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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월+13]프린스 앤 프린세스-〈전시〉

  • 봉황
  • |
  • 2003-02-26

1!@#$
[2003년 1월 31일 금요일]



갤러리 현대에서 Prince & Princess 전시회가 열렸다.
인사아트센터의 ?_blank'맛있는 미술관'과 더불어 올 방학에 붐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기획전시회다.
갤러리 현대에서는 지난번 ?_blank'박수근 전'을 하면서 '신나는 나무여행'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도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놀이터로 아이들을 초대했다.
다녀온 사람들이 '놀다왔다'는 표현을 많이 해서 볼거리가 없는..흥미위주의 이벤트로만 여겨져서..전시관람을 고려하던 중이었는데..한국작가들의 작품이 1, 2층에 마련되어 있다면서 현지는 그림을 좋아하니까 데리고 가도 좋을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 다녀오게 되었다.

................................................................................................................................................

48개월이 아직 되지 않아 어른 티켓 한장을 끊었다.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지하로 가는 길이 눈에 띄었는지 아이가 먼저 들어가려고 했지만 아마..지하부터 봤다면 윗층은 올라가볼 기회조차 없지 않았을까..
"2층부터 올라갔다 내려오자"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
"엄마 저거..라면이랑 로켓 나오는 애야"
"그래..그거 그린 사람이 그런거야..저 애 이름이 아토마우스야..작가 자신을 표현한거래"
이미 2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인지 여유있게 볼 수 있었다.

김종학 작가의 '꽃'이라는 작품은 같은 주제로 두개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하나는 꽃밭과 태양, 그리고 핑크색 공기가 주를 이루었고, 나머지 하나는 태양이 있던 반대편 자리엔 거미가, 배경은 어두운색으로 되어있는데 같은 그림이라도 느낌은 전혀 다르다.
"꽃밭에 새들과 곤충들이 찾아왔네"
"그러네? 꽃들이 이뻐서 친구들이 많이 왔구나..그런데 그림 두개가 서로 달라보인다..어떻게 다른 것 같아?"
"응..잘 모르겠어..어려워"
"엄마생각엔..꽃밭의 낮과 밤을 표현했거나..잘보살펴진 꽃밭과 그렇지 않은 꽃밭을 비교해서 그려놓은 것 같아..현지가 꽃밭을 가꾼다면 어떻게 가꾸고 싶어?"
"꽃은 꽃밭에서 꺾으면 안되고..예쁘게 보살필거야"
아이와 배경색도 짚어보고, 밝음과 어두움을 이루는 요소들을 찾아보게 하는 것도 좋았다.

최욱경의 '어린이의 천국'
제목부터 보고나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보다 그림을 먼저 보고 제목을 유추해내는 과정이 더 깊은 관찰력과 생각을 주는 것 같지만 '이게 뭘까' 보는 순간 궁금해지는 작품은 제목을 들려주고 왜 그럴까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건 제목이 왜 어린이의 천국일까~?"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 같으니까 그렇지"

"이건 백남준 작가의 작품이야..현지는 백남준 전시회도 가보고..다른 곳에서도 몇번 이런 작품 봤었는데..이건 뭘것 같아?"
"음..여우처럼 꼬리가 둘둘 말려있어서 여우같아"
"그래..그렇게도 보이네? 몸통은 가구로 되어있고..꼬리는 뭘로 되어있는거지?"
"유리로 만든것 같아"
유리는 아닌 듯 싶지만..투명 아크릴판 정도의 느낌을 제법 비슷하게 유리라고 대답하면서 재료에 대한 감을 보여준다.
"이건..여우같기도 하지만..백남준 아저씨는 호랑이를 표현한거래..이 사람 작품은 저렇게 모니터를 주로 이용해서 만들어..이런걸 미디어 아트라고 해..그리고 TV처럼 화면이 나와.."
Fat boy라는 작품의 영상은 개구리가 귀뚜라미를 잡아먹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로로 뉘어진 여러개의 모니터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거 만든 사람이 만든 작품이..여기 또 있었는데..어디 있는지 알아?"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잘 모르는 눈치다.
"모니터를 이용해서 만든게 또 있었는데..비디오 아트라는 작품..음..백남준아저씨가 만든건데..뭐였지?"
"아..호랑이"
"그래..이건 뭘 만든걸까?"
"로보트"
"로보트처럼 생겼네..개구리가 귀뚜라미를 자꾸 잡아먹네? 어..제목이 Fat Boy야..귀뚜라미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뚱뚱해진 것 때문에 이렇게 제목을 붙였나보다~~"

"엄마 이리와봐..이건 새야..새..빨간 새"(노은님의 '새')
"그래..빨간색 새네..? 근데 엄마는 새 말고 또 다른게 보이는데.새 뒤에 누군가 있어 찾아볼래?"
"아..검은색 사람이 있다! 새를 꼭 껴안고 있나봐..근데 왜 고개를 삐뚤게 하고 있어?"
"왜 그럴것 같아?"
"음..맨 밑에..아래 글씨 보려고 고개가 삐뚤어졌나봐"
"사람은 처음부터 일부러 그린 건 아닌것 같아..여기 보면..밑에 검정색으로 칠해진 흔적 보이니? 처음엔 새 옆에 검정색으로 찰했다가..하얀색으로 칠해가면서 사람 모양을 만들었네.."
"어..정말 그러네? 여기 밑에 색이 숨어있는게 보여"
"그래..한번에 샤샤삭 하고 다 그리는게 아니라 겹쳐서도 칠하고..수정도 하고..그러면서 작품을 완성하는거야"

