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3년 2월 15~16일 토~일요일]
'근대미술의 산책'展
덕수궁입장료 1,000원(미술관관람포함)
1부 / 수묵·채색화(~2003년 3월 30일까지)
2부 / 유화·수채화(~2003년 5월 11일까지)
"오늘은..덕수궁에 들러서 미술전시회 둘러보고..로댕갤러리 음악회에 갈거야.."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을 없앤다고 맞춘 계획은 '4시에 도착해서 6시까지 전시관람을하고, 한시간 동안 저녁을 먹은 후에 갤러리 음악회에 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술관 입장은 4시 30분이 입장마감 시간이며 5시면 관람시간이 끝나 전시장 전부를 둘러보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근대미술의 산책'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기획하여 열린 것이다.
1층의 1, 2전시관에서는 수묵·채색화가, 2층의 3,4전시관에서 유화·수채화 작품이 나뉘어 전시되는데 전시 기간 또한 서로 다르다.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스치는 걸음만큼만 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현지와 조근조근 얘기를 하다보면 '이야기 거리가 있을 것 같은' 그림 앞에 더 머물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으니까 도록을 보며 작품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층 전시장에서는 수묵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먹으로만 그려진 것과 먹과 채색을 함께 한 것..한지와 비단에 그려진 그림의 차이는 어떤것인지..얘기해주기로 했다.
한지는 물 흡수를 잘해서..번짐이 나타나기도 하고, 선이 굵고 생략된 표현이지만 비단에 그려진 작품들은 깔끔하고 선이 뚜렷하며 세밀화된 표현이 주를 이루기에 이렇게 구분해보았다.
가끔 한지인지 비단인지 구분이 안가는 작품도 있긴 하지만 구분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작품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멀리 물러나 바라보며 차이점이 뭔가하는 고민을 통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진지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시선을 끄는 볼거리가 없어서인지 "엄마 저거 두개도 다 봐야해?" 하며 다른 전시실을 가리킨다.
"그래..다 보기 싫으면 현지가 맘에 드는 그림 앞에 가서 그것만 봐도 돼"
전화가 와서 조심스레 받고있는 엄마에게 "쉬..엄마 조용히 해야지..전화 끊어"하고 주의를 준다.
뛰면 안되고..조용히 해야하고..그림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도 하고,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며 소재 파악해보기.
이것이 현지가 전시장에서 주로 하는 행동이다.
이응노의 '녹도'는 아무렇게나 그린 듯해 '이게 뭐지'하고 뒤로 물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사슴 모습이 보인다.
"난 이게 사슴인거 다 알아.."
"사슴 뒤에 또 뭐가 그려져 있는 것 같은데? 뒤로 와서 보면 다 보여"
"아..사람이 숨어있었네?"
"이건 이응노라는 사람이 그린건데..이응노 미술관에서 우리 대나무 그림 전시회에 갔었지..거기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 부니까 대나무 잎들이 사샤샥~ 소리내는거 들었잖아"
김은호의 '이종건 초상화'를 본 아이가 "엄마 이거 세종대왕이지.."
"이건 초상화야..옛날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그 사람을 직접 보고 그렸거든. 세종대왕하고 옷이 비슷하네? 이종건 초상화래"
김기창의 '가을'이란 작품은 작년 5월 '한국 근대회화 100선'에서 봤던 작품이다.
"이건 우리 예전에 여기와서 봤던건데..저기 걸려있었어..이응노 녹도 그림 자리에..운보 김기창 화백 그림이야.."
"그때도 이거랑 똑같았어?"
"그럼..여기 또 있다..김기창화백의 부인이야..박래현의 '노점'이네..이것도 그때 봤었어.."
내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렇지 1년전의 '한국근대회화 100선'이나 이번 '근대미술의 산책'이나 같은 시대의 작품들이다보니 이미 전시되었던 것들도 많을 것 같다.
자주 다니다보니 이젠 익숙한 그림과 화가의 이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금강산 전망'은 원근법이 뚜렷하게 잘 나타나 있어 '멀리 보이는 것은 흐리고 생략을 많이 하고, 가까이 보이는 것은 진하고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얘기해주기가 쉬웠다.
폭으로 연결되어있는 열폭의 병풍그림은 왜 이렇게 몇폭으로 되어있나 세어보고 왜 이렇게 나누어져 있을까..물으니 "퍼즐맞추기 하나봐" 하고 대답한다.
안상철의 '田'은 가까이서 보면 도대체 뭔지..갈피잡기가 무척 힘들지만 한걸음만 물러나도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밭'의 거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작품 역시 작년에 강하게 남았던 작품이기에 기억이 난다.
국악소리가 들리자.."시작한거야?"하고 묻는다.
"뭐가?"
"음악회에 간다며.."
"거긴 이거 다 보고 갈거야..저건 전시관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음악 틀어놓은거야..음악들으면서 그림 보니까 평화롭고 좋다"
현지가 그림 앞에 서더니 묻는다.
"얘네는 누굴까?"
"글쎄..현지는 뭐같아..?
"검정날개새"
"검정날개새처럼 보여?"
"날개가 검정이니까..밭에서 뭘 쪼아 먹는 것 같아"
"어..이것도 이응노 작품이네..아까 또 뭐가 있었지?"
"사슴! 이응노.."
