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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9일 일요일]
"현지야 얼른 밥먹자..우리 어디 갈꺼야~"
"아빠도 같이가?"
(아빠)"아빠가 오늘은 현지랑 같이 놀려고 학교 안갔지~"
"어디가는데?"
"응..그라스빌이라고..유리 만드는 곳이거든?"
"잉..난 싫은데..그럼 가족끼리 놀이공원가는게 좋겠다~"
(아빠)"그래..놀이공원 가자"
"놀이공원? 그럴까? 에버랜드 갈까 그럼?"
"난 롯데월드가 제일 좋아.."
"에버랜드도 좋아..더 크고..볼것도 많아.."
검색을 해보니 특별한 이벤트도 없고 해서 3월이나 되어야 가볼만 할 것 같아 처음 예정대로 김포 그라스빌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 강화 전등사 가는길을 두번째 가는것이다.
다녀와서 생각이지만..가는 길이었으니..그때 두군데 다 둘러봤음 더 알차게 보냈을 것 같다.
강화역사박물관..강화곤충박물관..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 등 지나고보니 강화로 가는 길..가볼 곳이 많아진다.
강화에 가는 길에 겸사겸사 들러보면 좋은 경험이겠지만 그곳 한곳만을 바라보고 다녀오기엔 너무 멀고 단조롭다.

〈그라스빌 전경〉
한시간 가량 걸려 도착하니 상상했던 공장의 이미지와는 달리 뭔가 꾸며놓은 듯한 외관이었는데..알고보니 휴업상태인 식당이었고 유리공장은 뒷편에..생둥하게 서있었다.
2층의 유리전시관과 1층의 유리체험을 할 수 있는 공장으로 되어있는데, 유리체험을 하려면 2층에 올라가 접수를 해야한다.
박물관이라기 보다는..유리제품과 공예품이 판매되기 위해 진열되어 있는 전시장과, 간단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체험관 정도로 나뉘어지는 ?_blank'유리공장'이 더 어울리는 표현일 듯 싶다.
"아무것도 없네.." 실망한 듯한 아이아빠의 말을 뒤로한 채 올라온 2층의 유리전시관엔 온갖 반짝이는 유리제품들이 저마다의 색채를 뽐내고 있었다.
이렇다할 화려함(물론 화려함이 돋보이는 공예품도 있긴 했지만)보다는 유리의 투명함 자체에 그저 만족해하며 유리로 이렇게 다양한 공예품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이게 정말 유리일까' 의심스럽게 살펴보는 등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와..이게 유리로 만든거래..현지는 유리로 만들어진 거 뭐 봤었지?"
"음..유리컵..유리창문.."
"그런데 여기엔 유리로 만들어진게 유리과일..유리구두..유리꽃..유리동물들도 있고..정말 다양하고 신비롭다~"
이런 와중에 아빠랑 같이 다닐때면 꼭 아빠에게 안기고..아빠에게 뭔가를 자꾸 해달라고 요구하기에 현지에게 한마디 했다.
"현지는 아빠만 있으면 어리광이 느는구나"
"그게 아니야! 아빠가 너무 좋아서 그런거야"
아빠는 가마꾼이 되고, 수다는 항상 엄마 몫이다.
유리로 된 한쪽 벽면을 통해 1층에서 진행되는 유리제조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데 과정이라고 느낄만큼 진행상태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저기 뜨거운 용광로'를 손으로 가리키며 유리를 녹이는 듯한 행동을 바라볼 뿐 멀리서 그저 바라보는 수준이었기에 유리체험비 만원을 내어 접수를 한 후 1층으로 내려갔다.
"현지야! 우리 유리 만들어보러 가자~ 현지가 직접 유리를 만들어보면 어떻게 유리컵이 만들어지는지 쉽게 알게되겠지?"
"난 어려워서 잘 못할것 같은데.."
우리 앞에서 이미 한 남자아이가 유리화병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불기연습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못할것 같다며 피하기만 하던 아이가 남자아이가 불어서 만들어진 유리풍선을 보더니 금새 마음이 바뀐 모양이다.
"엄마 나도 유리만들어 볼래~"
TV에서 어린이프로그램을 통해 금속과 비금속에 대해 배울때 금속, 플라스틱, 유리 등에 대한 사물의 재료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었고, 유리에 대해선..식당에 갔을 때 몇번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
"엄마, 왜 엄마랑 나랑 물컵이 달라?"
"현지는 어린이니까 혹시 실수해서 컵 깨뜨릴까봐 플라스틱으로 된 컵을 주는거야..엄마는 유리로 된 컵을 주는거고"
"엄마컵이 더 이쁘다..엄마컵으로 먹고싶은데.."
"현지가 컵 들어볼래? 어느게 더 무거운 것 같아?"
"엄마컵이 더 무겁고..현지컵이 더 가벼워"
"그래..유리는 플라스틱보다 더 무거워서 어린이들이 들다가 미끄러워서 놓치게 되면 금방 깨져버려..하지만 플라스틱 컵은 놓쳐도 잘 깨지지 않아..현지가 더조심스러워지면 그땐 엄마처럼 똑같이 유리컵에 먹을 수 있어"
작품을 만들 기 전 입으로 부는 연습을 몇번 했다.
뜨거운 유리액체가 흘러내릴 듯 하니 기다란 '불대'라고 불리우는 쇠막대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모양을 잡아준다.
마치 풍선을 부는 것처럼..입으로 숨을 불면..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그렇게 얇아진 액체유리가 식으면 금새 굳어버린다.
다른 사람이 체험한 유리불기는 잘못해서 액체유리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뱀처럼 기다란 호스가 되어버렸는데 그걸 주워서 만져보니 뜨거운 기운이 아직 남아있다 점차 차가워져 현지에게 만져보라고 하니 뱀이라며 집에 가지고 가자고 한다.