다른 어린아이가 "엄마 새" 하니 현지가 옆에서 끼어든다.
"그거 새만 있는거 아니야..뒤에 또 숨어있는거 있어..엄마 쟤는 그것도 모르나봐"

이왈종..김기창 등 개인전에도 다녀왔던 작가들의 작품도 서너점씩 있었지만 작가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기엔 아직 어려운 모양이다.
다음 전시를 보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은 공간이 좁아보이고..비어보인다.
설명을 읽어보니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의 50년대 미공개작품이 전시되는 것이라 한다.
이중섭 그림 앞에 서 가만히 서 있으니 "이중섭!" 하고 소리친다.
'열대어와 병아리와 벌과 고래'라는 박수근의 작품은 소재를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박수근의 기존에 많이 봐오던 스타일과 다른 작품이라 한번 더 눈길이 가기도한다.
'박수...'까지 말해줘야 "근"하며 알아채는 걸 보면 박수근이라는 이름보다 아직은 이중섭이라는 이름이 더 친근한가보다.
"이거 그린 사람은..엄마랑 삼성어린이박물관 갔을 때 현지가 이사람이 그린 그림이 있는 굴 속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어떤 것들이 그려졌나..퍼즐처럼 된 것을 작품이랑 똑같이 맞춰보기도 했었어..누굴까?"
"음..음.."
"장욱진이야"
"아..닭도 그렸잖아..내가 그래서 뭐 막 넣어줬지~"
"그래..그사람이 장욱진이야..미술관에 오니까 현지가 아는 작가들도 많구나..어렵지 않지?"
"응!"

"이건 뭘로 그린걸까.."
"나무지~내가 어떻게 알았게? 똑똑하니까 알지"
"그래..똑똑하구나..나무결을 살려서 그림을 완성했네..둘러보면 이 사람이 그린 작품을 다 찾을 수 있겠다..그치?"
캔버스에 물감만이 아닌 나무위에서도 가능하고, 종이나 천을 오려서도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비디오를 이용한 작품, 칠판을 이용한 작품, 바늘이나 퍼즐처럼 만들어진 작품 등 다양한 표현을 느꼈으면 한다.

드디어..현지가 제일 좋아할 것 같은..지하 1층~ 미술놀이터로 내려갔다.
1층에서..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때문에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나비다~나비다섯마리가 문에 앉았네~~ 한마리 날아가 네마리 뿐!" 하며 노래를 부르더니 아래층에 언제 내려가냐고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는데..1층에서 그림을 보면서도 그림보기가 끝나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럼에도 내려오고..올라가는 길 벽에서 육각형과 한몸이 되었다 분리되는 까만 아이를 그냥 지나칠까봐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얘기를 듣기전까진 그냥 벽에 그려져 있는 뭔가보다..하겠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이도 이어서 이야기를 만든다.
"여기에 육각형이랑 까만 아이가 있어..근데 아이랑 육각형이랑 만났네? 점점점점..육각형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아이다..그러다 어떻게 됐을까..?"
"풍덩 빠져버려서..이젠 없어졌어"
"그래..둘이 하나가 되었네"

지하 1층의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은 이보다 더 동화적인 것 없을 것 같은 화사한 곳, 신기한 곳, 맛있는 곳, 환상적인 곳 등..아이는 금새 그곳에 빠져버렸다.
1,2층에 왜이리 사람이 없나..했더니 모두 여기모여있었다.
단내 풍기는 과자집엔 금방 실증이 난 듯 핑크빛 성처럼 꾸며진 미끄럼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우연히..그 옆에 놓여있던 알록달록한 빛을 발견하고는 "엄마 여기에 나비가 날아다녀" 하며 비로소 다른곳에도 관심을 갖는다.
지나치고 나면 있었는지도 모를 거미줄도 찾아보고 가끔 삐걱거리며 힘겹게 제자리짓 하는 나비를 바라보기도 하며..놀이에 치우쳐 놓쳐버릴지도 모를 물체가 가로막는 형태에 따라 신비한 몸짓을 하는 디지털 코스모스를 발견하곤 손을 뻗어 디지털 형태에 굴곡을 만들기도 하고 머리그림자로 구불거리는 영상에 넋이 나갔다.
어두운 공간에 박힌 반짝이는 별들은 아주 어렸을때..지하철의 와우프로젝트에서 한칸 전체가 이와 같은 작품이었던 적도 있고 지금도 잠실 역에 가보면 이처럼 꾸며진 공간이 있어서 신기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숨겨진 보물을 들여다보는 것은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미술관에 오면 가끔은 이렇게 행복한 놀이터도 만날 수 있구나..

................................................................................................................................................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날이면.."엄마..우리 오늘 어디 갈까? 미술관 가는건 어때?" 하며 말을 걸어온다.
"어떤 미술관 가는게 좋은데?"
"엄마가 좋은데로 가지"
"현지는 미술관 가면 지루하지 않아?"
"아니 재밌는데~"

주말마다..가족이 일상처럼 나들이 할 수 있는 미술관..유럽의 그런 문화가 참으로 부럽다.
아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꿈을 담을 수 있는 큰 마음을 선물하고 싶다면..미술관에 함께 다녀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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