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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개월+11]그림으로 보는 '취화선'-〈전시〉

  • 봉황
  • |
  • 2003-04-18

1!@#$
[2003년 3월 1일 토요일]


〈http://www.chihwaseon.com/〉

그림으로 보는 ?_blank'취화선'
2003년 2월 14일~2003년 3월 30일까지
금호미술관


작년 5월, 영화 취화선이 개봉하기 전에, 호암갤러리에서 장승업의 진품 몇작품을 본 적이 있다.
'아..장승업이 살았던 시대에 태어나서 한번이라도 마주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두군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 앞에 오래 서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이런 나를 두고 예술적 감각이 타고났다보구나..얘기하지만 그림을 대하면서 설레이는 대상을 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나로서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 작품을 대하고 난 후, 장승업에 관련된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본 영화 '취화선'은 그림을 대할 때와는 다른 배우의 연기에 또 다른 장승업의 매력이 보였다. 때마침 극장에서 사용하던 공기청정제가 솔향이어서, 꼭 자연과 더불어 묵맛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사용된 많은 한국화들을 직접 관람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장승업'과 '취화선'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나에겐 꼭 가봐야 할 곳처럼 생각되었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쓰여진 그림들을 직접 전시된 상태에서 보니 허전하고 엉성한 듯한 느낌도 들어 영화에 사용되었던 소품정도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승업의 진품 세점과..이 영화에 참여한 작가들의 실제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는데, 작품을 보면서 영화속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런 것도 나왔었나..가물거리는 작품도 있다.
특히, 술에 취해 손가락으로 그린 원숭이 그림과, 짝사랑하는 여인인 소운이 혼례를 치룬 후에 장승업이 한번 흘깃 본 명나라의 대작을 모사해 그곳에 홀로 있는 외로운 새를 같이 그려넣었던 '수선매작도'는 영화속 장면까지 생생해지기도 했다.



〈http://www.chihwaseon.com/〉- 수선매작도

영화 속 수묵화의 참여작가들의 현재의 작품경향은 한국화의 정통적 느낌과는 다르긴 했지만 재미있는 상상력이 담겨있어 생각하는 재미도 있고 더군다나 반가운 일도 있었다.
요즘 피천득님 글에 빠져 시집이든..수필집이든..하나씩 사서 보는데..그 중 '어린 벗에게'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그 전에는 그 안에 실린 그림들을 지나치기만 했는데..이곳에 다녀온 후..읽다만 책을 읽고 있는데..내 의식과는 상관없이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이 보이는게 아닌가.
바로..오늘 전시회에서 보면서 현지와 그림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조순호씨의 '파랑새'라는 작품이었다.
그제야 책을 여기저기 뒤적여보니 오늘 봤던 작품 두점과 나머지 한점과는 비슷한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이 실려있는 것이다.
비록 전시장에서 봤던 색채는 흑백에 묻혔지만 현지에게 이 책을 보여주며..혼자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발견을 자랑했다.

전시장 한쪽엔 작품제작시 사용했던 서예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기에 현지에게 문방사우에 대해 이야기해주게 되었다.
"수묵화를 그릴 때 네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붓, 종이, 벼루, 먹이야..얘네들이 서로 모이면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글씨도 쓸수 있거든..네명이니까 숫자 '4'지? 그래서 얘네들을 문방사우라고 불러. 여기 있는 그림들은 다 이 문방사우 친구들이 모여야 그릴 수 있는거야..아씨방 일곱동무에서도 일곱 동무가 다 모여야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듯이 한국화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야~"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다보면 서문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작은 그림은 한걸음 다가서서 봐야하고, 큰 그림은 뒤로 물러나서 봐야하는데 미술관에 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정해진 선을 따라 그림을 스치면서 본다고..
화폭이 넓은 작품은..화가가 그 그림을 제작할 때 이미 넓은 시야를 감안하여 제작하기에 작은 것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의도대로 넓게 봐줘야 하는데, 이 작품과의 거리가 어느정도 적당한가..를 말하자면 작품의 대각선 길이정도 떨어져서 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난 그동안 어떻게 그림을 봐왔었지..?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서문에 또 '그림을 아는 사람은 설명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그림을 즐기는 사람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거기에 그려지는 대상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는 말이 있다.
난 말없이,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그림앞에서도 아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까 염려하여 뭔가 하나라도 설명을 하려한다.
설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같이 보고 느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을..

