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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8일 토요일]

-2003년 2월 7일~2월 23일
-대학로 정보소극장
-Don't try this at home
연이어 3일째 정신없이 공연장을 찾아다닌다.
현지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 오늘은 어디 갈거야?" 하고 묻는 것이 습관이 될 정도다(아니, 현지의 아침인사가 된지 오래다).
주적주적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이렇게 일찍부터 집을 나선 적이 있었던가.
매드 사이언스의 어린이 과학연극 ?_blank'Don't try this at home'의 오전 11시 공연을 위해 대학로 정보소극장을 찾아갔다.
대학로는 집에서 꽤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하여 머리를 굴려 시간계산을 했건만 공연장에서의 '에티켓'을 주장하는 아줌마가 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해 허겁지겁 들어가니 이미 배우와 관객들간의 암호맞추기(새로운 실험이 진행될때마다 로보트 변신액션을 취하듯, "실!험!"하고 외치는 것을 나중에..눈치로 따라할 수 있었다)가 끝난 상태였나보다.
배우라곤 박사님 한분..그리고 크래쉬라는 산만하고 엉뚱한 조수.
실험이 진행되면서 관객 중 한명 또는 여럿을 무대로 불러내어 같이 호흡하기도 하고, 심부름꾼으로 둔갑시키기도 하면서 시종일관 폭소와 이해를 동시에 안겨준 숨가쁜 한시간이었다.
다섯가지 실험이 진행되긴 했지만 시각적인 자극에 관심이 갔던 몇가지는 원리가 쉽게 이해되는 편은 아니었지만 첫번째 '분자운동'은 아이의 기억속에서 깊에 자리잡은 실험임에 틀림없다.
몇명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무대로 나아가 박사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
자..온도계가 뜨거워졌음을 알리면..분자가 된 아이들은 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까불까불 바쁘게 움직인다.
온도가 차가워지면..천천히 움직이면서 서로 뭉쳐진다..
'이렇게 분자는 온도가 높으면 서로 떨어져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온도가 차가워지면..느릿느릿 움직이며 서로 뭉쳐버린다.'
현지도 금새 분자의 원리를 알아챘다.
비록 열심히 손을 들어도 무대에는 한번도 나가지 못했지만 자리 앞에 일어나 박사님의 요구대로 빨리움직이기도..느릿느릿..움직이기도 하면서 즐거움을 참지 못했다.
두번째 실험도 원리를 따지자면 분자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
냉동고처럼 차가운 액체질소 속에 들어간 크래쉬의 애완풍선 빈키는 그곳에 들어갔다 나와 홀쩍하게 살이 빠지지만 밖으로 나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것 역시 차가운 곳에 들어간 풍선 안의 분자활동과 관계가 있는 것.
그럼 그곳에 들어간 당근은 어떻게 되었을까?
액체질소 속에서 꺼낸 당근은 땅에 집어던지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파괴의 행위를 통해 꽁꽁 언 스트레스를 부셔버리기라도 하는지..서로 꼭꼭 달라붙었던 분자들은 그리도 쉽게 깨지는구나..
힘의 분산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못침대실험, 관성의 법칙을 알려주는 벽 뚫는 연필, 화학발열반응을 보여주는 거품공장 등 나머지 실험들은 실험 내내 흥미진진했지만 이때부터는 과학의 원리보다는 시각적 유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던 것 같다.
제목처럼 집에서 안전장비없이 함부로 따라해서는 안되며 그와 비슷한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간단한 실험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공연을 보고 나와 뭐라도 열심히 해줄것 같은 들뜬 기분으로 실험놀이가 담긴 가이드 북을 사들었다.
열심히 해줘야지~ 다짐하면서..
"현지가 이젠 분자의 운동에 대해 잘 알겠네? 분자가 뜨거울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억나?"
"막 뛰어다니고 빨리빨리 움직이잖아..분자오빠들처럼"
"그럼 온도가 차가워지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
"느릿느릿 움직이지..추우면..엄마 박사님이 막 뚫을려고 했는데도 꽁꽁 뭉쳐져서 못했지.."
"그래..현지는 날씨가 추우면 움츠려들지..그것처럼 분자들도 추우면 서로서로 움츠려서 뭉치는거야"
"현지는 바닥이 뜨거우면..아~~이~~뜨~~거~~워~~하면서 느릿느릿 움직여?"
"아니? 빨리빨리..앗뜨거..하면서 움직이지."
"현지는 이제 분자박사됐네?"
과학연극은 생소하다.
과학에 대한 접근조차 낯설기에..사이버강의를 기웃거리며 '이걸 집에서 해보면 어떨까..아..번거롭다..'하며 포기하기를 몇번..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과학과는 원수지간이었던 학생시절을 떠올리며 전전긍긍하다 내 잊어버렸기에 그동안 아이와 과학의 연결고리를 이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 교양서처럼 나온 물리학책을 보면서 '아 내가 학생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적어도 '우'는 맞았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동감한 것이 바로 이야기로 풀어가는 과학이야기의 흥미로움을 진작에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직접 체험하면서 접하는 신나는 과학이야기야말로 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극의 확실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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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을 참고해 아이와 함께한 과학 놀이
ⓐ 움직이는 분자
5가베를 상자에 3가베인 정육면체를 가득 채운다(그럼 모두 27개의 정육면체).
박스를 앞뒤로 흔들어 정육면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고체상태에서는 분자의운동은 미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정육면체 9개를 뺀 후 흔들어 움직임 관찰(액체상태를 보여주며 고체보다 활발하게 움직인다)→이젠 서너개의 정육면체만 남겨두고 다 뺀 후 흔들어 움직임 관찰(기체상태를 나타내며 아주 활발히 움직인다)
ⓑ 물이 새는 컵
종이컵2개, 핀 1개, 유리컵2개, 물(온수, 냉수), 얼음조각
종이컵 밑부분에 구멍을 뚫고 유리컵에 얹어놓는다.
한쪽에는 차가운 물에 얼음조각을 띄우고, 나머지 한쪽엔 뜨거운 물을 담는다.
유리컵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관찰한다.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새는 것을 볼 수 있다.
분자는 뜨거운 온도에서 더 활발히 움직임을 얘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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