼굴은 맛있을 것 같아"
김홍석ㅣ상상 요리법
너저분한 주방 기구들가 레서피와 사발면들..
주방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싫어하는 나에겐 전시설치물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다.
현지는 레서피도 한장 집어 보는 둥..의자에 앉아 보는 둥..그런데 뭘 하라는 건지..앉아서 사발면 하나를 먹고 가라는 건지..
이렇게 공간안에 덩그러니 놓여있으면 막막해진다.
"현지야..주방이야..여기서 마음대로 상상해서 요리를 할 수 있대..현지는 상상으로 어떤 요리가 하고 싶어?"
"감자튀김, 샌드위치..식빵..케이크.."
권오상ㅣ케익 위에 케익, 케익 기둥
딸기가 그려진, 아몬드가 그려진, 여러가지 음식들이 모두 사진 안에 들어있다.
이 사진으로 무얼 하느냐고?
딸기사진을 붙여서 케익모양을 만드니 딸기케익이 되고, 아몬드 사진을 붙이니 예쁜 아몬드 케익이 된다.
이 케익들이 햄버거처럼 끼어서 높은 기둥을 이루었다.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케익일까..찾아보는 재미..이렇게 사진을 된 재료로도 케익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간다.
도흥록ㅣ환상 사과나무 숲
천정에 매달린 일곱개의 하얀 사과.
"저기 매달린 하얀 사과를 깎으면 무슨 색 사과가 나올까?"
"???"
"사과가 모두 몇개지?"
"하나..둘..일곱개"
"엄만 여기서 차례대로..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보라..일곱가지 무지개 색이 다 나올 것 같아"
"그럼 무지개 사과네"
일곱개의 하얀 사과는 작품을 대하기 전..힌트라도 되었던 모양이다.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니..환상적인 제목 그대로다.
'환상 사과나무 숲' 이 환상의 숲에서 자라는 사과들은 마술처럼 뽀록~ 하고 열리는 사과가 아닐까.
야광으로 빛나는 열매들은 하얀 낚시줄에 매달려 있지만 잘 보이지 않아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열매다.
그럼 우리가 지나가는 공간이 나무기둥이며..나뭇잎이며..숲 자체란 말이 되는가?
발자국을 따라 그곳을 빠져나오니 밖의 공기가 너무도 시원하다.
환상적이긴 해도..닫혀진 어둠과 내부공간의 답답함은 어찌하지 못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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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층 제1전시장ㅣ 뒤죽박죽 과자 공작소
아이들이 만든 과자로 만든 작품이 다양한 곳.
풀 역할을 하는 형광 클레이의 알록달록함이 입맛을 떨어뜨린다.
마치 무당벌레라도 발견 한 듯한..배고픈 새처럼..배는 고프나..저런 요란한 음식은 사양하겠어~
집에가서 만든다..만든다..하고 미루면 거짓말장이 엄마라도 할 것이 뻔하다.
재료비를 별도로 내고 과자나 쵸코볼..등의 재료가 담긴 비닐을 받아 공작소에 자리를 잡았다.
"이건 풀처럼 과자와 과자를 붙여주는 거야. 현지 혼자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어봐"
상상력과 창의력의 부재다.
새알위에 클레이..그 위에 새알..그 위에 클레이..뭐하는 것인가.
바닥에 클레이를 대고 위하스를 붙여주었더니 그 위에 클레이..그 위에 포도색 젤리..그 위에 클레이..그 위에 젤리..
"현지야, 쵸코파이도 반으로 잘라보고..웨하스도 잘라보고..세워보고..이렇게 저렇게 해봐"
이렇게 하면 내 작품되지 뭐..괜한 참견같은 생각이 들어 그만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단체로 몰려온 유치원 아이들이 공작소 작업대 주위에 빙 둘러앉더니 어떤 한 아이가 쵸코파이에 요지를 꽂아 젤리를 꽃으니 저마다 그것과 똑같은 생일케익을 만들어버렸다.
선생님은 옆에서 쉴새없이..이것도 만들어보고..저것도 만들어봐..시끄럽다.
아..내가 현지에게 얘기할 때도 저런 모습이었을까..말을 아껴야 해..스스로 하게 해야 해..느끼는 점이 많다.
현지가 그렇게 자신만의 멋진(?) 작품을 자랑스럽게 들고가려고 하길래 "저곳에 놓고 가야 다른 사람들이 '아..이 어린이 정말 잘 만들었구나' 칭찬도 하고 좋아하니까 놓고가자" 하니 아까운 듯한 표정을 하면서도.."그래" 하고 대답해준다.
하루면 없어질 현지 작품이여..바이~~사진촬영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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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전체가 달콤한 향기가 나는 듯 하다.
음식과 어우러진 다양한 표현방법이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다섯번째 전시를 기다리려면...이젠 여름방학을 기다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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