................................................................................................................................................

욕심만 앞서서인지..왠만한 미술재료는 미리 다 사놓은지 오래여서 옷장 위를 뒤져 서예도구들을 꺼내 커다란 상에 신문지를 고정시킨 후 그 위에 화선지를 잘라주었다.
미리 사놓은 먹물이 있긴 했지만 투명한 물이 검게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휘새 물을 붓고 먹을 돌리는 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투명하던 물이 손으로 찍어 신문지에 묻혀보니 먹을 갈수록 검게 변해간다.
먹물을 붓고 붓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점도 찍고 선도 그리고 현지의 주 캐릭터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그린다.
붓잡는 법을 알려주었지만 그리다보면 자꾸 잊어버리는지 나중엔 아예 연필잡듯 잡고 붓의 헝클어지도록 꾹꾹 눌러가며 뭔가를 그리다 결국엔 화선지 전체를 새까맣게 메꿔버렸다.
뭘 그려야할지 모르겠다기에 그리지 않아도 된다며 붓에 먹물을 잔뜩 머금어 종이 위에 들고 있으니 먹물이 뚝뚝 떨어진다.
작게 떨어진 점이 어느새 화선지에 번지고 점점 커지기도 하고 둘둘 말려잇던 화선지 부분의 굴곡에 의해 흘러내리기도 하는 모습에 재미있어한다.
나무를 그려주어 나뭇잎은 현지가 그리게 하기도 하고, 꽃을 그려 꽃을 장식하게도 해주었다.
화선지를 공처럼 구긴 후 붓에 먹을 묻혀 붓으로 공굴리기를 한 후 펼쳐보기도 하고, 차곡차곡 접어서 네귀퉁이에 먹물을 묻힌 후 펼쳐보기도 하며 의도된 건 아니었지만 먹, 종이와 친해지기 정도의 놀이를 해보았다.
먹냄새가 진했던지 먹을 갈던 아이가 "어휴 먹냄새"하고 잠시 코를 막기도 했지만 신문지에 베어 나오는 검정색 먹물과 이미 그려진 먹그림이 마르면서 조여드는 종이의 느낌 등 모두 새로운 경험이다.
붓을 잡아본지가 20년은 된 것 같아 회선지 앞면이 매끈한 부분이었는지..거친 부분이었는지 헷갈려서 거친부분에 그림을 그리는 거라고 말해줬는데 알고보니 매끈한 부분이었다.
"현지야, 아까 엄마가 거친 부분에 그림 그리는거라고 했지..근데 엄마가 잘못 알았어..매끈한 부분에 그림그리는거야."
"그럼 매끈한 종이에 다시 그려볼까?"
"그래.."
종이를 다시 잘라주니 "나 혼자 할께" 하더니 역시나 동그랗게 뭔가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까맣게 다 메꿔버린다.
엄마의 잔소리병과 내맘대로 기준의 깔끔병때문에 괜한 잔소리만 할 것 같아 "혼자 하고싶은대로 갖고 놀아~" 하고 자리를 비켜주니 비록 난장판을 만들어놓긴 했어도 더 잘 노는 것 같다.
먹물의 진한 냄새가 아직도 진동한다..

................................................................................................................................................

수묵으로 그린 그림책을 골라 읽어주었다.
"엄마가..붓, 먹, 벼루를 사용해서 그린 수묵그림 보여줄께"

똥벼락(사계절)-이건 먹을 묻힌 붓으로 가는 선으로 윤곽을 그린 후 안에 채색을 한거야..
나무꾼과 호랑이 형님(한림출판사)-먹물의 번짐과 굵은 필선이 역동적이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신기한 그림족자(비룡소)-이것도 먹으로 선을 가느다할게 그린거네..그리고 채색을 했지..
동요그림책 노래 노래 부르며(길벗어린이)-노래를 부르며 먹물을 잔뜩 품고 있는 그림을 본다.
내가 처음 가본 그림박물관①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길벗어린이)
내가 처음 가본 그림박물관② 새야 새야(길벗어린이)
내가 처음 가본 그림박물관④ 이 소리 들리니?(길벗어린이)-똑같은 그림은 아니었지만 장승업의 작품 두점도 나와 전시회에서 봤던 장승업 그림이 그림책에도 나왔다고 얘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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