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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월+11]이영란의 설치놀이 "흙"-〈체험〉

  • 봉황
  • |
  • 2003-02-26

1!@#$
[2003년 1월 29일 수요일]



수요일은 영어모임이 있는 날.
아이들이 커가면서 스스로 대답하고 만들고 그리다보니 2년전..20분 정도의 모임시간이 이젠 거의 두시간 정도가 걸린다.
어제..오후 시간이 한가해서 어딜 가볼까..고민하다 추운데 나가지 말자..해놓고는 어제보다 더 춥다는 오늘, 모임을 마치고 ?_blank'이영란의 설치놀이'터에 놀러가기로 했다.
3시부터 시작된 모임이 모두 끝나고 나오니 5시 반정도..그곳의 운영시간이 오후 두시부터 아홉시까지라고 하니 가는 길도 여유롭다.
춥다..춥다..하더니 정말 추운 날씨다.
"혹시 우리 갔는데 사람이 없어서 안합니다..하면 어쩌지?" 하고 세훈맘이 걱정을 한다.
"설마..날씨가 추우니까 사람들도 많이 안오면 더 좋지 뭐"

신랑이 그렇잖아도 어제 저녁 물어본다.
"내일도 어디 가니?"
"응..대학로에 가려고"
"왠만하면 집에 있지..날도 춥다는데.."
"더 추워도 다녀..원래 추울 때 자주 다녀야 면역되서 안아픈거야"
날씨 안가리는 아내에게 이미 포기상태라 더이상 말리지는 않는다.

희망까지라고 적힌 전시기간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가야한다는 일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이 느껴지다가도..희망이라도 했는데..어느날 갑자기 내가 그곳에 찾아갔을 때 이미 끝나버렸으면 어쩌지..하는 불안함 마음도 갖게 한다.
희망은 마냥 여유있고 행복한 꿈만은 아닌 듯 싶다.

'이영란'과 '흙'에 대해선 이미 접한 적이 있다.
작년 5월 어린이날쯤이었나..죽산캠프에서도 '흙'을 주제로 한 공간이 있었다.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때 그곳이랑 비슷한가보다..생각이 들었다.
"현지야..지난번에 우리 죽산에 가서 흙으로 뭐 만들고 만져보고..흙 밟고 다니면 발가락 사이로 흙이 삐죽삐죽 삐져올라오던 거 기억나?"
"응! 아빠랑 같이 갔었잖아"
"그래..대학로에 그거 만들어놨대..거기 또 가서 놀까?"
"응!"

방송통신대학 옆길로 들어가 끝부분 골목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가 한참을 걸으니 놀이터 정.미.소가 나타났다.
어린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입장료는 어른, 어린아이 모두 만원이다.
들어가기 전 천사 두명을 만났다.
아저씨천사와 언니천사.
난로에서 얼은 손을 녹이며 잠깐 얘기를 나누는데 죽산에도 가봤다고 하니 반가워들 한다.
짐이 되는 모든 것들을 사물함에 넣고 티켓을 끊었다.
일..월..시간까지 적힌 금빛나는 티켓에 판화처럼 찍힌죽산 축제와는 달리 '흙'만을 주제로 한 것이기에, 벽에 붙여진 내부지도를 봐도 그렇고 공간이 그때보다 많이 넓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열평정도 되는 공간..좁은 공간이었다.

발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흙의 부드럽고 매끈한 촉감은 날씨가 추운 계절인 만큼 설치되지 않은 모양이다.
차가운 날씨때문에 흙도 물기가 적은 듯 단단하고 뭔가를 만들다 보면 금방 갈라지곤 했다.
흙으로 경험하는 조소놀이로 형태가 갖춰져 찍어내기만 하는 부조형태와 입체로 만들 수 있는 환조형태..그리고 긴막대와 짧은 막개까지 같이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곳까지 세군데에서 조소놀이를 할 수 있다.
처음만들기에선 사람과 붕어빵..그리고 현지는 천사언니가 시계를 찍어 나중에 선물로 준다고 하니 자기도 시계를 찍다가 실패하고는 복주머니를 찍었다.
이곳에서 찍은 우리 작품들은 가마로 들어가 맛있게 구워질 것이다.

두번째 만들기놀이는 연기가 폴폴 올라가는 초가집 뒷부분의 아궁이 같은 곳에 앉아 그 안에 넣어줄 선택받을만한 뭔가를 만드는 것.
나는 진주를 품은 조개를 만들고, 현지는 그곳에 있던 해리포터의 마법사 모자가 맘에 들었던지 그걸 만든다고..거의 나에게 떠맡겨서 형태를 만들어 준 후 밑부분만 열심히 만지작 거리더니 다 만들었단다.

