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친한 신랑친구가족과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신랑 어려서부터 친한 친구인데.. 그집 와이프가 저와도 말이 잘 통해서
저희 네 명이랑 아이들 네 명이 만났다 하면 기본으로 새벽 2시까지 먹고 마시고 수다떱니다.
재미있는 건 그집과 저희집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다는건데요.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집 부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부중심'으로 돌아가고
저희집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중심'으로 돌아가는 편입니다. (아이당 출생후 만10년까지만 이 짓, 기꺼이 ^^ 할 계획이구여)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습니다.
그집 언니가 15년이 넘도록 미술학원을 운영한 원장선생님이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 얘기. 학부모 얘기.
우리나라 교육 현실.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는데.
학원 아이들 미술 교육에 대해서는 열정적인데,
정작 언니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순도 100% 방치를 표방?하고 키우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부부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구여.
제가 보기엔... 문득문득 아이들이 안쓰러울 정도루여.
그 언니 눈에는
19개월때 아이가 그린 그림 패턴과 해마다 바뀌는 아이의 그림 패턴을 기록하고 기억해 내는 제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클래식으로 잠을 깨우고 잠을 재우는 제가,
어딜가나 책이랑 그림도구랑 cd를 바리바리 챙기는 제가,
정말 신기하고 유별난 극성엄마로 보이기도 할껍니다.
전 초등이전에는 철저하게 '아기에게 아이에게 촛점을 맞추어' 부모노릇에 집중해야
아이가 평생을 버틸 자양분을 넉넉히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게, 발바닥에 불나게 살아왔거든요.
특히 '독서'에 큰 비중을 두고 매일 밤마다 거르지 않고 소리내어 책 읽어준 세월이 눈물겹거든요. (-.-;; 그런데 울 집애는 근본적으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이 매우 힘든 성향의 혈기왕성한 아이로 자~알 커주었지요. (흑.. 눈물나네요) 진짜 걸작.. 아동문학의 백미를 쥐어줘야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읽는 수준높은 독서가라고 해줘야 할까요. (콧물 찍..)
그런데 정말 미스테리인것은,
그 수많은 세월 방치속에서도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어준 적이 단한번도 없는 척박한(?순전 제기준ㅋㅋ) 환경속에서도
아이들은(초4, 초1) 참 똘똘하고 야무지게 잘 컸다는 겁니다.
더구나 큰 딸아이(편의상 A양이라 할께요)의 과제집착력, 학습능력, 영어능력(영어도 7세때 영어유치원 집어넣어서 그때 시작했지요), 집중력(몰입), 표현력(기발하고 정확하고 위트있는 글솜씨), 중학생 빰치는 미술실력... 정말 수준급입니다. 교내 상이란 상은 다 휩쓸구여. 전 그 아이가 3학년때 쓴 일기장과 환경일기를 보고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글쓰고 삽화 그리는게 재미있어 죽겠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정말 살아있는.. 자유로운 글을 보고 '바로 이건데!' 싶었습니다. (게다가 A양은 성격도 무지 좋습니다. 더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착하고, 명랑하고, 웃기고! 마음이 따뜻한 아가씨랍니다. 노래도 어찌나 잘하는지요. 목소리가 예술입니다. 동화구연상도 받았지요.)
옆에서 늘 보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지? 했습니다.
그림을 기막히게 잘 그리고 표현하는 건 그저 엄마가 미술학원원장선생님이고. 하루의 대부분을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니 그렇다 치지만 책을 읽은 양이 턱없이 부족한 아이가 어쩜 그렇게 멋진 글을, 놀라운 학습능력을, 영어습득력을, 과체집착력을 보일 수 있는 거지??? 어떻게??? (모든 능력의 원천을 독서내공으로 생각했던 저 ㅋㅋ) 늘 궁금했습니다. input 이 있어야 빛나는 output 이 있게 마련 아닌가? 했습니다. (제가 좀 단순합니다) 겉보기엔 input 이 거의 없는디... 했지요.
그런데, 몇일전 알게 된 이웃분이 있는데요.
우연하게도 이분 역시 미술선생님인데, 이분과의 대화 중에 그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엄마는 저희집 둘째 2호 (남아, 4세)가 들고다니던 영어그림책(6,7세 권장도서)의 글밥에 놀라서
전 그 집 둘째 (여아, 4세, B양이라 할께요)가 그린 그림(거의 7세 여아가 그리는 패턴의 그림)을 보고 놀라서, 아이 미술교육과 영어교육에 대한 심오한 대화를 나누다가 망치로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집 둘째는 저희 2호에 비해 말도 많이 느리고 어눌하지만
그림 그리는 수준이 거의 3,4년을 앞서가는 수준이었는데요.
