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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월+1]강화도 전등사-〈체험〉

  • 봉황
  • |
  • 2003-02-05

1!@#$
[2003년 1월 19일 일요일]

주말이 되면 야외로 나갈 수 있어서 좋다.
면허도 없고 길치인 엄마에게 아빠는 훌륭한 길 안내자이며 비로소 완성된 가족이 되게하는 마침목이기도 하다.

지난주 누군가 소개했던 양수리 쪽의 '봉주르'라는 곳에 다녀올 때엔..다른 목적없이 모닥불 하나 보려고 달려가 잠시 앉아있다 돌아온게 전부지만 가끔은 그렇게 가는 길..오는 길..잠시 쉬는 길..주어진 대화의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번에도..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고..가족끼리 야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강화도를 생각했다.
친구가 석모도로 가는 뱃길에 갈매기가 새우깡을 먹으러 날아온다는 얘기를 해주어서 전등사에 들러..현지에게 배도 태워줄 겸 석모도에 가볼까..했던 것이다.

................................................................................................................................................



강화도 전등사...
얼마전 TV단편 드라마였던가.
강화도를 배경으로 그곳 가이드와 눈이 멀게 된 화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에서 가이드가 화가 일행에게 전등사 대웅보전의 네 귀퉁이에서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부상의 전설에 대해 얘기해주는데..그 이야기의 매력이 전등사에 오고 싶게 만들었던 것 같다.
전등사..그 쓸쓸한 입구의 풍경을 오르내리는 많은 사람들의 인경(人景)이 덮어주고 있었다.

오르는 길이 멀다.
아이는 추운 손을 부벼대며 솜사탕을 먹는단다.
솜사탕을 손에 쥐고..입에는 핑크색 설탕물을 찐득거리게 묻히고..아빠 목에 올라앉아서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우리에게도 가이드가 있었다면 구석구석..숨겨진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을텐데..잠시 인사드리고 경치나 둘러보면 되지..하고 욕심을 버리니 좋은 공기가 그제서야 느껴지는 듯 하다.

대웅보전에 들어가면서 아이아빠에게 같이 들어가자고 하니 유연히 들어간다. 아이는 ?_blank'반배 하고 들어가야지..' 하니 자연스럽게 반배를 하고 대웅전에 들어가 엄마를 따라 삼배를 한다.
생전 처음 절에 가서..절하는 방법을 묻기에 알려주니 절까지 하게 된 남편이 달리 보인다.
직지사에 다녀오면서 '염주 한알한알 당신 생각 하면서 꿰어 만든 108염주다' 하며 차에 걸어주었던 그 염주의 향나무 향기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린 건 아닌가..

대웅보전을 나와 아이와 신랑에게 처마의 네 귀퉁이를 자세히 보라고 일러주었다.
도깨빈가..저게 뭐냐..하는데 아는 체를 좀 해줬다.
"저게 여자의 나신이야..사찰에 왠 여자 나신..? 이상하지 않아? 옛날에 이 대웅보전 지을 때 목수의 우두머리 격인 도편수가 마을의 어떤 여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공사가 끝나면 같이 살자..그랬는데 여자가 딴놈이랑 눈이 맞아서 도망가서 그 도편수가 그 여자..평생 벌거벗은 몸으로 무거운 처마 받치고 살으라고 저리 만들어 놓은거래"
(나중에 가게 되면..얘기해줘야지..하고 드라마 보면서 메모까지 해둔 실력이다)

여러 모습을 한 존상이 많이 모셔져 있던 명부전에 들어가 절을 하고 나오니 밖에서 춥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어린애처럼 보채고 있는 남편이 보인다.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은행나무와 작은 연못을 사진에 담고..그리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줄지어 약수를 받길래 좋은 물인가..싶어 같이 한모금씩 맛보았다.
군데..군데..놓여있던 작은 목어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마른 갈색풍경에서 찾은 알록달록 물고기가 반가운가보다.
내려오는 길 찻집인 죽림다원 마당에 나무를 깎아 놓은 목과 다리가 길게 뻗어있는 학을 만져보며 목어에 이어 두번째 볼거리가 생긴 듯 현지가 반가워한다.

"석모도에 갈때 갈매기가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날아온대..거기 가자.." 하는데 너무 늦었다며 길을 돌린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나..다시 오려면 가까운 거리도 아니드만..늦더라도 좀 가주면 안되나..' 속으론 불만이 많아도 내색은 하지 않았다.
"엄마 우리 배 언제 타? 지금 배타러 가는거야? 새우깡 사가지고 간다며.."
"지금 가면 너무 늦어서 배가 끊긴대..저기 배 보이네..우리 지금 바다 건너는거야.."

아무래도 아이아빠는 이곳에 와서 마음이 편해지게 즐기기보다는..
'내가 이곳에 왔다'는 외형만으로 남편으로서의 점수를 받으려는 것은 아닌지..
하긴..지난주에도 조용히 명상하는 시간을 갖기 보다는..그곳에 같이 와준 것에 대해..자기 몇점이나 되는지..점수에 연연했으니..
아빠의 본심이야 어쨋든 현지에겐 가족이 함께 다니는 여행이 보고 들어서 배워야 하는 것들보다 더 행복하고 기쁜 일인 듯 싶다.
주말에 같이 다녀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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