마지막 조소놀이에서는..김밥을 만들려고 속재료부터 열심히 얇게..네모나게..만들어 김밥을 만들고 나서 자르려고 했더니 흙이 뭉쳐버려 도깨비 방망이를 만들게 되었다.
현지는 이곳에서도 역시 컨닝을 해서 잠자리와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만들어 꽂아놓고는 빛그림판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가버렸다.

흙밟기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손으로 물결을 만들어 비치던 물그림자를 보던 것에서 조금 더 발전해서 시골에서 봤던 멜로디언을 올려놓은 브라더재봉틀에 풍구를 연결시켜 재봉틀을 밟고..멜로디언을 연주하면 풍구가 같이 돌아가 그 손잡이가 물을 건드려 물결이 지게 되는데, 연주하랴..발로 구르랴..풍구에 틔어오르는 물 구경하랴..벽에 비치는 물결의 춤엔 신경쓸 겨를이 없다.

우물처럼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
지구에 구멍이 뚫려 지구 반대편 나라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하늘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아이 책에서 빌린 상상력).

으악..시골 할머니 댁에 갈때마다 그렇게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변소..
나무로 만들어진 변소 밑에는 야광모루들이 숫자로, 부호들이 앙증맞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앞에 준비된 양철통엔 담배꽁촌가..했더니 백목이다.
백목으로 벽에..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아이에게 애기를 건낸다.
"옛날에는 화장실이 이렇게 생겨서 여기에 발을 놓고 응아했었다~ 응아 하면서 심심하니까 분필로 벽에 낙서도 하고 그랬던거야"

흙놀이 마지막 코스는 옛날 놀이인 돌림판 놀이로 화살표가 닿는 곳의 지시에 따라 선물을 받기도..꽝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현지는 문구점에 갈 때 몇번 정도 사달라고 했었던 공기를 받았고, 세훈이는 구슬을..나는 좋은 글이 적혀있는 편지를 받았다.

입장시간이 오후 6시 28분이었는데 나온 시간이 8시 30분이다.
사람이 많은 날 갔었다면 30분이나 놀 수 있었을까..지난번 죽산축제에서도 줄 서서 지나가느라 오래 놀지 못했었기에 열심히 놀았다.

나오면서 아까 들어올 때 입구에 있던 하트 모양의 멍석 밑에 무엇이 들었느냐고..천사에게 물어보았다.
질게 주무른 흙을 비닐에 넣고 그 위에 발판을 깔아 흙의 느낌을 살렸다고 한다.
"현지야..이게 왜 이렇게 물컹거릴까..여기 밑에 흙이 숨어있어서 그렇대.."

내부에선 개인촬영이 안된다고 해서 2,000원을 내고 찍어주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장 남겼다.
천사오빠가 직접 패는 장작을 집어 넣어 활활 열기가 올라가면 빙글빙글 돌아가며 오르던 나선형 종이를 따라 흙놀이를 맘껏 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젠..대가를 치뤄야만 만지며 놀 수 있는 것이 흙이라니..
잘 구워진 우리의 흙작품들과 흙물을 물감삼아 낙서한 그림과 손바닥이 찍힌 종이가 담긴 비날포장을 받아 들고, 포스터를 구해 집으로 돌아왔다.
"와..여기 길에 귀 잔뜩 떨어져있네.." 농담을 던져봐도 정말 추운 겨울바람..겨울온도다.

................................................................................................................................................

집에 돌아와..오늘 다녀온 곳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여주면서 "우리 지난번에 죽산에 가서 흙놀이 했었잖아..그게 대학로에 설치됐더라..거기 갔었어" 하니 예전에 다녀와서 이미 해봤던 걸 왜 또하러 갔냐..는 듯한 표정이다.
놀이터에 가서 한번 놀아봤다고 다신 안가나 이사람아..?

"지난번엔 우리 몇분 못있었잖아..오늘은 사람이 없어서 실컷 놀았어.."
"아빠..나 애벌레도 만들고..잠자리도 만들었어..시계 이거..천사언니가 선물준거야"
"그래..잘했어"

4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흙놀이 '바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200평 정도의 공간에 설치되어 규모도 크다고 하니 다양한 놀거리와 아이디어도 기대된다.
그땐 여유분의 옷을 가져가더라도 홁을 실컷 밟으며 뒹굴며 놀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작년 5월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2회 죽산캠프도 열릴 것이라니 이곳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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