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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3일 일요일]

〈http://www.artinculture.co.kr/〉
야요이 쿠사마
2003년 2월 15일~2003년 5월 1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따뜻하고 맑은 햇빛이 평화로운 일요일..아트선재센터로 가는 길은 근처에 와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봄빛을 받아 더욱 포근해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초등학생부터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여 어른 한장을 끊고 2층 전시관으로 올라갔다.
설치미술은 아이들에겐 지루함보다는 색다른 호기심을 먼저 불러 일으킨다.
미술 작품이기 이전에..내가 속한 곳의 환경을 이루고 있는 일부이기 때문에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특징은 어느 전시작품을 보던 ?_blank'나'는 왜곡되어 보인다.
일그러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 하지만 아이에겐 그저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겠지.
수많은 동그라미들은 작품마다 분열된 느낌이 들지만 분열된 아픔보다는 전체의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와..이 동그란 거울 안에..또 현지가 있고, 그 안에 또 현지가 있고..현지가 점점 안으로 빨려들어가 계속 보이네?"
은색볼록 거울에 비쳐진 왜곡된 우리의 모습은 그 안의 끝없이 반복되어지는 또다른 우리의 모습을 낳으며 심연체계의 형식을 만들어낸다.
"엄마 이게 숟가락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왔네?"
"그럼 현지가 어떻게 보이지?"
"똑바로 보이지~"
"그럼 오목하게 들어가면?"
"현지가 거꾸로 보이지~"
은색거울이 튀어나온 하얀벽면 속의 짧은 미로가 현지에겐 "공룡 몸속을 탐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하트모양의 '신의 마음'이라는 작품에서 "빨간색 전구 하나만큼 사랑을 하면 불이 들어오는데..신은 우리를 이 전구 모두 다 불이 켜질만큼 사랑한대" 하니 "나도 이거 전부만큼 엄마 사랑해" 한다.
색깔 눈이 내리는 것처럼 동그랗게 붙여진 여러가지 색을 지닌 공간은 "물감이 튄다" "물감 투성이가 되었네~" 하며 뛰며, 밟으며, 만질 수 있던 자극이 넘치는 공간이었고, 바로 구석에 마련된 쿠션같은 풍선방석은 신발을 어느새 벗고 올라탄 아이에겐 놀이배가 되어 "엄마, 내가 배를 타고 둥둥 떠다녀~" 색깔바다에 떠다니는 색깝 배가 되어버렸다.
"도너츠 같기도 하네~" "벽에 걸린건 쮸쮸병 같아"
볼거리가 많아지면 말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그곳에 잠시 앉아 비디오아트 작품도 지루하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 전쟁 시점에서 행해졌던 포퍼먼스로 서로의 몸에 물감을 찍어바르는 행위가 있었는데 '이렇게 상처받기 쉬운 몸에..전쟁의 아픔은 더 큰 상처일 수밖에 없다' 정도의(기억이 가물거리네..)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 나오자 아이가 '저거 재밌겠다'며 집에 가서 해보잔다.
2시에 시작된 도슨트 관람에 참여해 설명을 들은 후 다시 둘러보니 동그라미의 예술이라는 미적인 작품세계라고 느껴졌던 것과는 달리 곳곳에 상처가 묻어나 보인다.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에 나타나는 거울과 점은 그 자체 하나하나가 자화상이며, 비춰지는 자화상 뿐만 아니라 이미지화된 자화상까지도 포함된다고 한다.
입구의 층계 부분 천장에 걸려있던 빨간색 곡선풍선에 하얀 점은 초기작품이며 어지러운 정신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전시장 내부에 있는 것은 하얀 곡선풍선에 여러가지 색의 점임을 비교하면서 초기작과 이후의 작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나중에 다시 현지와 전시장을 돌어다니며 질문도 하고 그때 들은 설명을 해주며..다시 관람을 했다.
은색의 거울 공 천여개가 널려져 있는 '나르시스의 정원'이라는 작품은 안으로 들어와달라고 잡아 끄는 흡인력있는 작품이지만 조금이라도 만지거나 통통거리는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안내요원이 얼른 달려와 제지를 한다.
"원래 작품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사람들이 이 안에서 걸어다닐 수 있도록 했는데..너무 많은 사람들이 만지고 발로 차다보니 이 공이 금이 가고 깨져버렸대..우리가 가고 난 다음에도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많이 보러 오겠지? 근데 우리가 자꾸 만지고 발로 건드려보고..그러면 나중에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대..그래서 조심해서 봐야 하는거야.."
"우리는 지금 통통 튀는 연못에 왔어요~ 자 우리 얼굴 물에 비춰볼까? 우리 모습이 똑바로 보여? 어떻게 보여?"
"엄마, 내 얼굴이 작아졌어..다리는 크고"
"그래..구라서 동그라니까..우리 모습도 굴곡이 생겨서 이상하게 변형되어 보인다..어쩌면 여기 비춰진 모습이 진짜 우리 모습일지도 몰라"
아..아이에게 이 무슨 심오한 말을 한단 말인가..
