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이야기입니다. 작은 아파트를 세내서 살았는데 마루에 벽난로가 있었어요. 겨울이면 땔감을 넣어 불을 지피고 초등생 아들과 둘이 외롭게 살았습니다. 제가 공부를 했기 때문에 남편은 생활비 대느라 한국에 있었지요. 그 때만 해도 젊어서 그렇게 살며 노력하면 창창한 미래가 펼쳐지는 줄 알았습니다.
굴뚝을 타고 올라가면 지붕일텐데 그 위 어딘가 새들이 집을 지었던 모양입니다. 불이야 겨울 한 철 때니까 평상시엔 그저 아가리를 훼 벌리고 있는 것이 벽난로입니다. 불을 때지 않을 때 가만 들어보면 새들이 지저귀더군요. 언제부터인가 새소리가 많아지고 큰 놈 소리, 작은 놈 소리 다르더군요. ‘틀림없이 새끼를 깐 게로군.’
당시에 제 아들 녀석 초등3-4학년이었는데 하루에도 ‘똥꼬’ 소리를 수백 번을 합디다. 말 끝마다 ‘똥꼬, 똥꼬.’하면서 즐거워해요. 여러분도 자꾸 소리 내어 보세요. 그 발음이 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 아기새들이 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집 굴뚝을 타고 하루에도 수백 번 ‘똥꼬’ 소리를 들을텐데 하는. 아마 새들이 이랬을 거에요.
아기새 1 “저 아래 사는 생물체한테 똥꼬가 뭐꼬?”
아기새 2 “매일 들리는 거 보니 틀림없이 중요한 걸끼라.”
아기새 3: “마, 먹는 거 아이겠나? 먹는 거 보다 더 중요한 게 뭐 있겠노?”
아기새 4: “우리도 배우자. 글로발 시대 아이가. 외국어 하나 배워야 안 되겠나.”
희한하대요. 그 때부터 이 눔의 새들이 밤낮으로 “똥꼬, 똥꼬, 또오오옹~꼬” 하고 우는 겁니다. 내 귀에는 영락 그렇게 들려요. 언어습득은 그렇게 소리(sound)를 인지하면서 시작됩니다. 소리가 가리키는 무엇인가가 의미(meaning)이고 이 의미가 서로 약속한 문자(letter)로 표현되면 글(text)이 되지요. 그 표현하는 과정에 규칙이 있는데 그게 바로 문법(grammar)입니다.
그래서 유아기 때 영어를 많이 듣고 따라서 말하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읽기를, 그리고 쓰기에 돌입하라고요. 모국어 습득은 대체로 그런 순서를 밟습니다. 외국어 교수법이 모국어 습득방법에서 힌트를 얻어 생겨나기 때문에 옳은 말씀입니다.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영어는 아이가 글자를 몰라도 엄마가 읽어주지요. 그림에서 의미를 파악하도록 잘 유도하면서요. 그러면 이야기 가운데 등장하는 어휘 가운데 몇 개라도 아이는 기억합니다. 그러면 그런 어휘를 그림과 연관시켜 기억하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더러 책에 관해 생각나는 것을 그리고 마음대로 써보라고 하세요.

위 그림처럼 개발새발 쓰지만 제 자신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일일이 철자를 고치고 잘 못 됐다고 지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나도 영어를 읽고 쓸 수 있어” 라는 생각만 들면 그만이에요. 이랬던 애들이 8개월 후 이정도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애들이라 우리 애들이 영어 배우는 속도보다 빠르기는 하겠지만 서두요.

아이들의 작문 옆에 제대로 된 영어를 써주시고 날짜를 기록해놓으세요. 이런 유아 글쓰기의 좋은 점은 한 단어라도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길이 되고 또 무엇보다도 파닉스를 쉽게 깨우칩니다. 소리를 글자로 표현하기 위해서 궁리를 잠시나마 하게 되니까요.
오늘도 올망졸망 똥꼬새를 키우고 계신 굴뚝새 어머님들! CD나 DVD를 듣고 보기에만 너무 치중하지 마시고 그림책을 보고 나서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작품을 계속 모은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주시면 아이의 발전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제 똥꼬새요? 커서 날아갔습니다. 지금 품고 계신 그 아가새들 때문에 하는 고민도 행복한 줄 아슈. 지금까지 다소 품위 없는 쑥쑥영어교육 연구소장 홍현주 박사였습니다. 슈웅~(들어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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