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살아본 사람 중에 영어에 한 맺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 정도로 영어의 벽에 대한 높이는 겪어본 사람만이 실감 할 수 있다. 미국에 몇 개월만 다녀와도 ‘영어한번 해봐~’ 하며 기대를 하고 스트레스를 준다. 미국에 10년 살아도 미국 사람 앞에서 주눅들고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널렸다는 것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으랴. 한국 영어교육이야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성적이지만 공부 잘 하고 영어점수 잘 나온 사람도 왜 미국 공항 입국 심사대 에서 부터 말문이 막혀야 하는지…….그 미스테리를 누가 풀어줄 수 있을까?
영어 때문에 서러웠던 경험을 얘기해보자면 아마 삼 일을 꼬박 세워도 모자랄 것이다. 못 알아 듣고 동문서답했던 경험, 하고 싶은 말을 못해 바보취급 당했던 경험, 영어로 따지고 싶지만 말이 안돼서 손해 본 경험,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어야 정상인데 재료는 죄다 어디 여행가고 양파만 들어간 햄버거를 먹어본 경험…어디 다 말로 할 수 있으랴.
사실 햄버거 가게에서 그냥 ‘number 2, please’ 하면 주문이 다 끝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닌 경우가 많다. ‘Number 2, please’ 라고 주문하고는 제발 아무 말도 물어보지 않기를…..하고 속으로 빌어보지만 직원은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Here or to go?’, ’Large or small?’, ‘Fries or Onion rings?’, ‘You want cheese in it?’, ‘You want sandwich only? Or meal?
그래그래, 알았어…알았다고….도대체 무슨 말을 그리도 많이, 더더군다나 누가 패스트 푸드점 아니랄까봐 그리도 빨리 하는지…그냥 햄버거 하나 주면 고맙다 인사하고 갈텐데 왜 자꾸 중얼중얼 거리며 날 붙잡는지 야속해 해본 경험…한번쯤 있을 것이다.
나도 들은 이야기 이지만 햄버거집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그 흔한 감자튀김(French Fries)을 두고 굳이 양파튀김을 시켜서 문제가 된 것일까? 어떤 사람이 햄버거집 가서 어니언링(onion ring)을 시켰다고 한다. 아마도 감자튀김 말고 양파튀김을 달라고 했을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받은 음식은 양파만 잔뜩 들어간 햄버거였다. 직원이 어니언링(onion ring)으로 알아 들은게 아니라 어니온리(onion only)로 알아 들은 것이다. 이래서 영어에서도 특히 발음이 서러운 것이다.
과연 양파만 들어간 햄버거를 영어로 설명하고 다른 것으로 바꿨을까? 분명 양파만 잔뜩 들어간 햄버거를 들고 눈물을 삼키며 먹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커피(coffee)를 시켰는데 쿠키(cookie)가 나온 우리 남편의 경험담 또한 웃지못할 에피소드이다. 도대체 이런 상황이 가능하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발음을 좀 오버하듯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는 발음을 못 알아 듣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과가 ‘애플’이 아니라 좀 강한 ‘아플’에 가깝다는 것은 미국에서 직접 현지인의 발음을 들어본 사람만이 알수 있을 것이다. 더 슬픈건 우리가 알면서도 그 발음을 하기가 참말로 쑥쓰럽다는 것이다. 머리속에서는 ‘아플’이라고 멋드러지게 하고 있는데 그 놈의 체면때문인지 입 밖에서는 도저히 오버할 생각을 않는다.
영어와 친해지기 첫번째 미션, 좀 쑥쓰럽더라도 오버할 것.
미국 사람들 발음하는거 따라 하려면 여간 쑥쓰러운게 아니다. 특히나 한국사람이 내 옆에 한명이라도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어려워 진다. 한 두번만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해버리면 그 다음은 조금 편해질 것이다. 영어를 멋지게 하려고 오버하는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발음이나 억양에서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오버해야만 미국 사람들이 그나마 우리 말을 조금이라도 알아 듣기 때문이다. 대화가 안되는 것 보다 차라리 조금 ‘재수없는’ 사람이 되는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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