구멍에 입을 대고 불어라..하면 불고..틀에 맞추어 모양을 잡아주고 나서 불어라..하면 또 불고..그게 체험의 전부였지만 그 한과정을 겪으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유리의 변화과정은 사진만 보고 이해하기에 부족했던 연상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현지와 '도가니' 앞으로 다가가 뜨거운 열기를 직접 느끼며 딱딱한 '유리가 저 안에 들어가면 엿처럼 흐물흐물 녹아버린다'며 빨갛게 끈적거리던 유리액체가 차가운 바깥 공기에 금새 투명하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게 도가니라는 거야..용광로처럼 아주 뜨거워서 저 안에 들어가는 건 흐물거리며 녹아버려"
"엄마 너무 뜨거워..위험하잖아"
"너무 가까이만 안가면 괜찮아..근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무척 뜨겁네..저 안은 얼마나 뜨거울까?"
어제 본 과학연극 매드사이언스의 분자활동에 관한 지식과 연결을 시켜준다고 질문을 했다.
"분자는 온도가 뜨거워지면 어떻게 움직이지?"
"막 달려다니고..빠르게 움직여..오빠들처럼"
"그래..그럼 차가워지면?"
"슬~금 슬~금 움직이고 굳어버려.."
"그래..차가워지면 천천히 움직이고 서로 뭉쳐서 굳어버리지..유리도 똑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 아까 뜨거울 때는 불면 풍선처럼 커지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리면 흐르기도 했지..그런데 차가워지니까 어떻게 됐지? 굳어버렸잖아.."
체험이 끝나고 다시 전시장으로 올라와 사진과 함꼐 설명이 붙어있던 유리제조과정을 한번 더 보며 이야기를 하려는데 그 옆에 유리조각 위에 그림을 그려 목걸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곳에 서서 다른 아이가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하러 달려간다.
"현지야..유리를 만드는 재료가 뭔지 알아? 규사라고..모래성분이랑..탄산소다랑..탄산석회랑..."
"엄마..나 저거 하고 싶어~"
"이거 엄마가 읽어줄께..사진하고 설명 듣고나서 갈까?"
"엄마 이건 유리에 물감으로 색칠해 놓은거야?"
"굳은 후에 색칠한게 아니라 유리가 액체일 때 물감을 미리 타놓은 것 같은데?"

"와 유리구두다~엄마 나 유리구두 한번만 신어보면 안될까?"
"이건 너무 작아서 안돼"
"내 생각엔 맞을 것 같은데? 난 핑크색이 너무 좋아"
유리로 만들어진 상패같은게 있었는데 모자 같다면서 "엄마 유리구두 신고..유리모자쓰면 정말 잘 어울리겠지?" 상상만 해도 행복한가보다.
"그럼 현지가 진짜 신데렐라가 되는거네?"
한쌍에 7,000원이었는데 현지가 "유리구두 사고싶다..사고싶다.." 아쉬움을 버리질 못한다.
뾰족하게 쓸 구석은 없지만 이쁘긴 하다.
아이아빠는 유리 만들 때 사용했던 번호표를 달라며 다음에 시간내서 우리가 만든 유리제품을 찾아다 준다고 한다.
아무래도..다음에 우리가 만든 하트모양의 유리꽃병을 찾으러 올 때 유리구두 한세트를 사다 달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괜히 자리를 뜨기 싫은 마음인데 아이아빠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단다.
밖에 나올때마다 꼭 어린아이를 하나 더 데리고 오는 기분이다.
작은 아인..모든게 신기하고 반가운데 집에 빨리 가자고 조르는 쪽은 꼭 큰 아이다.
주변 정보없이 이곳 위치만 보고 왔기에 마땅하게 갈만한 식당도 없어 근처에서 칼국수를 먹고 집에 돌아왔다.
과학연극을 보고..유리전시관에 다녀와 간단한 체험을 하면서 엄마가 들려준 분자얘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풍선을 갖고 놀던 현지가 엄마에게 질문을 한다.
"엄마 왜 풍선이 땅에 안떨어지고 이렇게 떠다니는지 알아?"
"글쎄..왜 그럴까?"
"그건..풍선 안에 공기가 들었기 때문이야..그럼 공은 왜 안떠다니는 줄 알아?"
"엄만 잘 모르겠는데?"
"그건..공기가 없으니까 그렇지..공기가 있으면 가벼워서 막 떠다니는거거든"
"풍선도 공도 속에는 다 공기가 있는데..풍선은 가볍고..공은 가죽이 무거워서 잘 안떠다니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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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1일
보관기간이 한달이라기에 아이아빠가 그동안 미루다 오늘 잠깐 들러서 우리가 만들었던 하트모양의 꽃병을 찾아왔다.
기포가 생기기도 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진 것도 아니지만 "엄마, 하트모양 꽃병이 너무 이쁘다~ 여기에 꽃 꽂아놓고 싶어"하면서 무척 행복해한다.
"그래, 우리가 만든 꽃병에 꽃을 꽂아놓으면 더 이뻐보이겠지?"
요즘 현지의 발상으로 나온 '유리' 이야기 하나를 덧붙여야겠다.
욕실화장실에 아이를 앉혀놓고..갑자기 지저분한 욕실거울이 거슬려 샤워기를 틀어 청소를 시작했다.
"엄마~ 유리물고기가 사는 바다같아..너무 이쁘다"
거울 위에 주르륵 흘러내리는 투명한 물결이 쉴새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꼭 유리물고기 같아보였나보다.
하나, 둘..현지와 같이 한 추억들이 놓여지는 만큼 현지의 가슴에도 아름다운 추억이 소복하게 쌓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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