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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영어를 27 : 영어 접한 지 3달 결산 & Happy New Year!

  • 승호아빠
  • |
  • 2001-12-28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어요? 저희는 그냥 집에서 보내면서 작년에 사두었던 캐롤 CD를 들었거든요. 그 CD에는 조금 빠른 템포로 편곡된 캐롤들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제가 승호에게 "승호야.. 뭐 해? 좋은 음악 나오는데.. 아빠처럼 춤춰봐" 하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있던 승호도 춤을 추긴 추는데 이게 영 아니더라구요. 팔과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하는 볼품없는 춤을 추는 것 아니겠어요? "승호야.. 테크노 댄스 해봐" 하면서 제가 머리를 좀 흔드는 시늉을 했습니다. 사실 테크노 댄스 어지러워서 저 잘 못하거든요. 그랬더니 승호는 머리를 마구 흔듭니다. 그러면서 이럽니다. "아빠.. 테크노 마트!" 테크노 마트는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 있는 전자상가입니다. 헷갈릴 것을 헷갈려야지,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오더군요. 승호가 진짜로 몰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저를 약올릴 정도로 훌쩍 커 버린 것일까요? 자,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아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엄마가 제일 잘 압니다. 물론 아빠가 아이를 계속 길러 왔다면 아빠가 더 잘 알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엄마가 아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에 관한 한 엄마가 제일 많이 알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승호와 지내는 시간이 조금 많아지면서 한 때 자만을 했었습니다. 즉, 승호에 대해서 다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 말씀드렸듯이 승호가 일정 시점부터 Blue's clues를 안 보기 시작했습니다. 두 편은 아주 잘 보았는데 세 편 째부터 시큰둥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아예 보는 것을 거부한 것입니다. 저는 그 원인을 분석해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째, 그 당시 승호가 푹 빠져있던 탑 블레이드 때문이다. 팽이에 정신이 팔려 다른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둘째, 영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두 가지 원인 때문이라고 생각한 저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다시 승호가 Blue's clues를 잘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승호 엄마와 이 문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눌 기회가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러시겠지만 막상 부부가 진지한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의외로 어렵습니다. 저희 부부 역시 초저녁에는 저녁식사 및 승호와 번갈아가며 놀아주느라고, 늦은 밤에는 출근 시간이 빠른 제가 먼저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우연히 시작한 대화를 밤 1시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승호 엄마는 영어에 대한 정보는 제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만 승호의 특성에 대해서는 자기가 더 잘 알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승호 엄마 왈, 승호가 Blue's clues를 안 보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승호의 성격에 있다고 하더군요. 승호는 규칙적이고 의도적인 것을 아주 싫어한다고 합니다. Blue's clues의 경우, 처음에 잘 본다고 너무 자주 보여 주었고 동시에 어떤 의도를 보였기 때문에 승호가 거부한다는 것이지요. 승호의 어린이집에서의 생활 태도나 집에서의 습관들을 보면 그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못 해봤거든요. 물론 너무 자주 보면 지겨워할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 정도인 지는 몰랐던 것입니다. 승호 엄마는 'Where the wild things are' 비디오의 경우도 잘 본다고 억지로 자꾸 보여주면 곧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이 비디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승호 엄마가 산 책 중에 '기차 ㄱ ㄴ ㄷ ' 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데 승호가 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합니다. 제가 내용을 보니 한글을 가르치려는 의도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승호 엄마가 이 책을 처음 읽어줄 때 가르치려는 의도를 눈치 못 채게 읽어주었어야 했는데 아마도 가르치려는 의도를 드러냈었나 봅니다. 제가 읽어주려고 해도 싫다고 하더군요. 전 "허허.." 하고 탄식을 했습니다. 어줍잖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승호에게 접근하려고 한 제가 어리석었던 것입니다. 승호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날 뛴 셈이지요. 승호 엄마 역시 옆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 승호 엄마에게 제안했습니다. 부담 없는 토요일 밤만이라도 승호 교육 문제를 포함한 우리들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자구요. 그리고, 원래의 제 생각대로 승호에게 뭘 기대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놀아주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승호 나이의 아이에게 책이나 비디오는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장난감일 뿐인데 너무 오버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습니다. 과한 것이 부족한 것 보다 더 안 좋은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어 책이든 한글 책이든 또는 영어 비디오든 우리말 비디오든 그것이 어떤 언어로 만들어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아이의 취향에 맞느냐 안 맞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또 아무리 아이가 좋아해도 그것을 무대포로 계속해서 보라고 한다면 싫증안낼 아이가 과연 있을까요? 아이도 아이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점을 제가 잠시 망각했었나 봅니다. 그 후로 저는 승호에게 Blue's clues를 보자고 권유하지 않았는데 한 2주 전부터 자기가 다시 보기 시작하더군요. 이제 보고 싶어졌나 봅니다. 집에서 승호에게 영어를 접해주기 시작한지 3달이 조금 넘었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승호는 평평한 계단에서 뛰고 미끄러지고 걸으면서 자기 시간을 마음껏 즐기며 뭔가를 쌓아가고 있는 중 아닐까요? (요 대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아이에 대한 조바심 그리고 계단함수'라는 제목으로 제가 옛날에 올렸던 글을 다시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제 다이어리에 올라와 있는 글 중에서 제8회 글입니다.) (^_^)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내년 계획 세워두셨어요? 둘째를 낳아야겠다, 집을 사야겠다,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으나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등등... 많은 계획이 있을 줄로 압니다. 내년 이 맘 때 그 계획들이 모두 성취되어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 역시 승호 엄마와 제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계획들이 내년에 좋은 성과를 보이며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저에게 많은 격려를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자, 여기 승호 가족이 드리는 연하장이 나갑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아울러, 쑥쑥도 계속해서 쑥쑥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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