"아까는 수묵으로 된 작품이었는데..이건 채색도 했네"
이렇게 1층의 제1, 2전시관을 관람한 후 2층으로 올라갔다.
................................................................................................................................................
2층의 3전시실은 1층의 넓고 깨끗한 화폭의 여유와 다르게 덮어지고 채워진 마티에르의 볼륨감으로 인해 긴장이 된다.
"엄마 이거 추상화다"
박영서의 '꿈'이라는 작품 앞에서 아이가 소리친다.
"어떤 꿈일거 같은지 얘기해보자.."
"광장동 할머니 집에서..엄마가 층계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경찰 아저씨가 엄마를 잡아가서 엉엉 우는 꿈을 꿨는데..꿈에 빠졌었어..그게 꿈에 빠지는거야.."
작품을 보며 어떤 꿈을 그렸을 것 같은지를 말한건데 자신의 꿈 얘기를 한다.
어쩌면 작품속의 느낌이 불안하고 어두워서 그 꿈이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너작품을 채 보기도 전에 시간이 종료되었다는 말을 듣고 전시실을 나와야 했다.
"현지야..우리가 너무 늦게와서 여기까지 다 볼 수가 없대..여기는 다음에 다시 와서 보자.."
"에이..더 보고 싶은데.."
말은 이래도 아까부터 저기도 더 봐야해..그냥 가면 안돼..하며 지루해 하던터라 무척 반가웠을 것이다.
어차피 2층의 2부 전시는 5월 초까지 하니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봄꽃을 두른 덕수궁의 화사한 얼굴도 보러올 겸, 그때 다시 미술관에 들러야겠다.
................................................................................................................................................
덕수궁에서 바로 근처가 로댕갤러리여서 얼마나 실용적인 거리인지..중간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갤러리에 도착했다.
지난번에 한번 봤는데도 재미있는지..한번 다 둘러보고도..혼자 또 둘러본단다.
어느새 현지보다 한두살 많아 보이는 여자 아이와 친해져서 손을 잡고 다니기도 한다.
지난번에 전시실 우측 구석 공간에 자리잡은 탓인지 모르고 지나쳤던 비디오설치 작품을 아이가 제일 좋아한 것 같다.
3D입체안경으로 드럼통 안에 있는 영상을 감상하는 것이었는데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허공을 떠도는 인간의 내면의 모습을 담고있다는 소외된 의도처럼 이곳엔 관람객이 모여들어 서로 안경을 차지하여 보려는 움직임 속에서 안경을 쓰고 혼자서 그 작품을 감상하여야 하는 소외된 상태를 직접 경험이라도 하는 듯했다.
아이는 그냥 눈으로 보면 뿌옇게 보이던 영상이 안경을 씀으로써 뚜렷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지난번 연주회때에는 뒤숩분에 자리를 잡아 아이가 연주하는 모습이 안보인다고 투덜댔기에..제일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바이올린이나..첼로나..보면 줄이 있잖아..그 줄을 현이라고 하거든. 그걸 활로 켜서 소리를 내는거야..활로 켜는 악기를 현악기라고 해..오늘은 바이올린 두명, 비올라 한명, 첼로 한명, 모두 4명이니까..몇중주지?"
"4중주!"
"그래, 잘 아네? 현악기 연주자가 네명이라..현악 4중주라고 해. 호두까기 인형 작곡자가 차이코프스킨데..오늘은 그 사람이 만든 다른 곡들을 연주한대"
"호두까기인형에 나오는 음악도?"하며 꽃의 왈츠를 흥얼흥얼 거린다.
"나중에 연주되나 들어보자.."
'차이코프스키의 겨울저녁'이라는 이번 음악회의 부제는 하루중의 저녁이기도 하지만..'겨울'의 끝부분을 의미하는 저녁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2월이 점점 사라지면..새벽이 오면 환한 봄도 성큼 다가오겠지..
차이코프스키의 string Quarter No.1 전4악장에 대해 음악평론가이며 로댕갤러리음악회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장일범씨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2악장의 안단테 칸타빌레는 톨스토이가 이 곡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해서 더 유명하다는데 러시아 민요에서 악상으로 옮겨서 볼가강의 뱃노래의 리듬이 나온다고 한다.
3악장부터는 바이올린의 화려함과 첼리스트의 열정적인 연주모습에 빠져들었다.
앵콜곡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으로 화려한 바이올린 선율을 다시금 감상할 수 있었다.
연주가 되는 동안..현지는 꿈속의 음악회에 빠져있었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잠을 자다니..연주자들에겐 미안했지만 나에겐 오히려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이기도 했다.
다음 음악회때는 오는 길에 잠시라도 재워서 데리고 와야겠다.
잠에서 깬 현지는 연주도중 잠이 들어 음악을 못들었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지 오히려 떼를 부린다.
"잠을 자는 건 피곤해서 그런거니까 상관없지만 이유없이 떼를 부리는 것 때문에 엄마는 화가 났어" 하니 아이가 물건너간 아이스크림 때문에 서글펐나보다.
지난번에는 현지가 얌전히 듣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끝까지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았지만 이번엔 잠이 든 것이니, 아이스크림은 사주겠다고 하자 금새 눈물자국을 닦고 히죽 웃는다.
'도시스런' 불빛과 빌딩을 뒤로한 채 '덜 도시스런' 집으로 돌아왔다.


쑥쑥몰
체험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