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Maurice Sendak의 대표작인 'Where the wild things are'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희 집에는 이 작품이 책으로도 있고 비디오로도 있습니다. 책을 먼저 사고 비디오를 나중에 샀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또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하셔서 책을 사기전에 이미 알고 있었는데 누나 집에 갔다가 우리말본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먼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승호에게 읽어 주었는데 그 나이 또래 남자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괴물이 나오니까 일단 흥미를 갖더군요. 그래서, 나중에 영어 책으로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사 주었습니다. 전에 한 번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막상 영어로 책을 읽어 주려니까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단 승호가 집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림만 빨리 보고 책장을 넘기려하던가 가끔 영어 말고 우리말로 이야기해달라던가 하는 식으로 적응을 잘 하지 못 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조금 과장된 괴물 소리를 낸다던가 괴물 흉내를 낸다던가 하면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승호가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아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 나이에 책을 읽는 것은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서인데 그것을 못 느낀다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죠.
이런 상황에서는 책만을 읽어서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비디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The very hungry caterpillar'의 경우에도 책과 비디오를 함께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그 작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아교육전에 갔다가 싸게 파는 비디오를 즉각 구입했지요.
이 비디오에는 'Where the wild things are'외에도 몇 편의 작품이 더 있습니다.
간단히 제목만 소개해드리면 'In the night kitchen', 'Alligator', 'Pierre', 'One was Johnny', 'Chicken soup with rice'와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In the night kitchen'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순전히 노래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승호는 'Where the wild things are'외의 다른 작품들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승호는 비디오를 처음 보고 나서 '어떤 것이 제일 재미있었니?' 하는 질문에 'Where the wild things are'라고 대답했습니다. 비디오를 사기 전에 열심히 읽어 주었던 책의 영향이 있었나 봅니다. 그 다음 날 승호 엄마가 이야기하기를 또 그 비디오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Where the wild things are'만 보았다는 것입니다. 승호가 그걸 원했다고 하네요.
세 번째 볼 때는 저도 있었는데 물론 제가 분위기를 띄우긴 했지만 승호는 주인공 Max와 괴물들이 추는 춤도 따라 하고 시작할 때 제목인 'Where the wild things are'를 성우가 읽는 무서운 톤으로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책만 읽을 때는 제가 제목을 읽어도 가만히 듣기만 했었는데 제법 정확하게 따라 합니다. 이것이 비디오의 힘인가 봅니다. 그 때도 나머지 뒤에 있는 작품들을 보기는 했지만 조금 지겨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비디오를 보면서 느낀 점은 참 잘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Max가 추는 춤이 아주 귀엽고 괴물들이 노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영상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어렸을 때처럼 책만 읽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영상물이 있고 게임도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서를 키우고 지식을 쌓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책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비디오나 게임도 접해 주어야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 집 아이처럼 우리말을 잘 하는 상태에서 영어를 접하게 된 아이들이 영어 책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낼 때는 적절하게 비디오나 CD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접근 방법 같습니다. 다들 아는 이야기시죠?
'Where the wild things are'의 여러 장면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을 말씀드릴까요? 나무가 Max의 집에서 자랄 때 웃고 있는 Max의 얼굴 표정을 제일 좋아합니다. 승호는 Max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해서 처음 만나는 바다에서 나온 괴물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콧김을 '푸우' 하고 내뿜는 새같이 생긴 괴물 있죠?
참, 승호 엄마는 괴물이 나오는 본 작품 보다 노래로 진행되는 나머지 작품들이 무척 마음에 드나 봅니다. 특히, 시종일관 "I don't care"를 외쳐대는 'Pierre'가 인상적이라고 하네요. 전 'One was Johnny'가 노래도 좋고 재미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왔다가 우연히 이 비디오를 보게 된 처제는 'In the night kitchen'을 보더니 엽기적이라고 하더군요. fantastic story니까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승호는 자꾸 'In the night kitchen'을 'In the night chicken'이라고 합니다. 잘 안 고쳐지던데요. 껄껄..
그나저나, 이 비디오를 구입한지 이제 거의 50여일 정도 지났는데 승호는 아직도 'Where the wild things are'와 'In the night kitchen'만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가끔 저와 괴물 놀이를 하다가 제가 입을 크게 벌리고 괴성을 지르면 비디오의 Max 처럼 "Be still"하고 소리지르기도 하더군요.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비디오만이 아니라 영어 책의 경우도 그렇고 요즘은 제가 먼저 보자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Blue's clues를 가지고 너무 몰아 부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 승호 스스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그냥 두는 편입니다. 그렇게 하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맥을 끊지는 않고 승호가 영어권의 좋은 문화를 스스로 접하려 하더군요.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접하고 있습니다)
덧붙임) 승호가 올해 6살이 되었는데 그 정도 되면 이제 아이라기 보다는 어린이 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많이 어른스러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키도 110cm 되면 피자 사준다고 약속했었는데 며칠 전 얼추 보니까 110이 다 된 것 같더군요. 90cm 되었을 때 스테이크 먹었고 100cm 되었을 때 피자 사주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전 아직 승호를 아이로 생각합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웃고 있는 시간이 여전히 많다는 점입니다. 어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웃고 어린이에 비해서도 훨씬 더 얼굴에 웃음이 많이 머물러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제일 먼저 잃어버리는 것이 바로 웃음 아닐까요? 엄마를 닮아서 눈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인 승호는 옛날 보다는 줄긴 했지만 아직도 웃음 짓고 있는 시간이 그냥 있거나 인상쓰고 있는 경우 보다 훨씬 많습니다.
둘째, 승호는 아직도 방귀 냄새를 좋아합니다. 며칠 전에 제가 가스를 내뿜고 나서 "승호야.. 아빠 방귀 끼었다. 냄새 맡아 볼래?" 하고 이야기하니까 승호는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코를 막 제 엉덩이에 들이밉니다. "어때? 방귀 냄새 싫지?" 하고 제가 묻자 승호는 웃으면서 "아니! 좋아" 하고 대답하더군요. 그 때 전 뼈저리게 느꼈죠. 승호가 아직 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글을 볼 리가 없지만 처녀, 총각 여러분.. 자신의 방귀 냄새를 좋다고 하면서 달려드는 점만을 생각해도 아이는 낳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 아니겠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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