이 작품은 작가가 비엔날레의 작가초청전에 초대받지 못해 1,500개의 이 구슬을 직접 그곳에 갖고 가서 하나하나 사람들에게 나눠줌으로써 관심을 끌게 되어 그 이후의 행사부터 초대를 받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고 하는데, 쉽게 상처받으며 마음속에 치유되지 않는 아픔을 간직한 작가이면서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예라고 설명해준다.
2층의 화장실에 다녀오다 통로에 걸린 세점의 작품을 보았다.
"현지야! 너 아는 작가다! 이거 누구 작품이었지?"
"장욱진이잖아.."
호암갤러리에서의 근대한국미술전, 삼성어린이박물관, 프린스 앤 프린세스전, 인사아트갤러리에서의 판매되는 그림구경, 태교를 위한 그림책 등 그렇게 접하더니 똑같은 제목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림스타일이 비슷하다보니 이젠 감이 잡히나보다.
2층의 경쾌한 느낌의 세계와는 달리 3층의 전시는 답답하고 어둡고 연결된 반복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패브릭으로 된 밀폐된 공간의 점들은 마치 '데카메론'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이 묵었던 방을 연상케했고, 하얀 옷이나 치아 등이 허공에 붕 뜬것처럼 야광으로 보여 서늘한 느낌도 들게 했다.
현지는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듯 히히거리며 치아를 일부러 들어내보이기까지 한다.
그 방을 통과해 들어간 연결된 방은 가구의 소품들이 어떤 용도의 방임을 말해주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무수한 점들이 비춰지는 조명을 받은 가구같은 느낌이 든다.
조금씩 작아지는 공간..제일 마지막 방은 물 위에 떠있는 늘어진 전선 끝의 전구불빛은 제목처럼 '물위의 반딧불' 같은 장관을 연출했으며, 아래의 물과 사방의 거울을 통해 그 불빛들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무한의 공간에 떠있는 듯한 황홀안 경험을 주었다.
작은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왔음에도 어쩐지 이런 곳을 '영원'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이번 전시회는 보고 즐기는 시각적 쾌락과 만족이 우선 충족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숨은 쓸쓸한 작가의 의도을 생각해본다면 과히 즐거운 설치작품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모르고는 즐거웠을지 모르지만..알고는 나의 자화상 또한 이런 왜곡된 점과 반복되는 상처가 아닐까..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현지에겐 신나는 설치미술공간으로의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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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휴일 인사동을 거닐었다.
플래그에서 미피원화전시회의 내용을 보고 인사아트센터에 들었지만 아직 시작되지 않은 듯 했다.
아트센터의 입구에 서있는 하얀샥 대리석 사과나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그곳에 달려있던 빨간 모조사과가 하얀 색에 반해 너무도 맛있게 보였다.
다른 전시장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는 김만근 작가의 전시장은 하얗게, 때론 회색의 단순하고 향토적인 소재로 친근감 있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3층 전시실에선 심인자의 '오십의 회상' 조각전이 펼쳐져 있었다.
아..1층 입구에서 봤던 작품이 같은 작가의 작품이구나..
"현지야..우리 1층에서 봤던 사과나무도 같은 사람 작품인가보다..머리가 구름처럼 올라가고..바람에 날리는 모습도 비슷하고..그치?"
지친 몸을 끌며 둘러보기만 한 후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인사동 거리 곳곳에서 아코디언 연주자나..꽃차를 파는 사람들..여전히 길게 늘어선 맛있는 호떡집이나..판소리로 반전에 관한 창굿이 벌어진 곳도 있어 구경하며 쉬며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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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집에 돌아오는 길..동그라미가 모여있는 모습만 봐도 "어..쿠사마 야요이가 떠오른다.."고 하니 현지도 시각장애자를 위한 동그란 무늬가 있는 로드블럭을 보며, 네모가 반복되어 있는 벽을 보며, 홀을 보며, "엄마 저것도 쿠사마 야요이가 떠오르는 것 같아?" 하며 물어본다.
집에 돌아온 현지가 물감을 꺼내놓고 놀고 있다.
"현지 물감놀이 하려고 이거 꺼내놓은거야?"
"응..나 그거..몸에다 물감 묻히는거 하고싶어서..그거 하면 안돼?"
"쿠사마야요이전에서 비디오로 봤던거?"
"응..나 그거 하고싶은데.."
욕탕에 물을 발목까지 받아놓고 물감을 짜서 아이몸에 색색으로 찍어주니 간지럽다고 깔깔대고, 삐에로 같다기도 하고, 별같기도 하다며 즐거워한다.
다섯가지 물감을 짜주어 마음대로 벽에 찍고 그리며 놀으라고 뒀더니 몸과 얼굴에 찍어주었던 점들은 어느새 구정물이 되어 욕조안에 출렁이고 있었고, 꾸불꾸불 곡선부터 점, 손바닥까지 벽에 작품을 만들어놨다.
샤워를 시킨 후 밖에 내놨더니 '내일 물감놀이 또 하'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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