엄마 왈,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는 겁니다.
한번은 시간을 재봤는데 2시간동안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겁니다. 땀을 흘리며..
이런 집중력을 보이는 아이가 뭔들 못할까.. 싶더군요. 영어? 독서? 일단 몰입하면 게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미술학원 원장선생님 따님인 초4학년 여자아이로 돌아가서..
A양 엄마에게 캐물으니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본인이 뭐 해주는 건 전혀 없는데
어려서부터 매순간 혼자 알아서 그림그리는게 일이다보니.. 집중력, 관찰력은 절로 생긴 것 같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필기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시험공부할 때에도 보면 필기 중간중간에 '그림(삽화)'을 많이 그려넣는다고 하더라구여. 알고보니 이 아이는 많은 내용을 'picturing (scanning 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picturing을요!)' 하고 있었던 겁니다! 게임 끝이지요. -.-
갑자기 '조기미술'에 대한 중요성이
제 뇌리에 파바박 꽂히면서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여.
제가 무식해서
아기때부터 꾸준히 만들어주는
'미술환경의 힘' '끄적거리고 마음껏 그리게 하는 힘'이
평생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지는 구체적을 조목조목 설명할 순 없지만
A양과 B양의 사례. 그리고...
제가 아는 몇몇 뛰어난 그림실력을 자랑하는 블로그이웃자녀분들과 쑥쑥의 아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뭔가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여. (표본이 터무니 없이 적진 않거든요) A양의 경우는 미술내공이>독서내공을 이긴 케이스구여.
모든 음악가가 천재일 순 없지만
모든 미술가는 천재다. 란 얘길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말도 안돼. 했어요.
그런데 미켈란젤로를 보면..(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이 사람 뿐이네요. 무식탄로 ㅎㅎ)
허튼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여. ^^;;
다른분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미술이 생활인 아이들. 미술 환경에
심혈을 기울이는 엄마들이 여기 쑥쑥에도 꽤 많은 걸고 알고 있는데요.
그 아이들이 어떻게 크고 있는지..
학습적/언어적인 측면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유심히 관찰하신 분 계시지요?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즐기는 아이들은 다방면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나요?
경험 있으신 분들 얘기 좀 듣고 싶어요~
미술내공의 힘이 독서내공을 넘어선다면, 전 2호 교육계획 재편성 해야 합니다. 끙.. -.-;;
(미술환경도 독서환경도 둘 다 중요하다는 얘긴 마셔요.. 두마리 토끼 잡기 위해 노력하는건 당근이구여.. 다만 '꾸준한 조기미술환경'의 중요성을 우리모두 너무 간과하는게 아닌가....싶어 사례를 좀더 많이 듣고 싶어서 질문 드리는 거랍니다. ^^)
* 첨언
아들맘님과 주울님, 하맘님의 소중한 경험과 글 잘 읽었습니다.
1) 가족문화의 힘,
2)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자립심(스스로 하게 만드는)과
3) 미술로 둘러싸인 환경 만들기의 중요성은 더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겠지요.
저 역시 늘 그 점을 늘 염두해두고 아이를 키워왔구여.. 그런데..너무 추상적이서 실천하기 쉽지 않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이나 대화, 그리고 관계의 영향과 간섭을 많이 받기도 하구여.
추상적이지 않은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나눌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질문을 드렸어요.
제가 궁금한 건 사실 '미술환경을 잘 만들어 키운 아이들의 5년후 10년후 현재 모습'입니다.
피기맘님의 다은이가 문득 떠오르는데요. 가은아빠님의 가은이도 그렇구여.
지니님의 아들 기혁이도 그렇고.. 그리고 쑥쑥에 (언어)영재끼?가 보이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이 '기막히게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데요.
이게 부모가 다방면에 심혈을 기울여 환경을 만들어서 그런것인지.
몇시간이고 몰입해서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훌륭한 output (비단 그림 뿐 아니라 다방면)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그 비밀을 캐내고 싶어서 질문을 드린거랍니다.
전 아동교육의 '근본뿌리'에 대한 논의가 아니고 'tactic(skill)'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은거랍니다.
질문을 이렇께 바꿔볼까요.
그림그리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집중해서 그리는 아이를 두신 어머님!
댁의 자제분들의 독서습관은 어떤지요? 영어능력은? 과제집착력은?
picturing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 사례를 듣고 싶어요.


쑥쑥몰
체험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