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맞을 각오로 이 글을 써 봅니다.
최근 온나라가 "영어"때문에 난리도 아니군요.
쑥쑥에선 교단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엄마"된 입장에서 와서 놀고(!) 싶었기에...
그런데,
우리들의 우상이신(너무 심한 아부지요^^) 만재아빠님을 비롯하여 속시원히 말씀들을 풀어 놓으시니 저도 기운을 받아 제 솔직한 심정을 풀어볼까 합니다.
일단 공교육권의 영어 수업의 모형에 대하여 이상적인 말들이 무성한데, 누구나 동의하는 모습이라고 봅니다.
-자기의사 수월하게 "말하기"
-영어교사는 "영어로 수업"하라
근데 이거 십수년 전 김영삼 정부시절에 "세계화" 슬로건으로 인하여 특히 영어 교육이 처음 실시되던 중학교에서도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 때는 영어 유치원 이런거도 없었고, 저는 평범한 주거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했더랬습니다. 저는 신이 났었습니다. "열린교실"이란 슬로건까지 합세를 하니 영어 수업 시간은 그야말로 저의 재량껏 재미있게 꾸려갈 수가 있었거든요. 정말 한 3월 한 달은 "영어만" 쓰며 수업 했었습니다. 순진한 학생들은 제가 우리말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나? (고맙다, 애들아...)
아무튼 전 교실에 키보드도 들고 들어가 직접 반주 신나게 깔아 주며(자동 반주 기능 이용하여 팝 리듬으로) 영어 동요며 팝송들을 불러 재꼈고, 덕분에 저는 음악 교사로 오인 받기도 했어요.^^
딸린 애새끼가 있나 일요일도 학교에 나오고 싶어 심심했고(거의 미쳤지요^^) 교구도 제 돈 들여가며 열심히 만들었어요. (시계, 달력, 문장 판, 날씨판 이런거...)
그리고 영어 연극 대회, 말하기 대회, 원어민 초빙 수업 주선하기, 영어 임명장 만들기 등등 갖은 쌩쑈를 하며 학교와 정부 시책에 충성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고등학생이 될 준비를 하던 무렵, 우연히 들은 대화가...
"...영어시간에 고등학교 문법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 수업이 제일 도움이 되었다..." 어쩌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조용한 충격이었고, 몹시 혼란스럽던 기억이었답니다.
그 후론 결혼하고, 출산에, 고등학교로 발령받고, 수능영어 하다보니 위의 이야기는 아련한 전설의 고향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도 저의 귀는 항상 국내 "TESOL" 과정에도 열려 있었고, 미국땅에서 공부를 해 보고야 말겠다는 꿈을 접지 않고 살았기에, 결국 미국 석사학위 하나는 손에 쥐고 있게 되었네요. 참, 요즘 같은 시절이 되고 보니 이 종이장 하나가 나를 그나마 "덜" 불안하게 해 준다고 해야할라나... 제가 가진 학위는 동료들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국내 석사, 미국 석사, 해외 연수 경력...
그러나, 단지 "영어"를 가르친다하여 이 모든 경력들을 국가가 이런식으로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에는 몹시 노엽습니다.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왜 영어교사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급여 체계도 바꾸고, 아예 기존 영어교사는 모두 명퇴시키고 새로운 기준으로 다시 뽑는게 차라리 낫겠다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외국 학위에 영어 잘 돌아가는 사람이 교단에 서 있겠습니까? 다른 사교육 기관으로 가던지 하지...
영어로 말 잘 안돌아간다고 비난받고 계시는 연세 많으신 선배 영어 선생님들,,,
물론 상식적으로 그럴만 하다고 인정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존경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하시겠지만, 이 분들 시대에는 교사가 모자라 "스카웃"되다시피하여 교단으로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평생을 보장받는 대신 젊은 시절 쥐꼬리 월급으로, 오직 "사명감" 하나로 버티신 분들을 저는 기억합니다.
그분들의 문법 강의와 판서는 "예술"이라고 봅니다. 이런 분들이 젊은 세대에게 마구 씹히는거 저는 보고 싶지 않고 이것이 한 사회가 한 분야의 노장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얼마전 까지 작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박사과정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이젠 깨끗이 마음 접었습니다. 대신 아이들 "엄마표 영어"하는데 앞으로 3,4년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이 교단에 적용되지 않을까 모색해 보기로 살짝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공교육의 원래의 가치를 다시 새기고 싶습니다.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학교("school"이란 단어, 원래 끼리끼리 모여 있는 곳, 물고기 떼처럼..., 학파를 형성하며...)를 모두의 손으로 주었던 것 아닌가요. 있으나 없으나, 만석군 아들이건 머슴집 딸이건.. 같은 교복을 입던 그 시절의 학교.
몰입식 영어 교육은 귀족학교에서 하면 됩니다. 형편 되는 곳에서 하라 하십시오.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초등 3학년이 되어서야 영어 시작하는 아이들도 수두룩 합니다.
"말하기" 교육은 경쟁 없는 곳에서 비로소 시작 될 것입니다. 그러나, 명심하십시오.
스스로 귀족이 되어야 성에 차는 부모들이 있고, 또 그래야만 되는 직종이 있고, 대학의 선발 시험이 존재하는 한, 그 선발에 영어가 "성적"의 이름으로 둔갑하는 그 순간, 사교육의 짜릿한 앞서기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서론이 길었군요.
간단하게라도 말이 나오려면 상대방이 하는 말귀를 알아"들어야" 하지 않나요? 치고받는 회화는 결국 "듣기"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로 되어야 하는데...
엄마표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차고 넘치게 듣는 세월이 얼마나 누적이 되어야 하던가요.
이 것을 학교에서 다 해주길 기대하지 마시고 생활 주변에 깔아 놓으셔야 할겁니다.
영어 공용화 사회가 되던지 유럽처럼 이웃이 영어권 국가라서 기차만 타면 찍고 올 수 있던지.
입시 과목에서 "순수하게" 제껴주던지. 등급제로 위장시키지 말고.
차라리 "기러기" 가정에 보조금을 주던지...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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