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제가 지도하고 있는 새터민 아이들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다음은 그 아이들의 그 후 이야기 입니다.
....
2007. 6. 20.
오늘, 유난히 S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제게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듯...시큰둥하게 문제를 풀다가,
"아이, 모르겠어."라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바쁜데...
보다 못해, S에게 물었어요.
"왜 그래?"
"...하나도 모르겠어요."
S의 불성실한 태도에 저는 약간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방금 해결한 문제의 풀이 과정 한 줄 한 줄을 짚어가며 물었습니다.
"여기 이 점에 이 직선 위에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알아요."
"그럼, 이 점을 대입하는 방법을 모르겠니?"
"알아요."
"여기, 계산하는 것을 모르겠니?"
"알아요."
"그럼 뭘 모르겠니?"
"...다요. 다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책상에 엎어지는 아이...
S는, 주목 받기를 원하는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하고, 선생님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심이 큰 아이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냉정하게 대하기로 했습니다.
S도, 새장 안에서 나와 세상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른척, 저는 수업을 계속했습니다.
문제를 풀다 말고, S가 저를 불렀습니다.
"선생님, 상담할 게 있는 데요, (다른 아이들에게) 이건 순전히 내 얘기야. 선생님, 제 머리가 나쁜 건가요? 왜 해도해도 잘 안되는 거죠?"
눈은 빨개지고 눈물을 흘리는 S....
"너, 머리 나쁜 애 아냐. 그리고, 뭘 얼마나 했다고...겨우 그만큼 한 것 가지고 약한 소리 말아."
옆에 있는 H와 J의 야유가 이어졌지요.
"뭐야? 네가 그러면 우린 죽어야겠네?"
"우리 아빠가 그러는 데, 머리는 쓰면 쓸 수로 좋아진데. 그쵸? 선생님~"
"당연하지!"
친구들의 야유와 위로에도 울먹거리기만 하면서 S가 제게 물었어요.
"선생님, 저는 정말 수학을 포기하고 싶어요. 다른 건 되는 데, 왜 수학은 노력해도 안되는 거죠? 성적이 오를 땐 저도 수학을 좋아했어요. 지금까지는 성적도 많이 올랐고 그래서 기뻤어요. 근데, 이번 시험에서 엄청 떨어지고 보니까, 수학 공부가 하기 싫어졌어요."
(지금까지는 다른 아이들보다 잘한다 소리 들었는데, 지난 중간고사에서 다른 아이들은 올랐지만 S는 떨어져서 비슷해졌다는...)
"한번에 다 이루려고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 있어. 지금은 한 계단, 다음엔 또 한 계단...그렇게 차근 차근 생각해 봐."
그리고 저는 칠판 가득 그려진 일차함수 그래프를 지우고, 인생 곡선을 그렸습니다.
"성적이 상승할 때(그래프가 올라가는 부분)는 이대로 쭉 상승하기만 할 것 같아. 이번에 100점 맞으면 다음에도 영원히 100점 받을 것 같아.
근데 그러다 내려가는 때(그래프가 내려가는 부분)가 있으면, 그땐 또 이대로 영원히 추락하기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번에 50점 받았다면, 앞으로 쭉 50점만 받을 것 같아(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그 '당시'엔 그래.
하지만 인생 전체를 보면, 안 그렇단다.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해.
아무리 성공한 인생이라도 직선(일차함수의 그래프)처럼 늘 상승하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증가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증가하는 그래프야.
그러니까, 내려갈 때라 해도 포기할 필요는 없어. 다시 올라가면 되니까!
모든 건, '내' 노력에 달려있는 거란다.
S야. 약하게 생각하지 마. 너는 이제 겨우 중 2 야. 중 3 도 고 3 도 아닌, 중 2 야.
지금 고 3인 선배들 중에는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거야. 다시 시작하기엔 너희들에 비하면 이미 너무 늦었지. (꼭 그런 건 아니지만...이 아이들을 강하게 설득하기 위해서였어요)
너희들에겐 앞으로 5 년이나 남았어. 게다가 기말 시험은 시작도 안 했잖니? 기회가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 데!
네 부모님을 생각해 봐. 그분들에겐 기회가 많지 않아. 하지만, 너희는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시간이 있어.
정신 차리고 공부하자!"
S는 눈물을 거두었고, H와 J의 눈망울은 반짝였습니다.
다음 문제를 푸는 데, S가 문제집을 들어 저를 보여주며 자기 답이 맞았는 지 봐 달라는 눈빛을 보내네요.
저도 눈빛으로 대답했습니다.
'맞았어.'
집중을 해서인지, 그 전까지 계속 틀리기만 하던 S의 답이 처음으로 맞았습니다. 방긋 웃는 S.
친구들보다 앞서 다음 쪽을 풀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선생님, 저의 단점을 알았어요. 저는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들어야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제가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으면 하기 싫어져서 안하는 게 제 단점이었어요."
"선생님 딸이랑 똑같네.^^"
수업이 끝났고,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토요일날도 방과후 학교(지역 공부방)에 나와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아이들...
"선생님(들)에게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 선생님(들)은 너희들을 완전히 책임질 수 없어.
너희들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너희들 자신이야. 옆에서 공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는 거야. 그렇게 마음 먹어야 해. 강하게 마음 먹고, 열심히 하기 바란다...."
"네!!!"
셋이 합창을 하네요.
S의 기분이 좋아져서 다행이에요.
제가 너무 냉정하게 말한 것 아닌가 싶긴 했는데, 그래도 방긋 웃고 제 마음을 알아주어서 다행이었습니다.
...
수학을 해도 해도 안되는 이유가 뭔지, 혹시 머리가 나빠서 그런건 아닌지 우울해하는 S에게,
"학교 수학 정도는 누구나 풀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수학>이라고...
네가 그동안 놓친게 많아서 한꺼번에 올라가기 힘들 뿐이지, 앞으로 5년을 생각하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해도 해도' 안된 게 아니라고, 아직 덜 했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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