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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월+19]영어뮤지컬 '밀림의 왕 타잔'-〈전시〉

  • 봉황
  • |
  • 2003-02-26

1!@#$
[2003년 2월 6일 목요일]



브로드웨이의 외국 전문 뮤지컬 배우들의 캐스팅, 거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대형 가족뮤지컬, 지방 순회공연을 마치고 드디어 서울 상륙!!
광고만 봐도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방에서 이 영어뮤지컬을 봤던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며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수준인가보다..스케일도 크다니 볼거리가 있겠구나..요즘은 영어와 관련된 아이들 공연이 많네..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아..가지치기를 하는 것처럼 이 공연은 포기하자..이건 봐줘야지..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타잔'은 생각처럼 끌리는 공연은 아니었기에 뒤로 제쳐놨는데 운좋게 초대권을 얻게 되었다.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는 타잔을 보러 가자고 하니 어린이집에서 비디오로 본 적이 있다면서 즐거워한다.
공연장은..꾸러기음악회가 자주 열리던 곳이라 찾기는 쉬웠지만 새천년기념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다를때까지 공연장으로 이르는 포스터 한장이 없었다.

................................................................................................................................................

아..대공연장의 초라함이여..사람이 너무 조금이라 공연을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되고 배우들 보기에 민망하기도 했다.
오프닝음악이 나오고 한참 뒤에도 막은 오르지 않았고..그렇게 숨죽이고 가만히 앉아서 참을성 있게 기다린 후 드디어 다시 공연이 시작되었다.
화려한 춤과 음악..그리고 동물분장을 한 무대를 꽉 채우는 배우들은 객석의 허전함과 너무도 비교가 되었다.
'재미있으면 되지..시작이 멋지네..재미있을거야'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록 극의 긴장감이 아니라 관객들의 반응에 따른 긴장감이 돈다.
밀림의 왕으로 자라나는 타잔이라 하기엔..너무 하얗고..너무 여린 모습의 타잔은 서늘한 공연장에서 팬티 하나 걸친 모습은 가뜩이나 마른 하얀 몸매때문에 더욱 추워보였고,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괴로웠다.
아이들의 반응도 다른 우리나라의 공연을 볼때와는 달랐다.
타잔이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어디로 갔는지 아이들에게(관객에게) 물어보는 부분은..다른때 같았으면 아이들이 시끄럽게 저기요~ 아니요~ 여기요~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을텐데..대답할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못알아들어서 그런지..다들 얌전한 고양이들이었다.

1막이 끝났을 때 아..끝까지 공연을 어떻게 참아야 하나..하고 생각하던 나에겐 "어..그래도 지루할까봐 이야기를 간단하게 줄였나보네..끝나서 다행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그게 이제 겨우 1막의 끝이었다니..

2막이 시작되고 연기의 물이 조금은 익어간다고 해야하나..몇몇 악당들의 역할에 매력이 느껴지긴 했지만 주인공인 제인이 오히려 어색함을 더한 것 같다.
평일이어서 그랬는지..홍보용 포스터에 나왔던 타잔과 제인은 보이지 않았고, 오늘 공연한 제인은 타잔보다도 더 튼튼한 밀림의 왕같아 보였다.

현지가 아주 어렸을 적..동네의 옴니아트 홀이라는 곳에서 배우 다섯명이 전부였던 정글북이 기억난다.
화려하진 않았어도 감동을 받으며 두번이나 보러갔던 그때를 떠올리니..오늘 공연이 왜 굳이 영어였는지..이해하기 힘들다.
영어로 대사를 쉽게 전달하지 못할 바에야..제대로 번역해서 우리나라 배우들이 우리말로 공연을 해서 보는 내내 낯선 곳에 와서 귀가 막힌 듯한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나만의 생각이었다.
아이는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과 재미가 가득하다..너무 재미있단다.

타잔의 줄거리를 이미 알고있기에, 연기만으로 짐작해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보는 것인가.
더군다나 장이 끝날때마다 고릴라가 나와 우리말로 잠깐 상황을 이어나가주는 얘기를 해주고, 음악과 춤..동물친구가 된 배우들의 움직임에 흥미를 갖기엔 충분했으니 그렇게 재밌게 보는 모양이다.

"현지는 타잔이 재밌니?"
"응..재밌어. 왜 엄마는 재미없어?"
"엄마는 무슨 소린지 몰라서 재미가 없네..그런데 노래는 좋다.."
"난 영어 잘하는데 엄마는 못알아듣겠어? 엄만 영어를 못하나봐?"

"타잔은 현지 집에 있는 정글북이라는 내용과 비슷하네.."
"그래..보라색 책이잖아..나 그것도 좋아해..타잔도 좋아하고"

현지는 타잔이 재미있었다며 자꾸만 또 보러오자고 한다.
비디오로 빌려다 보자고도 하고.
아이들처럼..보고 즐기며 단순한 재미를 얻으려고 하지 않을바엔 나처럼 잘 안들리는 사람에겐..조금은(?) 지루한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가슴 찡한 부분도 있었고, 음악 때문에 위안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적인 불만족은 아이와 부모의 시각적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 자체가 분명 실패적 요인을 갖고있다.
아..밀림의 왕 '타잔'의 스토리를 정확하게 본 적이나 있었던가..아이와 비디오로 채워지지 않던 마음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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